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재 교수가 이끄는 부산대학교 담수생태학연구실은 1993년 이후 낙동강 하류 물금(경상남도 양산) 등 본류 6곳과 왜관(경상북도 칠곡) 등 지류 9곳에서 1~2주일 간격으로 수질 검사를 20년째 진행하고 있다. 주 교수는 "담수생태학연구실에서 축적한 검사 결과는 4대강 사업 전후에 낙동강의 수질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낙동강 녹조 현상, '이명박 대운하' 탓이다
담수생태학연구실의 자료를 보면, 2008년까지 낙동강 중·하류의 수질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특히 갈수기에 수질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던 하류와는 달리 왜관 이북 중·상류의 수질은 양호했다. 주기재 교수는 "하구둑으로부터 200~260킬로미터 구간인 중·상류는 수심 1~2미터 정도로 모래톱이 발달된 맑은 하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낙동강의 수질은 2009년부터 2011년 8개의 보가 설치되면서 급격하게 변했다. 주 교수는 "16년 동안 단 한 번도 남조류 등이 번식하지 않았던 구미, 칠곡에서 녹조 현상이 확인됐다"며 "보로 인한 강물의 체류 시간 증가로 2012년에 이어서 올해도 똑같은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최근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구미, 칠곡의 녹조 현상이 보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병원에서 시티(CT) 촬영을 통해서 병의 진원지를 찾듯이 이제 그 원인을 구간별로 찾아서 오염을 줄이고, 보 내의 물질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 교수는 "낙동강 수질의 최대 관심 지역이었던 하류 물금의 경우에는 예전보다 수질 상태가 상대적으로 개선되었다"며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하류의 평균 수질은 지난 15년간의 평균보다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하류의 수질이 나아진 것은) 남조류 번식의 원인이 되는 오염 물질(인)이 중류에 머물면서 생긴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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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밑으로 국토교통부 통합해야"
주기재 교수는 "낙동강 중·하류 250킬로미터 구간에 8개의 보가 설치되면서 낙동강은 인위적으로 유량이 유지되는 '강-호수 복합체'가 되었다"며 "과거의 낙동강과는 전혀 다른 강이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번 녹조 현상은 앞으로 낙동강에서 일어날 여러 문제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 교수는 "'수질', '수량' 관리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나뉘어 있는 현재의 하천 관리 체계로는 낙동강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은 영원히 어렵다"고 경고했다.
주 교수는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 현실에서 수자원 관리가 원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이기주의와 생태에 대한 무관심이 4대강 공사 당시 수질과 생태를 담당하는 환경부를 왜소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량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일부 기능이 환경부로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6년 "수질과 수량 부분으로 이원화돼 있는 물 관리 정책 기능의 통합"을 강력히 권고했으며, 이를 접한 노무현 대통령도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의 통합 검토를 지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토해양부(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토건 공사를 밀어붙이면서 흐지부지됐다.
"낙동강 모래톱도 사라져…서식처 복원이라도!"
이밖에도 주기재 교수는 "보 건설 공사로 이제 낙동강에서는 모래톱과 같은 경관을 볼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수달이 대규모로 서식했던 경북 예천 일대의 낙동강 본류의 경우에는 최소한 서식처 복원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서식처 복원은 4대강 사업 당시 부실한 사전 조사로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를 영원히 사라지게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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