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시대의 전환점…대중이 소수 엘리트를 바꾸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시대의 전환점…대중이 소수 엘리트를 바꾸자"

<프레시안>·<울림> '협동조합으로 바꾸는 세상' 토크콘서트 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일은 외롭고 고단하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길은 외롭지만은 않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정치소비자협동조합 <울림>은 낯선 길의 '동반자'다. 두 단체는 각기 협동조합 모델을 언론, 정치 분야에 끌어들이는 최초의 실험을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4일 서울시 인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주식회사 법인에서 언론 협동조합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추진하는 <울림>도 지난 5월 인가를 받고 '정치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단체를 탄생시켰다.

낯선 길에 첫 걸음을 내딛은 <프레시안>과 <울림>, 두 단체가 서로를 독려하기 위해 만났다. 협동조합 주간을 맞아 지난 5일 오후 '협동조합으로 바꾸는 세상'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콘서트 1부에서 윤여준 <울림> 이사장과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은 협동조합 설립 취지와 설립 과정에서 겪은 고충, 앞으로의 포부 등을 나누었다. 둘은 조합원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인 얘기들부터 '조합원 품앗이'를 약속하며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 5일 열린 토크콘서트 '협동조합으로 바꾸는 세상'에 참석한 윤여준 <울림> 이사장과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아래로부터의 정치혁명, 해답은 '정치소비자협동조합'"

토크콘서트는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의 짓궂은 농담으로 시작했다.

'보수주의자'인 윤여준 이사장이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TV 찬조연설자로 나선 데 대해 "대선 이후에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지 않을까 했다"는 것. 그러나 박 이사장의 짐작과는 달리, 윤 이사장은 제도권 정치에서의 역할을 자청하는 대신 '정치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독특한 단체를 만들었다.

윤 이사장은 "한국 정치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고민들을 풀어놓았다.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총재를 모시고 일 했을 때 당을 혁명적으로 바꿔보겠다는 가당치도 않은 생각을 했습니다. 16대 총선 공천 작업을 할 때였는데, 당의 기라성같은 분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일이 있죠. 그때 '미쳤다'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에 안철수 교수랑 '청춘콘서트' 할 때 그 분이 어디서나 열광적인 지지받는 걸 보고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운동을 하자' 했는데 난데없이 서울시장에 나간다고 했죠. 말려도 말을 안 들어요. 고집이 세서(웃음).

작년 대선에선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면 한국 정치를 바꾸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죠. 그래서 다 포기하고 시골에 갈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대로 보면 큰 전환점에 왔거든요. 그 전환점에서 '내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나' 하는 주제넘은 책임감으로 궁리를 했습니다. 어차피 정치권이 스스로 바꾸는 건 기대하기 어렵고, 방법을 바꿔서 다수 대중이 소수 엘리트를 바꾸는 변화의 주체가 돼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래로부터의 정치혁명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가 또 고민이었다. 윤 이사장이 장고 끝에 내놓은 답은 '협동조합'이었다. 그리고 '정치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의 탄생비화를 밝혔다. "이름을 섹시하게 하려다보니까…(웃음)".

<울림>은 지난 5월 서울시로부터 인가를 받고 6월엔 창립행사를 마쳤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조합원을 모으는 단계까지 돌입하진 못했다. '인력난' 때문이다. 윤 이사장은 "전적으로 매달려서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본업이 바쁜 사람들이라 실무를 챙길 사람이 없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그러나 "부수적인 행정적 준비가 마무리되고 아마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조합원 모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1400개 시대… 보수여당 긴장할 만"

▲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바야흐로 '협동조합 붐'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7개월 만에 1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그 가운데 1000여 개는 최근 6개월 새 만들어졌다. 매일 7개의 협동조합이 탄생하는 셈이다.

박 이사장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만든 기본법인데도 보수여당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며 협동조합에 대한 여당의 시선을 전했다.

윤 이사장은 "박원순 시장이 협동조합 8000개 설립을 공언한 걸로 아는데, 여당 입장에서는 박 시장이 수천 개를 만들어서 자기 지지세력으로 만들려는 거 아닌가하는 것 같다"며 "짐작은 간다. 왜 걱정이 안 되겠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그러나 "법적으로 협동조합 명의로 특정 정치인, 정당에 대한 지지나 찬성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여당의 '이른 걱정'을 차단했다.

이에 박 이사장이 "협동조합 이름으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윤 장관이 하는 건 정치 협동조합이지 않느냐. 현행법에 문제가 안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윤 이사장은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의의 정치는 기본권에 해당하는 일"이라며 "협동조합 이름으로 누굴 지지하거나 반대해선 안 되지만 조합원 신분으로 출마는 가능하다. 국회의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 정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

▲ 윤여준 <울림>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앞으로 <울림>의 목표는 무엇일까. 윤 이사장은 두 가지 큰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를 성숙시켜야 하는데 그러자면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갖는 게 기본이므로 이게 첫 번째이고, 민주시민으로서 의식을 갖고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자는 게 두 번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설명을 덧붙였다.

"국민은 주권자로서는 지배자이면서 정부 당국과의 관계에선 피지배자입니다. 그러니까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입니다. 제가 하는 얘기는, 생산자의 의식으로 소비자를 하자는 것입니다. 상품시장에서 생산자는 늘 소비자의 기호를 살펴 생산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생산자인 정치인은 정당이나 정치인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습니다. 결국 책임이 소비자에게도 있다는 것이죠. 상품시장에선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심판을 냉혹하게 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소비자인 국민은 욕만 하고 말아요. 정치적 관심을 감정적으로 소비하고 마니, 정당이 애를 쓸 이유도 없고 그래서 수십 년 간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이제는 국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통해서 정치인들을 압박하고 바꾸자는 것이지요."

박 이사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는 정치 소비자인 국민이 배제되는 정치 현실과 국민에게 무익한 기사를 생산해야만 하는 언론 현실을 비교했다. 그는 "언론도 비슷하다. 저희도 솔직히 말하면 광고에 의존해서 프레시안을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데, 역시 광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윤 이사장은 "그래서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결국 정치권력 뿐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구나'싶었다"며 "정말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프레시안>을 많이 보는데 그동안 수준이 높고 공부가 되는 글이 참 많았다. 수시로 프린트해서 다 쌓아놓고 수시로 꺼내놓고 보고 있다"며 "협동조합 이후에도 <프레시안>이 잘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 이사장의 호평 릴레이에 박 이사장은 "정치 혁신 과제에서 언론이 빠질 수 없다. 저희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언론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울림>과 <프레시안>이 같이 할 수 있는 일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두 이사장은 즉석에서 서로의 조합원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박 이사장이 마지막으로 윤 이사장에게 <울림>의 조합원 목표치를 물었다.

"우리나라 유권자가 3천만입니다."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렇게 토크콘서트 1부가 마무리됐다. 갈 길이 먼, 그러나 꿈이 다부진 두 협동조합을 향한 갈채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