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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푸는 일본, 그 미래는 밝지 않다

[서남 동아시아 통신]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살릴까?

최근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2013년 1사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 총생산(GDP)은 수출과 개인 소비 증가로 전기 대비 1.0퍼센트 성장하였다. 지난 7월, IMF는 일본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종전보다 0.5퍼센트 포인트 상향조정한 2.0퍼센트로 발표하였다.

이처럼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아베노믹스의 단기적인 경제 효과가 유효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아베 내각 출범(2012년 12월 말) 이후 6개월간의 경제 지표의 변화를 보면 여러 분야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5엔에서 100엔 가까이 상승하였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약 1만 엔 수준에서 1만 4000엔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전기비 성장률은 2012년 2분기(-0.2퍼센트)와 3분기(-0.9퍼센트) 마이너스 성장에서 4분기(0.3퍼센트)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이후 2013년 1분기에 1.0퍼센트 성장하였다. 일본은행이 주도하는 양적 완화로 인하여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이것이 환율과 주가를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용하였다. 환율과 주가 상승은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수익을 회복시키고 개인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된다.


그렇지만,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까? 나는 아베노믹스에는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국채 금리가 상승하였다는 점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작년 12월 말에 0.78퍼센트에서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금년 4월 초 0.44퍼센트까지 하락하였다가 6월 말에는 0.87퍼센트까지 다시 상승하였다. 향후 일본의 재정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경우 국채 금리는 더욱 상승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현재의 정책을 지속할 경우 시장은 일본의 재정 규율이 이완되었다고 인식할 것이고 이것이 국채 금리를 대폭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정부 재정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자산 운용을 국채에 치중한 은행권의 부실도 초래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임금 인상도 매우 제한적이다. 현금 급여는 정기 급여 인상 없이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따른 보너스만 확대되고 있다. 실업률은 작년 12월 4.3퍼센트에서 금년 4월 4.1퍼센트 수준으로 하락하여 고용 개선의 조짐이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확대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하락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서 2년 후 2퍼센트 물가 상승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 요금은 매월 급속히 상승(도쿄 지역 2013년 5월 13.7퍼센트 상승)하고 있고 엔화 표시 수입 물가는 엔화 약세로 인하여 가파른 상승세(2013년 5월 14.2퍼센트 상승)를 보이고 있다.

기업 활동을 보면 매출액은 여전히 감소세에 있으나 엔화 약세로 수익성은 증가하였다. 설비 투자는 현재에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계 수주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을 보면 2013년 5월 현재 11개월 연속으로 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및 수입 수량은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임금, 고용, 투자, 수출 등의 실물 변수들은 아베노믹스에 의한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를 계속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실물 변수가 자연적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 있을까? 즉 양적 완화를 통한 통화량 증가가 금리 하락, 주가 상승, 소비 투자 수출의 동반 증가 등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통화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실물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구조 개혁과 세계 경제의 회복이라는 대내외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 "일본 재흥 전략"을 설명하는 아베 총리(2013년 6월 14일). ⓒ서남포럼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속해서 돈을 푸는 것은 재정 규율에 대한 불신을 낳고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때문에 국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는 어렵게 된다. 주가 상승을 통화 정책만으로 주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충격이 필요한데 이러한 충격을 남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이 본격화되지 않는 이상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기대가 어렵고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투자의 증가도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투자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경우 일본의 수출이 증가하여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유럽, 중국, 기타 신흥국들의 경기 회복력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 개선이 아직 불투명하다. 유럽은 여전히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은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세계 경제는 여전히 많은 리스크 요인을 안고 있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는 아직도 수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돈을 푸는 것만으로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이처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이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일본 경제가 정말 회복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양적 완화와 더불어 실물 부문에서의 효율 향상을 위한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개혁을 담고 있는 것이 성장 전략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올바른 성장 전략의 수립과 이의 강력한 실천에 달려 있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화요일, 일요일 동시 게재합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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