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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이용=유료?! 이 사람들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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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이용=유료?! 이 사람들 없었다면…

[프레시안 books] 이용재의 <도서관 인물 평전>

<도서관 인물 평전>(이용재 지음, 산지니 펴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드디어"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그동안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도 정작 도서관과 사서직의 뿌리가 되는 철학적 기반이나 도서관 부문 인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거나 생각해 보지 못했다. 관련 서적도 별로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자기가 일하는 분야의 뿌리를 찾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제라도 이 즐거운 일을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저자인 이용재 교수는 이 책에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스무 명의 도서관 부문 인물 업적을 짧지만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이들은 사회사상가와 사서, 학자, 도서관 사상가, 도서관 운동가, 정치가, 기업인 등 다양하다. 훌륭한 도서관 인물들은 확고한 도서관 철학을 가지고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열었고, 그 결과 오늘날 도서관 문화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된다.

▲ <도서관 인물 평전 : 도서관 사상의 궤적>(이용재 지음, 산지니 펴냄). ⓒ산지니
이 책은 얼마 전 출간된 도서관 운동가 엄대섭 평전 <이런 사람 있었네>(이용남 지음, 한국도서관협회 펴냄)와 2000년대 중반에 출간된 <위대한 도서관 사상가들>(고인철 지음, 한울 펴냄), 1990년대 초반에 출간된 <세계 도서관학 사상사>(박상균 지음, 민족문화사 펴냄), 그 외에 세라, 박봉석 등 한 인물만을 조명한 책들과 맥을 연결하고 있다. 이전 책들과 중복되기도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도서관 인물 평전>은 노데와 라이프니츠, 프랭클린, 듀이, 꾸랑, 버틀러, 랑가나단, 듀딩요, 세라, 고먼, 유길준, 윤익선, 이범승, 박봉석, 이봉순, 엄대섭, 이인표, 김세익, 박병선, 김정근 등 모두 20명에 이르는 인물을 선정하여 출생-성장 배경-역경-조우-사상의 정립-유산 등 7가지 관점으로 정리하여 재분류해 보여주는 구성이 특색 있다.

또한 최근에 별세한 인물과 현존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도서관 사상가는 물론 사회운동가, 기업인 등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도서관 인물을 선정한 점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도서관 분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도서관 정신을 찾으려고 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많은 인물들 중 맨 앞에 소개하고 있는 인물은 근대 도서관 사상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가브리엘 노데이다. 공공도서관을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개념은 근대 이후 성립되었는데 그건 바로 노데에서 기인한다.

"노데의 위대함은 다재다능함보다는, 도서관은 반드시 공공에게 개방하여야 하고, 이용자는 자료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도서관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25~26쪽)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도서관의 꽃인 공공도서관의 현재는 바로 노데에게 빚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데는 공공에게의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서의 중요성, 관리자의 안목, 국가의 관심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결코 빛이 바라지 않는 도서관 정신의 결정체라고도 할 것이다.

"책은 만인의 것이며, 장서는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 분류되어야 하며, 도서관은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야 하고, 도서관에는 도서에 대해 지식을 갖추고 학식이 있는 우수한 사서를 채용하여 관리하게 하여야 한다. 도서관 사상을 실현하는 군주 또는 정치가는 민중으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받을 것이다." (29쪽)

또 다른 인물인 멜빌 듀이는 한국 도서관학의 아버지인 박봉석과 공통점이 많다. 분류법을 창안하고 도서관협회를 조직했으며 도서관학교 설립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등 도서관계에 공헌한 바가 크다.

한편 피어스 버틀러는 사서의 정체성과 기본, 도서관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말하고 있는 대표적 사상가이다.

