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일 러시아가 주최한 '제4차 고위급 안보회의'에 참석 차 러시아로 출국했다. 주 수석은 이 회의에서 최근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북핵 관련 의제와 결과를 참가국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주 수석이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先)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한·미·일 3국의 공통된 인식을 국제사회에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세 차례 회의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보다 급이 낮은 외교부의 다자외교조정관 또는 국제안보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전례를 비춰봤을 때 주 수석이 수석대표가 된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주 수석의 참석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회의가 갑자기 잡힌 것이 아니라 연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타국 수석대표들이 장관급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 수석의 참석을 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러시아 주최 제4차 고위급 안보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주철기(왼쪽)외교 안보수석과 러시아 출국 전 베이징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
북한은 대미외교와 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지난 2일 러시아로 파견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는 김 부상이 러시아 외무부 차관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부상은 러시아에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노동당 국제부 김성남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도 같은 날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이들의 방문 소식을 전했으나 구체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노동당 국제부는 사회주의 국가와 양자 관계를 전담하고 있는 부서로, 이들의 방문은 북·중 고위인사 교류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핵 문제 두고 국제사회 공조 강화, 방법론에는 이견 좁히지 못해
한편 지난 2일(현지시간) 채택된 ARF 의장 성명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성명에는 "대부분의 장관들은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의무와 9·19 공동성명의 공약을 완전히 준수할 것을 독려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은 당초 의장성명 초안에서 "(미국의) 적대정책이 핵 문제와 한반도 지역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근원으로 즉시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장성명 최종 단계에서 이 문구는 제외됐다.
ARF 의장성명에서 북한의 주장만 빠진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2011년 의장성명에 "북한은 우라늄 농축활동이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주권 국가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라고 대응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들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천안함 사건이 발발했던 2010년 의장성명에는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 천안함 사건의 책임 주체로 '북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입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곧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한층 더 강화된 증거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날 성명에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사용된 것을 두고 북핵 관련 내용이 예년 수준에 그쳤다는 시각도 있다. 또 6자회담을 재개시키는 방법에 있어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한·미·일과 조속한 재개를 희망하는 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북핵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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