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뇌물 수수 목격!" 고발한 사람이 범죄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뇌물 수수 목격!" 고발한 사람이 범죄자?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김영란·김두식·금태섭 ③공익 제보자 보호

전직 대법관과 전직 검사가 만나 "이제는 엘리트 카르텔을 깨고 부패 구조를 끊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그 폐해와 방지법을 풀어나간 대담집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김영란·김두식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에는 저자들만큼 치열한 고민을 지닌 관객들이 참여했다.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저자인 김영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패널로 참석한 금태섭 변호사의 대담 이후 그보다 더 뜨거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김영란, 김두식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쌤앤파커스
다양한 질문 가운데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은 부패 수사의 방아쇠가 되는 내부 고발자, 즉 공익 제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목격했듯 우리 사회의 내부 고발자는 보호받기는커녕 범죄자 취급을 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LG전자 재직 당시 "상급자의 자재구매 비리 등을 내부 고발했다가 퇴직 종용 끝에 징계 해고되었다"는 한 질문자는 13년에 걸친 복직 소송에서 "LG전자가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 대법원이 해고 정당 판결을 확정했다"며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의 마련과 함께, 법조계 '전관예우 관행'의 폐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프레시안>은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앞서 두 번에 걸쳐 소개했다. 김영란 교수가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시절 내놓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일명 '김영란법')과 검찰 개혁을 위해 주장하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설명과 토론을 다룬 ①, ②회 기사에 이어 ③회에서는 이날 나온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출간 기념 간담회 지면 중계(총3회)
① 김영란법 :
'겨우 10만 원'? 엘리트 '갑'의 부당거래!
② 검찰 권력 견제 : 중수부 폐지가 끝? '직통 라인' 잡아야!


Q1. 책에서 검찰 개혁에 대해 나눈 이야기 가운데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었다. 노무현 정권 때 진행되었던 '검사와의 대화'에서 인사권을 두고 젊은 검사들과 정부가 대립했다. 검사들은 '왜 너희가 인사권을 갖느냐. 우리에게 인사권을 달라. 검찰을 독립시켜달라'고 항변했고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인사권은 우리의 고유 권한'이라 주장했다.

이 대목을 언급하면서 저자들은 '검찰의 진정한 독립을 원한다면 검찰에게 인사권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런데 독자가 보기엔 인사권이야말로 권력 남용 견제의 핵심 아닌가 싶다. 검찰 권력 견제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중요한 인사를 스스로 통제하라는 건 어폐가 있지 않나. 역시 외부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두식 :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게 맞다. 노무현 정권 때는 검찰 개혁에서도 인사권이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당시 대통령과 강금실 장관은 검찰에 대해서도 일종의 문민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인사권이 '이쪽으로 오면 옳고, 저쪽으로 가면 나쁘다'라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거다. 노무현 정권 때처럼 문민통제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선거에서 선출된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권을 가지는 게 맞지만, 이런 방식은 최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국정원 수사를 지휘한 것처럼 '정치적 외압'으로 비춰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한 제도의 장점이 그 제도의 단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양비론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나와 김영란 전 위원장은 그래도 결국엔 검찰이 독립적 인사권을 가지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여러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조직을 위해 더 나은 수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김영란 : 보충하자면 나는 청와대나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권을 가지면서 그들이 알게 모르게 검찰에 간섭하게 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검찰을 어떻게 믿느냐'라는 불만에 대해서는 물론 동의한다. 지금까지 신뢰를 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는지 아닌지를 밝히려면 경쟁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논의 역시 공수처와 같은 제3의 기구 설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담회 두 번째 기사 참조)

