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서울이 달리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기 위해 전 방위적인 대기 질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서울이 제주도 수준의 공기 질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체 시내버스의 99퍼센트 이상을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하고 거리 물청소를 강화해 오 시장 취임 초기 1세제곱미터당 70마이크로그램이었던 미세먼지 농도를 최근 49마이크로그램 수준으로 개선했다. (<동아일보> 2011년 3월 19일)
#장면 2. 서울의 대기 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오세훈 전 시장은 임기 내내 이명박 전임 시장이 2004년 겨울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만들었던 스케이트장을 대폭 확장했다. 서울에서 가장 대기 질이 나쁜 편에 속하는 이곳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 163만 명이 스케이트를 즐겼다.
서울의 대기 환경 개선은 오세훈 전 시장이 임기 내내 내세웠던 업적이었다. 그러나 7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측정 결과는 이런 오 전 시장의 업적이 또 다른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은 뉴욕, 런던 등보다 두 배가량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에서 얼음을 지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시스 |
'PM(Particle Matters) 2.5'로 부르는 초미세먼지는 직경 2.5마이크로미터(1000마이크로미터=1밀리미터)보다 작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다. 머리카락(약 50~70마이크로미터)보다 최대 30분의 1에서 최소 200분의 1 작은 이 초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폐 깊숙이 침투해 심각한 호흡기계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 올라갈 때마다 조기 사망률이 0.8퍼센트 증가한다. 1995년 미국 암 학회 연구 결과도 초미세먼지의 위험을 경고한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1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 시 사망률이 7퍼센트나 증가한다.
서울 초미세먼지 오염, 뉴욕 두 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대기 중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세제곱미터당 28.8마이크로그램(2010년), 29.3마이크로그램(2011년), 25.2마이크로그램(2012년)으로 최근 2년 내내 대기 환경 기준(1세제곱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섰다. 이 농도는 미국 뉴욕(2012년 기준 13.9마이크로그램)이나 런던(2012년 기준 16마이크로그램)의 두 배 수준이다.
심지어 서울은 2011년, 2012년에 24시간 환경 기준치(1세제곱미터당 50마이크로그램)를 초과한 날도 68일이나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1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대로라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1개 측정소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년 내내 기준치를 넘어선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측정 장소가 은평구 불광동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상황은 더욱더 심각하다. 만약에 초미세먼지를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많이 배출되는 시청 앞 서울광장이나 강남 한복판에서 측정했다면 그 오염 농도는 더욱더 높아졌을 것이다.
미세먼지(PM 10)가 낳은 착시 효과
그렇다면, 이렇게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오세훈 전 시장 등이 "맑은 서울"을 외친 까닭은 무엇일까? 엉뚱한 측정 기준 탓이다.
서울시는 1995년부터 흔히 'PM 10'이라 불리는 미세먼지를 측정해 왔다. 'PM 10'은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먼지다. 이 미세먼지도 대기오염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초미세먼지와 비교하면 코, 기도 등에서 걸러져 몸속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적다. 미세먼지가 폐에 도달하는 비율이 10퍼센트라면, 초미세먼지는 50퍼센트나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가 환경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선진국은 초미세먼지 농도(연간 1세제곱미터당 15마이크로그램)를 기준으로 대기 환경을 모니터링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환경부는 초미세먼지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해 시민에게 알리는 일을 외면했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는 다른 엉뚱한 발표만 잇따랐다.
2009년 서울시는 "미세먼지(PM 10) 농도가 5년 새 20퍼센트 감소해서 2008년에는 1995년 측정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2011년에는 환경부도 "2010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1세제곱미터당 47마이크로그램으로 2003년에 비해 32퍼센트 감소했다"며 "이는 대기오염을 측정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번에 환경부가 발표한 초미세먼지 오염 상황과 비교하면, 이런 발표가 대기 오염 상황을 얼마나 왜곡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맑은 서울"을 주장하는 서울시와 환경부의 이런 발표만 믿고서 서울 시민은 초미세먼지가 가득할지 모르는 시청 앞 스케이트장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선 것이다.
초미세먼지 안 잡나, 못 잡나?
환경부가 2004년 4월부터 서울 불광동 측정소에서 초미세먼지 오염 상황을 모니터링해온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런 발표의 배경에 더욱더 의구심이 생긴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 효과를 강조하고자 의도적으로 초미세먼지 오염 상황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환경부는 이번 발표에서도 초미세먼지 예보와 같은 시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미뤘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는 미세먼지(PM 10) 예보를 수도권에서 실시하고, 2014년부터 초미세먼지(PM 2.5) 예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초미세먼지의 위험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놓고서, 그 대응은 1년 후로 미룬 것이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을 예고한 초미세먼지의 기준 농도 역시 논란거리다. 환경부는 연간 평균 기준 농도를 1세제곱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으로, 24시간 평균 기준 농도를 1세제곱미터당 50마이크로그램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일본의 기준(연간 평균 15마이크로그램, 24시간 평균 35마이크로그램)보다 낮은 수준이다.
초미세먼지 규제는 각종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 산업이나 발전 산업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초미세먼지 기준치가 국내 자동차 업계나 발전 업계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겨울마다 스케이트장이 설치되었던 서울시청 앞. 초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 물질이 섞인 안개가 가득하다. ⓒ뉴시스 |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 덮는다
초미세먼지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국경을 넘어서는 이른바 '월경(越境) 오염'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이 황사처럼 서해를 건너 날아오는 중국발 오염 물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그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자동차, 발전소, 공장 등 초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오염원이 없는 서해 백령도에서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4시간 평균 기준치보다 높은 날이 총 25일이나 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자체 오염원이 적은 백령도에서 초미세먼지 고노동가 자주 발생한 원인은 중국의 오염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중국 동해안 난개발이 더욱더 심해질수록 수도권을 비롯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오염 역시 악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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