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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머니와 서울 할머니, 손 맞잡고 외친 구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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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머니와 서울 할머니, 손 맞잡고 외친 구호는…

[현장] 탈핵 희망 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

7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은 350여 명의 경상남도 밀양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들과 함께하고자 달려온 서울 시민까지 더해 광장은 한 바탕 잔치가 벌어진 듯 사람들로 꽉 찼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 행동' 주최로 열린 탈핵 희망 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에서 765킬로볼트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과 서울 시민은 한목소리로 "탈핵"을 외쳤다.

눈물 섞인 호소가 이어졌던 그동안의 집회와 달리 노래와 시가 함께하는 흥겨운 자리였다. 그러나 마냥 밝을 수만은 없었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희망이었던 전문가 협의체가 바로 다음날(8일)로 활동 시한 종료를 맞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20일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이후 밀양은 연일 언론에서 '전쟁터'로 묘사될 정도로 극한의 대치 상황을 겪었다. 이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40일간 전문가 협의체를 가동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지만 남은 것은 한국전력의 보고서 대필 의혹뿐이다. (☞관련 기사 : 밀양 전문가 협의체 파행?…"한전 추천 위원 사퇴하라")

▲ 7일 오후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우리가 밀양이다' 탈핵희망문화제에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 위원회' 주민들이 상경해 공연을 관람하며 부채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협의체 파행…밀양 주민들, 11일 다시 서울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한 신부는 주민들을 크게 실망하게 한 전문가 협의체를 비판했다. 그는 "한국전력 위원들이 한국전력의 자료를 그대로 베끼고 이를 넘어 한국전력이 보고서를 대필까지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한국전력 추천 위원들은 40일 동안 자기 힘으로 내놓은 의견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11일께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준한 신부는 "이 때문에 어르신들이 11일에 또 서울로 올라오셔야 한다"며 "오래 살라고 절을 받으셔야 할 어르신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넙죽 절하며 부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공사 강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끝까지 맞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부북면 대항리 평밭 마을 주민 한옥순(66·여) 씨는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자살한 뒤 우리도 목숨을 내놓고 싸우고 있으니 못 할 일이 없다"며 "정부와 한국전력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동면 여수 마을 주민 김영자(56·여) 씨는 "지팡이 없으면 걷지도 못할 분들이 뭐가 아쉬워서 여기까지 올라왔겠느냐"며 "고추 농사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송전탑을 막을 생각뿐"이라고 호소했다.

"아이들 위해 핵 없는 세상을"

"핵 없는 세상"을 바라는 서울 시민들이 이러한 밀양 주민들의 의지에 힘을 보탰다. 손주 3명과 함께 한 박혜란(68·여) 씨는 "손주가 6명이나 되는데 이 아이들을 보며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고 있다"며 "할머니로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태옥(48·여) 씨는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과 관련해, "보상의 '보'자도 꺼내지 말라는 밀양 주민들의 외침을 제대로 듣는다면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핵 문제에는 국경도 없는데 대체 무엇이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냐"고 반문했다.


"밀양 송전탑에 찬성하려면 전기부터 아끼라"

밀양 송전탑은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5·6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고안됐다. 이 구간에 건설되는 161기의 송전탑 중 69개가 경상남도 밀양시(청도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에 집중됐다. 행사에 참석한 서울 시민들이 약 10년간 이어져 온 밀양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핵발전소를 꼽은 이유다.

경상남도의 전력 자급률이 210.4퍼센트(2011년 기준)에 달한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광역 도시는 모두 3퍼센트 미만의 낮은 자급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방에 핵발전소와 송전탑을 지어 대도시로 송전하는 전력 수급 시스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왜 위험하고 불안한 핵발전소를 고집해서 밀양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만드는지 의아해했다. 또 이들은 현재의 전력 수급 시스템이 불공평한 구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미산 학교에 재학 중인 김유진(16·남) 씨는 최근 연이어 터지는 핵발전소 부품 비리 사건에 대해 "한심하다"며 "그런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핵발전소를 왜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씨는 "나부터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틀지 않는 등 전기를 정말 아껴 쓰려고 노력한다"며 "밀양에 송전탑을 꼭 지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면 말만 하지 말고 일단 전기부터 아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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