Q2.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부패는 반드시 금전적인 거래가 오가지 않더라도 조직적 논리나 인사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저질러지는 경우가 있다. 선출된 권력에 빌붙기 위해 저지르는 것이다. 검찰 인사권에 관한 질문에서 답변된 부분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일은 법조 기관 외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영란 : 전반적인 대책을 논할 만큼의 경험과 실력은 안 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부패의 핵심인 선거자금과 관련해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선거자금을 많이 끌어 모으면 그들에게 대가를 줘야 한다는 이유로 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전에 들어가는 자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 대신 미디어를 통해 각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을 알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대통령 선거 시즌에는 한국방송 1채널에서 하루 종일 토론을 방영하게 하면 어떨까. 각 후보 예비 내각의 분야별 정책 담당자가 나와서 안보, 경제, 노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다. 요란한 확성기, 악수 전쟁으로는 '저 사람 인상 좋다' 정도의 판단밖에 안 나온다. 돈을 덜 들이면서도 입후보한 사람의 정책을 낱낱이 알 수 있는 선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Q3. 공익 제보자에 관한 작은 책자를 내는 데 참여한 적이 있는데, 많은 보통 사람들은 이런 제보를 공적 매체를 통해 이야기했을 때 미래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그런 사람들을 보호할 장치가 현행보다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영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국민권익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영란 :
현재 시행되는 공익 신고자 보호법은 내가 권익위원장으로 갔을 때(2011년) 입안되어 그해 8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공익 신고자의 신원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만약 누군가 신원을 알려 불이익을 주고자 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법무부와 협상하여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가 빠졌다. 또 분위기를 보면 여전히 관리자 측에는 '제보자=고자질장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같다. 법과 시행령을 모두 개정하는 한편 인식이 변환될 수 있도록 잘 홍보해서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적극 공감한다. 현 권익위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는 공직 사회뿐 아니라 기업 내에도 윤리국(Ethics Office)이 있어서 부당한 요구나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행정 절차가 있는데(간담회 첫 번째 기사 참조) 비슷한 의미에서 지침이 되어주는 '윤리 나침반'이라는 것도 있다. 만일 당신이 상사의 비자금 조성 행위를 목격했다면 '지금 못 본 척 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라는 우려와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내가 불이익을 받으면 어쩌나'하는 고민이 동시에 들면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윤리 나침반에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그 다음에 회사를, 마지막으로 상사를 보호하라는 기준이 있다. 자기 자신을 덜 중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존중한 가운데 거기서 가장 가까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윤리 교과서에서도 나온다. 미국의 이론을 우리 사회에 바로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Q4. 우리 사회가 부패 고리를 끊자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했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제도 변화에 제일 중요한 게 환경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제목의 '이제는'의 의미가 궁금하다. 왜 지금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세 분은 지금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과거의 관행, 비리 사실을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두식 : 결국 '지금'이 어떤 시점인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본다. 나는 나쁜 시대를 살아봤다고 생각하는데, 그 경험에서 보면 '지금 정도'면 충분히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건 세대적인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젊은 세대는 나보다 지금 상황의 안 좋은 점을 자세히 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김영란 : 질문이 굉장히 멋있다. (웃음) '이제는' '충분히 성숙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낫게 변해왔다고 답하고 싶다. 특히나 지금은 너무나도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다. 오늘(6월 18일)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가 있는 이 시간에 여러분이 이 자리에 와준 걸 보면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절실히 느낀다.

금태섭 : 언론에 알려졌다시피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한겨레>에 '수사 잘 받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하다가 검사 옷을 벗었다. 그때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받고 힘들었다. 검찰 수뇌부에서 면담을 요청했는데 '네가 그런 연재를 써서 다른 수사관들 마음이 많이 상했으니 내부 통신망에 반성문을 쓰면 어떻겠냐'라는 제의를 받았다. 내가 없는 얘기를 쓴 건 아닌데 '글을 보면 사람들이 요즘도 강압수사를 하는 것처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두 줄인가 써서 반성문을 보냈는데, 대검찰청에서 그걸 한 페이지로 늘려서 고쳐왔다. 첫 문장이 "제가 너무 어리고 미성숙하여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였다.

당시 내 직속 부장 검사는 정말 좋은 분이었고 나 때문에 많은 애를 써주셨다. <한겨레>에 그 글을 처음 쓴 날도 내가 그분께 미처 보고를 못 했기에 다른 사람을 통해 연재 사실을 들으셨다고 해서 많이 죄송했었다. 그런데 그 분이 대검찰청에서 고쳐온 반성문을 올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언을 했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걸 올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거부했고, 사표를 쓰게 됐다. 하지만 그때 결정은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질문 주신 분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지켜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어떻게 살아도 잘못과 후회는 반드시 생긴다. 덧붙여 나중에 저희들보다 훨씬 더 자신 있게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