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은 그 기본적 체계에 있어서 사후(死後)의 시공(時空)에서 실현되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종교적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입니다.
베버가 동양적 형식주의와 체면에 대하여 지적한 것은 물론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에 담겨있는, 즉 그것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동양사상의 관계론에 대하여는 전혀 무지하였음이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양적 사고는 현세를 하나의 초월적 신의 소명(Beruf, Calling, Vocation)과 개인의 직업과 직선적으로 관계 맺는 형식의 단선적 기계적 사유체계가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과 삶은 천지인(天地人)이라는 자연과의 관계성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연기(緣起)의 장(場)에서 순간(瞬間)과 점(點)과 가능성(可能性)과 확률(確率)로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베버의 비판은 동양사상이 비종교적 인문주의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철학적 지(智)와 동양의 도(道)가 보여주는 차이에서 그것의 일면을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의 철학(philosophy)은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지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智)에 대한 애(愛)입니다.
그에 비하여 동양의 도(道)는 辵와 首의 회의문자(會意文字)입니다. 辵는 머리카락 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입니다. 首는 물론 사람의 머리, 즉 생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도(道)란 실천하며 생각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것은 이와는 판이한 것입니다.
로댕의 조각이 형상화하고 있는 것은 진리란 일상적 삶 속에 있는 것이 아니며 고독한 사색에 의해서 터득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진리란 이미 기성의 형태로 우리의 삶의 저편에 또는 높은 차원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그것을 사랑하고 관조하는 구도 속에 진리는 존재합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입니다.
진리의 문제가 서양에서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종교적 존재임에 반하여 도(道)는 글자 그대로 ‘길‘에 있습니다. 도재이(道在邇), 즉 도는 바로 옆에 있는 것입니다. 동양적 사고는 삶의 결과를 간추리고 정리한 경험과학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이고 윤리적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비종교적 현실주의적이며 당연히 과학과의 모순이 없습니다.
1601년 마테오리치가 가져온 과학이 중국 사대부 계층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과학을 적대시하던 서양의 기독교 사회와는 판이한 반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적 패러다임은 종교라는 대립면을 따로 상정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조화와 균형의 체계를 스스로 완성하고 있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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