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한다.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해 여야의 대선 공약이었다. 2005년 6월에 만들어진 지금의 기초의원 공천제가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화시킨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와 맞물려 '정당공천=당선'이라는 폐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박재창 위원장은 "기초단체를 구성하려는 목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정치가 왜곡됐다"며 "정상화를 위해선 중앙정치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당공천 찬반검토위원회 김태일 위원장도 "시군구 단체장과 의회의원의 정당공천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당 지도부가 이 문제의 당론화를 적극 추진해달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의견을 접수해 의원 총회 등 당론 채택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양당의 의견이 접근해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의 대선공약인 데다 '정치개혁'이란 모자까지 쓴 마당에 돌이키기 어려운 흐름이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각 당의 내년 6월 지방선거 대응과 출마자들의 선거 캠페인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지방 토호들이 발호하는 한편 여성이나 정치 신인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현실적인 부작용이 생긴다. 현역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공천 폐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현역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당정치와 책임정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정당이 좋은 후보를 검증해 선거를 임하고 지방정치를 안착시키는 본연의 정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오히려 지방정치 역량의 퇴조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방의회 정원의 20%를 여성으로 선출하는 여성명부제, 후보자가 당적 및 지지정당을 표방할 수 있는 정당표방제 등이 거론된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려면 위헌 논란도 피해가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는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최근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김진표 위원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헌법학회 등 9개 단체 및 기관에 위헌 여부를 물었다. 5일 현재 3곳에서 보내온 의견을 보면 2:1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정치학회, 한국선거학회가 위헌, 대한변호사협회가 합헌 의견을 냈다. 대한변협은 정당표시 행위 금지는 위헌이라고 봤다.
결국 정당공천제 폐지가 여야의 대선 공약과 국민여론에 떠밀려 정치쇄신 과제 1순위로 떠올랐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워졌다. 지방정치의 여러 문제가 과연 정당공천제 때문에 생긴 것이냐는 반박에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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