세계대인지뢰대책회의(ICBL) 창립자 조디 윌리엄스(51.여)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정부의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 촉구와 우리나라 대인지뢰 실태 파악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재래식무기금지조약(CCW)에 가입한 상태며 오는 11월부터 CCW의 구속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대인지뢰의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4년 이내 모든 비축지뢰 폐기, 10년 이내 매설지뢰 폐기를 규정한 오타와 협약에는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 가입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대인지뢰와 관련된 대표적인 국제조약은 크게 나누어 유엔 내에서 국가들이 행위 주체가 되어 성립된 특정 재래식무기금지조약(CCW)과 비정부기구들의 적극적인 주도와 140개 국가들이 서명, 117개 국가들이 비준을 마친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Mine Ban Treaty)이 있다.
그러나 CCW는 미국 및 일부 국가들이 각종 예외규정 및 유예 등을 이용하여 일정기간 지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지뢰 피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미 매설된 지뢰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으며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에 의해 보호되고 있거나 군인의 감시 하에 있으면 그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어 CCW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CCW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가입 조건을 충족시키는 형식적인 사항들은 한국에서 지뢰 피해를 용인하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대인지뢰의 생산과 사용 등으로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오타와 협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현재 한국에 매설된 지뢰의 위치와 정확한 개수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지뢰 분포는 ▲이집트 2천3백만 개 ▲이란 1천6백만 개 ▲앙골라 1천5백만 개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이라크에 각 1천만 개의 지뢰가 묻혀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한반도의 경우는 수량 미상으로 보고됐다.
구체적 수치로 제시된 자료는 국방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서 ‘민간인 통제선 북방과 비무장지대 안에 모두 105만발의 지뢰가 묻혀있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이를 근거로 한 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묻혀있는 지뢰는 모두 112만5천여 발, 지뢰 매설지역은 2억9천6백7십 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334배에 이른다.
지뢰 매설지역에 대해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는 “한국의 대인지뢰는 비무장지대에 매설되어 있고, 민간인의 피해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산 중리산, 경남 양산 원효산, 포항 봉화산, 충남 홍성 제기산,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 일대의 후방 지역에도 대인지뢰가 유실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와 녹색연합이 올해 2월부터 6개월간 후방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인지뢰 매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인지뢰 매설이 확인된 후방지역은 36곳으로 서울 1, 부산 2, 대구 1, 인천 1, 울산 1, 경기 13, 충남 4, 강원 경남 각3, 전북 전남 경북 각 2, 충북 1곳 등이다. 이 가운데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울산 등 5곳은 월드컵 개최 도시다.
녹색연합은 “지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동시 가입하고 2002년까지 후방지역 대인지뢰를 전면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뢰 사고로 인한 피해자 수도 정확한 통계적 수치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은 “현재 규명된 희생자 수는 경기도 89명, 강원도 95명 등으로 민통선 주위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이 많았다”며 “민통선에 접하고 있는 120여개의 리에서 주민들이 입은 지뢰 피해는 대략 2천여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지난 10년 동안에도 민간인 52명, 군인 163명 등이 지뢰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이에 따라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 ▲후방지역의 매설현황, 유실현황, 제거방안을 공론화 ▲민관 합동 대인지뢰 피해자 실태조사 및 피해자 지원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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