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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세안'에 가입하자?!

[서남 동아시아 통신] 한·중·일 뺨치는 아세안의 반란

동남아 10개국의 지역 협력체 아세안의 공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1967년 창설되어 거의 반세기 가까이 큰 위기나 내분 없이 존속해 왔고, 반공주의와 시장 경제를 공유했던 5개국, 즉 태국(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부터 시작하여 198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브루나이 그리고 1990년대 후반기에는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버마), 캄보디아 등 나머지(당시) 동남아 4개국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그야말로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협의체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30주년을 맞은 1997년 이래 지난 15여 년 동안, 아세안은 역내, 역외 협력과 교류를 강화함으로써 두 차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역내 갈등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였다. 현재 지구상에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하여 여러 지역 협의체가 존재하지만 아세안만큼 회원국 간에 내분과 갈등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아세안은 조직이 지나치게 허약하고 회원국을 구속하는 원칙과 규범이 느슨하다. 자카르타에 소재한 사무국은 국제기구의 본부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윤번제로 맡는 사무총장과 각국에서 파견하는 중견 관리로 구성된 사무국은 정상 회의, 장관 회의, 고위 관료 회의를 보조하고 그 결정 내용을 집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내정 불간섭과 전원 합의제가 그 핵심인 아세안의 원칙과 결정 방식은 강도 높은 통합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유럽연합과 종종 비교되기도 하지만, 정치 통합의 단계로 접어든 이 선두 주자와 아직 지역 통합의 첫 단계인 공동 시장도 창출하지 못한 아세안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이중적으로 평가되는 아세안이지만 창설 이래 불과 45년 만에 이룬 성과는 결코 녹록치 않다. 특히 한, 중, 일이 속한 동북아에 비하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동서 냉전의 최전선으로 무수한 내전과 국제전의 참화를 겪었던 동남아가 안정과 평화의 지역으로 거듭난 것이다. 아세안이 창설된 1967년 이후 그리고 10개국으로 확대된 1990년대 후반 이후에도, 최소한 회원국 간에 전쟁이나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했던 경우는 없었다.

경제적으로도 최빈국의 집결지라는 불명예를 뒤로하고 세계 최고의 성장 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전장에서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세안은 캄보디아 평화 정착을 중재하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하였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아세안 국가들이 역내 협력을 통해 이룬 경제적 성과는 미미하지만, 아세안이라는 하나의 기치 아래 역외 선진국, 인접국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활용하여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회원국의 재정 적자와 회원국 간의 이견으로 진통과 내분을 겪고 있고, 동아시아가 지역 협력은 고사하고 영토 분쟁과 역사 분쟁으로 난국을 맞고 있는 지금, 아세안이 2015년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 출범을 목표로 협력을 가일층 강화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 대조적이다.

국제 사회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국가들이 모인 아세안이 아세안+1,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포럼(ARF), 확대아세안국방장관회의(ADMM+) 등 이른바 "아세안이 주도하는(ASEAN-led)" 지역 협력 메커니즘을 다각적, 다층적으로 창출하여 자신의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략을 본다면, 아세안의 성공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뉴시스

허약하고 의존적이라 국제 질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고 보았던 아세안이고 보면, 현실주의, 이상주의, 기능주의, 구성주의 등 기존의 국제 관계와 지역 통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제 아세안과 동남아의 국제 관계도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자들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미-중-러-일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지리적 환경은 우리와 꼭 같은데 그 국제 정치적 결과는 이렇게도 다른지, 아세안의 행보가 부럽기만 하다. 꽉 막힌 남북한 관계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우리 처지가 하도 답답하여, 우리도 한번 아세안에 가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화요일, 일요일 동시 게재합니다. 신윤환 서강대학교 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1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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