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으로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체코에 파견중인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강요된 노예노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이 10일 보도했다.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대통령도 체코가 북한의 돈궤를 채우는 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논란에 가세했다.
현재 체코에 머물고 있는 북한 근로자는 모두 408명. 이 가운데 여성은 392명이며 대부분 나초드의 스네츠카 방직공장에서 BMW와 메르세데스, 르노 등 유럽산 자동차의 머리받침대의 수제품을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연령대는 20∼28세로 3∼4년 계약이 대부분이며 정해진 보수는 없고 실적에 따른 급여를 받고 있다.
숙련 근로자의 경우 하루 최대 350개의 머리받침대를 만들며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월 2만5056코루나(1165달러 상당), 비숙련 근로자는 8200코루나를 벌 수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는 체코의 월 최저 임금이 7955코루나인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면서 IHT는 체코 경찰당국에 포착된 비공식 정보를 인용해 북한 근로자들이 소득의 80% 가량을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저런 명목으로 송금하고 나면 북한 근로자가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0∼30달러에 불과하다면서, 그럼에도 체코에서의 근무여건이 북한에서의 궁핍한 생활보다 훨씬 낫다는 점에서 해외 근무는 정부의 강요가 아닌 근로자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뤄지는 것 같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북한 근로자의 인권 상황은 열악해 일과 중에는 체코 현지 근로자와 섞여 자연스런 생활을 하지만 업무가 끝나면 외부인과의 접촉도 북한 정부가 지정한 통역을 통해서만 할 정도로 일체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체코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한 근로자를 보면 국가가 강요하는 노동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인권단체의 한 간부는 "말할 자유조차 주지 않는 것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북한 관리의 인질이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체코 당국은 2002년에 탈북한 외교관 경력의 김태성 씨가 지난 5월 유럽의회에서 자신이 프라하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서 소개하고 북한 정부가 돈을 벌 목적으로 유럽에 인력을 송출하고 있다고 밝히자, 그 다음달인 6월부터 북한인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또 김 씨의 유럽의회 증언을 계기로 체코 내에서 북한 근로자 노예노동 논란이 시작돼 일부 인권단체는 체코 당국이 인권침해 여부를 포함해 북한 근로자의 여건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체코 당국은 노동법 위반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적어도 불법행위에 대한 북한 근로자의 진술이 있어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체코 이외에도 불가리아, 중국, 몽골,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예멘 등에도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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