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담서원에서는 책과 함께 차와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2011년 촬영한 길담서원 내부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2008년 2월 문을 연 길담서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책방 한켠에 마련된 '한 뼘 미술관' 전시는 물론이고 청소년 인문학 교실, 바느질 인문학 모임, 프랑스어 강독 등 다양한 배움의 활동을 진행하며 사람과 책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 왔다. 한적한 길가에 위치한 20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곳보다 '서원'의 현대적 기능을 충실히 발휘해 왔다고 할까. 박성준 대표는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해 "책방과 모임이라는 두 가지 날개"로 나는 것이라 표현한 바 있다. (☞인터뷰 바로 가기)
그 중에서도 널리 사랑받아 온 행사가 '책마음샘'이라는 이름의 음악회다. 예전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우고 싶어 했던 박성준 대표가 서점에 피아노를 가져다 놓은 것이 우연한 계기를 만들었다. 책방에 들른 한 피아니스트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퍼지는 이 피아노의 음색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길로 음악회까지 열게 된 것이다.
6년 동안 두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음악회엔 청중뿐 아니라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고정 팬이 생겼다. 연주자들이 중심이 되어 벽지의 학교·도서관에 직접 찾아가 연주를 하기도 했다. 고장 나거나 낡은 지방 학교의 피아노를 무료로 조율하고 수리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박성준 대표는 "그 어느 곳이라도 사람이 있는 곳엔 책이, 책 읽는 사람에게는 음악이 필요하다"라고 이 독특한 음악회의 취지를 설명한다.
28일 펼쳐질 키아라의 무대는 가운데서도 각별하다. 지금까지 연주자가 자원하는 경우에 한해 개런티를 지불하지 않은 음악회가 몇 번 있었지만, 길담서원이 직접 섭외한 공연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연주 기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단원 중 한 명인 윤혜영 씨(세컨드 바이올린)가 박 대표 친구의 딸이어서 인연이 닿았고, 단원 모두 "특별하고 아담한 공간에서 연주해 보고 싶다"라는 소망이 있었기에 이례적으로 개런티를 받지 않고 연주에 참여하게 됐다.
▲ 현악 사중주단 키아라. ⓒwww.chiaraquartet.net |
이들이 흔쾌히 공연을 기부하게 된 배경에는 6년째 통인동을 지키고 있는 서점이 임대료 상승의 영향으로 이사를 계획 중인 상황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촌이 '뜨는' 장소로 각광받으면서 우려스럽게 예견된 퇴거 통지가 약 2달 전 길담서원에도 닥쳤다. 키아라의 공연은 이런 상황에 처한 박 대표와 길담서원의 친구들을 격려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서점의 이전은 확정되었으나,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 등에 대해서 박 대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내년 봄이나 그 이후 자리를 옮기게 되면) 정신적·질적으로도 길담서원의 제2기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6년의 시간이 책방-모임의 안정적 살림을 도모한 '제1기'였다면, 이사 후 약 5년은 그동안의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서원'으로서의 기능을 심화, 확장시키는 여러 시도를 하겠다는 것. 박성준 대표 자신의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기둥이 될 사람들"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일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지난해 등록을 마친 출판사 '길담서원'으로서 모임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직접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키아라'의 연주에 참석하고 싶다면… 일시 : 9월 28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장소 : 종로구 통인동 155번지 길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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