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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지털 자본의 첨병 혹은 희대의 악덕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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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지털 자본의 첨병 혹은 희대의 악덕 기업?

[기고] 애플의 두 가지 잘못

나는 '아이폰' 사용자이고 '아이패드'로 가끔 전자책도 읽는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를 놓고서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로 의견을 먼저 올리려 하지도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리지도 않는다. 아이폰을 사용하게 된 사정도 아이폰에 삼성의 부품이 사용되고 있어서는 아니다. 또 애플과 삼성과의 특허 분쟁에 어떤 결론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최근(2013년 6월 첫째 주) 애플의 전자책 가격 담합을 놓고서 애플과 연방 정부 간 소송이 시작되면서 미국 사회가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애플의 'iSO' 운영 체제는 미국 모바일 운영 체제 시장의 50.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휴대폰 시장의 약 3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삼성과 계속되는 특허 소송에서 보듯 애플은 안드로이드폰을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과연 애플이 기존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2012년 4월에 처음으로 제기된 이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iBooks'라는 앱(application)을 통해 판매하는 전자책의 판매 (대행) 업체 애플이 다섯 개 출판사(콘텐츠 제작 업체)와 전자책의 판매 가격을 정하면서 사전 협의를 통하여 가격 인상을 공모했다. 이는 결국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전자책 가격을 인상하는(평균 3∼5달러 정도) 결과를 초래하였다.

당시만 해도 시장의 약 90퍼센트를 점유하던 아마존은 약 9.99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아마존은 '킨들(Kindle)'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 때로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낮은 가격으로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가격 정책은 소매업자(판매업자)가 가격을 정하던 기존의 정책과 다르게 제조업자가 직접 가격을 정하고 판매업자가 30퍼센트의 수수료를 가지는 '대행 모델(agency model)' 정책의 일환이었다.

펭귄출판사를 포함하여 공모에 참여한 출판사들(Penguin Group, Harper Collins, Simon & Schuster, Hachette and Macmillan)은 총 1억6400만 달러의 벌금과, 도매업자의 가격 할인을 금지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해결책에 동의함으로써 연방 정부와 소송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애플만은 이러한 해결책에 강력하게 반발하였고 이것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무부는 애플이 이 담합을 주도하였으며, 그 증거로 2011년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공모에 참여한 출판사 'Harper Collins'의 소유주인 제임스 머독에게 보낸 이 메일을 언급하면서 애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레시안
이번 소송의 핵심은 애플의 이러한 가격 정책이 셔먼 법(Sherman Act) 제1조를 위반했느냐의 여부이다. 독점의 폐해가 심각하던 1890년에 만들어진 셔먼 법 제1조는 "거래나 통상을 제한하는 공모, 트러스트 또는 다른 형태의 콤비네이션, 계약은 불법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과거(2006년) 미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을 '디램 카르텔'로 규정하고 각각 3억 달러와 1억8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경제학에서 '가격 담합(Price Fixing)'이라고도 부르는 이런 경쟁 제한적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을 셔먼 법이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소송 결과에 대한 애플의 직접적인 배상은 별도의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실제로 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연방 정부의 생각도 이번 소송이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애플의 유사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셔먼 법을 포함하여 클레이튼 법(Clayton Act)과 연방거래위원회 법(FTC) 등 이른바 반독점 3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도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이 지배력 남용이나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거대 기업의 경제력이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정치 사회적 권력으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인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시민 사회를 위태롭게 한다는 국민적 우려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담합이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만들고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점에서 그 폐해는 분명하다. 원래 전자책과 같은 아이티(IT) 제품은 한계 비용이 매우 낮고, 따라서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일수록 가격이 낮아야 한다. 인터넷 경제 혹은 크리스 앤더슨이 말한 이른바 '비트 경제'에서는 한계 비용이 '0'인 상품, 공짜 상품의 생산도 가능해지는 세계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출판사와 공모를 통하여 전자책의 가격을 오히려 더 높게 책정하였다.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거래>(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009년))

