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의 안전을 꾀하고, 유상 급식에서 발생하는 낙인 효과를 제거하려는 친환경 무상 급식은 2010년 이후 전국 여러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급식에서 빈발하던 식중독 사고도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학교 급식의 직접적인 소비자인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련의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과 먹을거리를 지키는 학교 급식 운동
지난 8월 초 한 단체가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학교급식법을 위반했고, 거액의 수수료를 근거 없이 사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였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서울시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산하 기관으로 서울시의 초·중·고 800여 곳에 급식 식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무상 급식 정책의 핵심은 그동안 유통업자가 주도했던 식자재의 납품 구조에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 농민 조직과 학교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 중심적인 역할을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매개하면서 농민들에게도 적정 가격을 보장하는 동시에 학교에는 식재료가 투명하게 공급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저가 입찰 방식으로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해 왔던 벤더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당한 것이지만, 벤더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해서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이윤의 논리 속에 가둬두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되돌리는 선택이다. 일부에서는 학교의 선택권을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가 빼앗아 갔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생산 농민 단체와 급식 현장의 직접적인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는 작업이 식자재의 공급이라는 부분과 함께 진행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저가 입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올바른 먹을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단지 한 끼 식사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 속에 담겨져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인식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교육이라는 고민 속에서 전국 여러 지역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도 설립되었고, 설립 이전의 다양한 고민들이 이제 실천을 통해서 하나 둘씩 해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구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폐기된 것도 살려내는 언론
▲ 김문수 경기도지사. ⓒ프레시안(최형락) |
작황 부진 등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확보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받은 일반 농산물에서 발생한 잔류 농약, 그리고 그것도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자체 안전성 검사를 통해서 적발하여 폐기한 것을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친환경이라더니 농약덩어리"라는 식의 선정적 문구를 동원해서 사실을 왜곡했다. 이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음해를 넘어서서 한국의 친환경 농업 전체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무상 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경기도 도지사의 발표가 있었다. 사실 경기도의 무상 급식 직접 지원 예산은 전무했고, 실제로는 친환경 급식비라는 이름으로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 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발표는 과거 서울시에서 벌어졌던 무상 급식 논란을 다시 점화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상 급식은 단순한 '밥 퍼주기 행사'가 아니라, 자라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고 밥상을 통해서 올바른 먹을거리 교육도 실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도 기하고, 우리 먹을거리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인식토록 하는 소중한 교육의 장이다. 사실 새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도 그 연원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학교 급식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 급식 운동은 출발 초기부터 급식용 식자재를 지역산 농산물로 사용하고자 하는 운동과 함께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농(農)과 식(食)을 함께 살리자는 고민 속에서 진행된 학교 급식 운동이 본래의 가치를 발휘하고, 더 큰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더욱 각별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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