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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폐지가 끝? '직통 라인'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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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폐지가 끝? '직통 라인' 잡아야!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김영란·김두식·금태섭 ②검찰 견제

가뜩이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한민국 검찰에게 특히 지난 2012년은 오욕의 한 해였다. 연말 거액의 '뇌물 검사',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 검사' 등 큰 사건의 주인공으로 분해 연일 고개 숙인 모습으로 지면에 등장했다. 거세진 비난 여론에 중앙수사부 폐지를 포함한 검찰 개혁안이 발표됐지만, 사태는 검찰 지휘부 내분 사태로 불거졌고 한상대 총장이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검란(劍亂)'으로 치달았다.

한편 2012년은 선거의 해였다. 새 정권을 준비하는 대선 후보들도 과거 많은 정권이 그래왔듯 검찰 개혁안을 내놓았다. 당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크고 작은 엇갈림 속에서도 공통으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는 대검 중수부 폐지였고, 그 약속이 지난 4월 23일 실제로 이행되면서 '거악 척결'을 상징했던 해당 부서의 32년은 역사가 됐다. 검찰총장의 직속 부대인 중수부는 대형 비리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으나 여러 번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렸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뇌관이 터져 검찰 개혁안 중에서도 우선순위로 여겨져 왔다.

중수부가 폐지되자 지금이야말로 총체적인 검찰 개혁의 적기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나 그만큼 회의론도 적지 않다. 애초에 문제는 검찰의 비대한 권력에 있으며, 여기에 메스를 갖다 대지 않는 한 중수부 폐지는 퍼포먼스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의 권력 분산과 관련한 뜨거운 감자인 검찰의 기소독점권 완화 및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련된 개혁은 거의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수부를 무조건 폐지하자는 논의보다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과 검찰총장의 직통라인을 형성을 어떻게 막느냐는 게 더 본질적인 논의다."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김영란·김두식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쌤앤파커스
대법관(2004~2010년)과 국민권익위원장(2011~2012년)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역시 검찰 개혁을 논함에 있어 '중수부 폐지'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가릴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앞의 인용문은 그가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나눈 대화를 엮은 책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쌤앤파커스 펴냄)에 나오는 내용(211쪽)이다. 검찰 권력 견제를 위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는 김영란 교수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이유가 검찰총장과 정치권에 직통라인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면 제3의 기구를 만들어도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며 중수부 폐지가 '라인'의 단절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는 김영란 교수가 오랫동안 법조계에 몸담으며 가져 온 '어떻게 하면 공직자를 비롯한 엘리트 카르텔에 만연한 청탁 문화, 부패 구조를 청산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불멸의 신성가족>(창비 펴냄) 등으로 부패가 일상화된 법조계를 고찰한 김두식 교수와 함께, 약 3달 동안 부패 방지와 관련한 경험, 고민, 대안 등을 풀어놨다. 책은 김영란 교수가 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만든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일명 '김영란법')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는 가운데, 부패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면서도 그 역시 "부패의 한 축"으로 인식되는 검찰 문제를 전체 6장 중 한 장에 걸쳐 중요하게 다뤘다.

도둑 잡는 검찰은 왜 도둑으로 몰리게 되었을까? 그 오명을 벗고 도둑을 제대로 잡으려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가? 지난 18일(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출간 기념 간담회 자리에서도 검찰의 권력 분산과 견제 기구 마련 방안은 중요한 화두였다. 김두식 교수가 진행을 맡은 이번 행사에는 김영란 교수 외에도 <확신의 함정>(한겨레출판 펴냄) 등을 쓴 금태섭 변호사도 패널로 참여해, 자신의 검사 시절 경험과 책을 통해 고민한 부분 등을 이야기했다.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출간 기념 간담회 지면 중계(총3회)
① 김영란법 :
'겨우 10만 원'? 엘리트 '갑'의 부당거래!

▲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출간 기념 저자 간담회. ⓒ프레시안(최형락)

'검찰의 비리'는 누가 수사하나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됐던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불구속 기소 처리되는 한계가 있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경찰이 축소·은폐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역시 만일 대선으로 뜨거울 때 수사를 맡아 진행했다면 마찬가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다른 기관의 견제로 인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부의) 부패를 없애는 데도 권력 분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은 오래된 논쟁거리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일본은 검찰심사회에서 불기소 처분이 타당한지 심사를 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도 사인기소주의가 남아 있는"(<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197쪽) 것에 비해 한국은 검사가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 "검찰의 권한이 과다한 건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같은 책 198쪽) 기정사실이다.