그렇다면, 전자책 시장의 독점 사업자 혹은 우리 공정거래법 용어대로 하자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아마존의 독점은 어떤가? 애플의 새로운 가격 정책이 사전 공모에 의한 담합의 결과이며 따라서 애플과 연방 정부의 소송이 '유죄' 판결로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애플의 이 가격 정책은 그동안 소매업자 혹은 판매업자의 독점적 전횡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번 소송은 애플의 잘잘못을 떠나서 기존의 독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알다시피 메이시(Macy) 백화점이나 월마트(Walmart) 등 미국의 대형 유통 기업에서는 환불이 매우 쉽고, 까다롭지도 않다. 심지어 환불 기간 내에는 얼마를 사용했든 간에 환불 사유를 묻지도 않고 현금으로 되돌려 준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대형 유통 업체에 가격 결정권이 있고, 따라서 유통 업체에 납품하는 제조 업체들이 이른바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언제든 환불 가능하다는 것은 소비자 권리가 잘 보장되어 있고 이는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소비자 후생 증가는 유통 업체의 독점력을 용인한 대가이다. 또 언제든지 환불 가능하다는 사실은 겉으로는 소비자 주권 확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량 소비를 부추기고 우리를 더욱 소비의 노예로 만든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 가격 담합에 대한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번 소송에서 애플이 패소할 경우 주정부나 소비자로부터 집단 소송이 뒤를 이을 것이고 이에 따라 애플은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할지 모른다. 이는 기업들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해 소비자들의 소송을 통해서 대응하는 미국식 규율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마트시대에 새로운 독점 기업으로 거대화된 애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와 소비자에 의한 기업 규율이 비록 한계가 있고 또 어떤 효과를 낳을지 아직 모르지만, '돈이 도는 경제 민주화'라는 미명으로 경제 민주화의 의미를 자꾸 퇴색시키고 있는 우리 상황에 비추어보면, 어떤 식으로든 최소한의 기업 규율을 행사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만큼은 너무 대조적이다.


애플의 두 번째 반윤리적 행위는 아일랜드 법인 설립을 통한 세금 회피이다. 현재 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은 35퍼센트이고, 실효법인세율이 평균 26퍼센트인데 비하여 아일랜드는 최고세율이 12.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고, 더블-아이리쉬(Double Irish : 미국계 본사가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만들고 이 자회사가 다시 버뮤다 같은 조세 회피 국가에 손자 회사를 만들어서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와 같은 조세 회피 방법을 동원하여 이를 피해갈 수 있다.

애플의 경우에는 아일랜드와 협의를 통해 이보다 더 낮은 2퍼센트 이하의 '특별 세율'을 적용 받았다. 물론 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때 국가를 어디로 할지는 기업 자유이다. 그러나 애플의 경우에는 그곳이 하필 왜 아일랜드여야 했으며, 또 유럽 다른 나라에서 올린 수익을 미국 본사가 아닌 아일랜드 법인의 수익으로 계상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다시 말해 애플이 법인세를 회피할 의도를 가지고 아일랜드를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가장 높다는 미국에서 이와 같은 관행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구글(Google)도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한 후 본사의 검색 및 광고 수익권을 이 자회사에 저렴한 가격에 라이센스하는 방식으로 본사 수익을 자회사 수익으로 이전시킨 바 있다. 그 결과 2010년 구글이 해외에서 납부한 법인세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총수익의 약 2.4퍼센트에 불과했다.

미국 의회가 추산한 440억 달러에 이르는 역외 탈세 혐의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오히려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과 세법 시스템이 기업들의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방해한다면서 이 제도가 미국 기업의 핸디캡이라며 비판했다. 쿡의 말대로 세법이 정한 세금을 꼬박 내었고, '진짜(real)' 존재하는 장소에 '진짜' 공장을 짓는 애플의 기업 활동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애플이 해외 공장을 통하여 이익과 일자리를 빼돌렸다는 의회의 입장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청문회에 참석한 일부 상원의원은 이에 동의하여 애플에 면죄부를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세율을 내리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어떤 추가적인 세금도 내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들을 정부가 과연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스티브 잡스가 유독 기부에 인색하다는 일부의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세금을 피하기 위한 애플의 반사회, 반윤리 의식은 이미 이전부터 익히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초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중국 내 하청 기업에서 이루어진 노동권 침해와 이에 따른 노동자 사망과 자살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같은 해 나온 '중국 노동 감시'나 공정노동위원회(FLA)같은 단체는 조사 보고서를 통하여 애플 납품 업체 가운데 하나인 팍스콘에서 여전히 노동권 침해가 흔한 일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침해가 애플의 공급망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장시간의 과도한 업무(주당 40시간 이상), 미성년 노동자에 대한 착취, 폭발 사고로 인한 부상과 사고, 열악한 작업 환경 및 노동자 안전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팍스콘은 중국 서남쪽에 위치한 청두 공장에만 12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전자제품 제조 업체이다.

비영리 독립 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공개한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명단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 우리에게 조세 회피처를 통한 기업들의 역외 탈세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인지도 모른다. 쿡의 청문회 발언 이후 미국에서 법인세제 개편 논의가 일고 있고, 또 자본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진 시대에 각국마다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려는 분위기에서 이러한 '세금 회피'는 불법이 아닌 '합법적 절세'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강제하지 않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넘을 수 없는 또 다른 한계가 있지만 최근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이러한 반윤리적인 행위들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애플의 전자책 판매 수익이 미국의 조세 수입을 증가시켜주길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전자책을 어디서 사야 할지? 참 고민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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