"문헌정보학은 인문학인가, 자연과학인가? 사서라는 직업은 기술직인가 서비스직인가? 문헌정보학과 사서직의 본질은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에서 도서관과 사서가 간직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사서는 정보 전문가인가? 교육자인가? 문화 전수자인가? 정보의 우주에서 도서관은 무엇이며 사서는 누구인가? 또한 사람들은 도서관과 사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69~70쪽)

도서관 사상과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랑가나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랑가나단은 인도 사회 운동가이자 도서관학자로 1931년 '도서관학 5법칙'을 발표하여 도서관 정신의 정수를 사회에 드러냈다. 이 법칙은 80여년이 지난 지금도 도서관 기본 철학으로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 인물로는 한국 도서관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박봉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박봉석은 도서관인들에게 있어 영웅이다. <조선십진분류표(KDC)> 및 <조선동서편목규칙>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사서 양성기관도 설립해 후학 양성 등에도 힘쓴 대표적 인물이다. 저자는 박봉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박봉석은 국내외의 어느 도서관 사상가와 비교하여도 뒤지지 않을 만큼 민족의식과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살았던 사서이자 학자였다." (164쪽)

여성 운동가로는 '도서관 할머니' 이봉순이 있다. 이봉순이 도서관인으로 살아가는데 큰 지침을 준 교훈은 '도서관인이 되려거든 책을 좋아한다고 하지 말고 사람을 좋아하라'(169쪽)였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드나드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주기 위해서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과 진심어린 태도, 상대의 말을 들으려는 겸손함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서관 사서는 수도승만큼이나 마음 수련이 필요한 직업인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설파했다.

앞서 최근 엄대섭 평전이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엄대섭은 한국 공공도서관계를 크게 발전시킨 입지적 인물이다.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 살아 계실 때 실제로 뵙기로 하고 편지도 주고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하찮다고 그냥 잊어버릴만한 일에도 정성을 기울여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분으로 기억된다. 엄대섭의 업적 중 놀라운 일은 2년에 걸쳐 전국을 돌며 도서관을 모두 직접 방문해 현장을 진단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공공도서관 개가제를 실현하고 관외 대출이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동 도서관 운동을 통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현하기도 했다. 도서관 문화가 척박하던 당시에 전국 도서관 현장을 직접 찾아 도서관 문제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천으로 행한 정신과 실행력은 지금도 높이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찾아가는 서비스'도 최근에도 다시금 여러 종류의 도서관에서 중요한 서비스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으니, 엄대섭의 선각자적 안목과 실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 이야기에서 기업인인 이인표 에스콰이어 회장도 지나칠 수 없다. 이인표 회장은 일찍이 도서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많은 도서관을 건립했던 기업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200쪽)는 정신을 모토로 평생을 살았던 이 회장에게서는 어려울수록 기본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도서관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김세익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김세익은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인물인데 그가 1980년대에 쓴 글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아직도 책을 덜 읽는 국민이라면, 그것은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독서 습관이 없고 우리가 책 읽는 즐거움을 모르고 지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도서관이 지역 사회 주민들과 아무 관계도 없이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전락한 사실은 아주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지향하는 평생 교육의 추진도 도서관의 확충 없이는 어림도 없는 일임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공부방이 아니라, 어린아이나 주부나 노인들이 즐겨 찾는 그런 도서관이 지역 사회마다 들어서야 한다."(214쪽)

일본 제국주의 산물인 도서관의 독서실화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이다. 도서관은 지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서들이 이용자들에게 활발히 이용되어야 할 것이며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로 넘쳐나 역동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도서관은 생명력을 가진 활기찬 공간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 인물 평전>에서 만난 국내외 여러 도서관 사상가와 운동가, 사서, 학자, 정치가, 기업인 이야기를 통해 도서관을 운영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반이 되는 사상과 철학에 대해 다시금 깊은 성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도서관'이라는 공통의 화제로 인생을 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중요성, 생동감과 역동성 등을 아울러 살필 수 있었다.

요즘 사회가 도서관을 무척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떤 도서관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도대체 도서관이란 사회 공공 기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지, 그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도서관을 움직이는 사서란 사람들은 어떤 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아는 만큼 요구할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도서관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이 책이 그에 대한 답에 이르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독자들이 이 책이 소개하는 도서관 사상가들을 통해 도서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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