김영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검찰이 경찰을 수사지휘하는 가장 큰 논거는 '피의자 인권 보호'였다. 형사소송법에 적혀 있는 유치장 감찰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 너무 큰 권한을 주니까 인권 보호 역할을 소홀히 하게 된" 문제가 생겼다면서, "지나치게 집중된 검찰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198쪽)

이러한 권력 집중의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금태섭 변호사도 지적한 검찰 '내부'의 비리, 부패 사건에서다. 가령 지난해 김광준 검사가 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해 세간에 알려진 사건은 경찰이 먼저 범죄 징후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었으나 '수사지휘권'에 걸려 결국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는 수순을 밟았다. 경찰이 검찰을 수사할 길이 법적으로 막혀 있는 것은 아니나 실질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것.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게 독자적 수사권을 주고 기소는 검사가 하도록 함으로써,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수 있게 하자"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검사 조직이나 반대론자들은 경찰의 조직 규모나 정보력의 막강함을 들어 "경찰국가화될 위험"을 지적한다. 김영란 교수는 이런 논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위공직자 수사에 검찰과 경찰을 경쟁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지만, 그렇게 할 경우 경찰의 방대한 조직력과 정보력을 누가 통제할 거냐는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그렇다면 검찰 입장에서도 차라리 공수처 같은 제3의 기구를 설치하는 게 나은 거다. 검찰의 권한은 이미 너무 크고, 경찰의 권한도 늘어나는 게 위험하다면, 검찰도 경찰도 아닌 제3의 기구를 따로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영란 교수가 찬성하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김두식 교수는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었다"(13쪽)고 말한다. 금태섭 변호사 역시 "검찰과 똑같은 기관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던졌다.

이에 김영란 교수는 "검찰과 경찰이 경쟁하듯 검찰과 제3의 기관도 경쟁하는 구도, 즉 상호 감시 체제를 만들어 가외성(Redundancy)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가외성은 장치나 회로의 중복성을 말하는 용어다. 이는 그가 중수부 폐지에 회의적이었던 이유와도 맥이 닿아 있다.

"(비리 수사를) 어느 한쪽으로 몰아주면 안 된다. 공수처에 몰아주면 중수부만 있는 것과 똑같다. 중수부 폐지가 본질이 아니라 상대방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공직자 비리 수사 다 모아서 한 군데서만 하자', 깔끔해 보이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책 219쪽)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어째서 검찰만 가지고 그러나. 그러면 국세청 감시 기관도 만들어야지, 왜?'라고 반응하시는 분들도 있다. 비리 감시를 위해 모든 기관에 경쟁적인 기관을 두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제 역할을 다 못했기 때문에 국민 정서도 검찰 권력 분산에 쏠리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그러면서 그가 예로 드는 것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다.

"헌법재판소는 사법 절차 내에서 부분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헌법에 관한 문제를 다룸으로써 모든 헌법 관련 사건에서는 법원이 헌법재판소를 철저하게 의식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법원도 헌법과 관련된 여러 측면에서 훨씬 더 성과를 낼 수 있다. 사실 이론적으로 보면 다 통일하지 뭣하러 분리하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의식하게 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발씩 '깨끗하게' 나아간다

김영란 교수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비리를 감시하는 제3의 기구 설치 문제가 제기된 건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 제정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1996년부터다. 그는 이 문제에 현재까지 검찰이 반대해 온 것은 '조직 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라 시기적 미성숙 때문이었다고 본다.

"나를 포함해서 법률가들 대부분이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법률 교육을 받았잖나. 그러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규제 기관의 신설에 대해서는 일단 저항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권위주의 시대의 억압이나 새로운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공수처 같은 제3의 기구를 만들어도 될 만큼 시기적으로 성숙한 거다. 이번에 한 단계 더 넘어서지 않는다면 정말 엘리트 카르텔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234쪽)

시기적으로 성숙해진 것은 새로운 기구의 설치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뿐만이 아니다. 이날 세 사람은 법조계에서 휴가비, 찻값, 식대 등 경미한 향응이 아무 걸림돌 없이 오가던 과거의 관행을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부패한 집단' 낙인을 찍는 것을 경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많았던 예전 모습을 다시금 언급하는 데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2004년 <헌법의 풍경>을 쓸 때, 검사 임용 직후 자연스레 돈 봉투가 오가던 풍경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 옛날 이야기이고 90년대 후반에 큰 사건들이 터지면서 지금은 다 사라진 관행이다. 그래도 나는 법조계 내에서는 '다들 아는 얘기'라 생각하고 쓴 건데, 돌아오는 반응이 놀라웠다. '미친 거 아니냐. 네가 겪은 검찰청이 이상한 거 아니냐'고. (웃음) 검찰이든 법원이든 그쪽에 계신 분들은 다 경험한 건데도 자신은 한 번도 그런 경험을 안 했다는 듯이 반응한다. 이게 우리가 20년 전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인 듯하다." (김두식)

▲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나름대로 많은 것을 털어놨는데 책 나오고 나서 법조계 반응은 없었다. (웃음) 가까운 사람들 중 일부는 대법관이 아우라로 보호되는 자리였는데 뭐하러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졌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여기 나온 내용이 과거의 일임은 맹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관행을 다 버릴 수 있었다시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김영란)

금태섭 변호사 역시 "많이 변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법조계) 문화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만일 예전처럼 돈 봉투가 돈다면 안 받는다고 왕따가 되진 않을 것이다. 또 선배 변호사가 같이 밥먹자고 했다며 부장 검사가 불러도 후배 검사들이 '우리가 왜 꼭 따라가야 하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에 여성의 법조계 진출 증가가 한 몫했던 것 같다"며 과거에 비해 여성 검사 비율이 늘면서 회식 양상을 비롯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패 문제는 한 사람의 범죄 여부보다 조직 전체에 만연해있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즉 어떤 관행을 '문제인 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그런 의미에서 눈에 확 띄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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