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진 직후 그 절망의 땅에서 들은 이 질문은 그로 하여금 <살아야 하는 이유>(송태욱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를 쓰게 만들었다. 그 질문은 3·11 동일본 대지진 1년여 전 중증의 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아들을 잃었을 때 자기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이기도 했다. 2009년 출간되어 일본에서는 100만 부가 넘게 팔린 <고민하는 힘>(이경덕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의 속편 격인 이 책은 실존적 고민을 권유한다는 연장선상에 있지만, 두 번의 절망을 겪은 뒤라서인지 목소리는 한층 더 절박하고 절실하다.
▲ 강상중 도쿄대학교 정보학환 교수. ⓒ사계절 |
그는 이 책을 근대 이후 자본주의와 함께 발달한 피상적인 '행복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진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경제 성장 둔화라는 전 세계적인 공통 위기 속에서도 유독 '저성장 사회'의 모델로 여겨지는 일본 사회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빈부 격차, 젊은이들의 실업과 높은 자살률 등 한국에서도 성장 제일주의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강 교수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로 요약되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 사회는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이라면서 "한국 사회 역시 일본의 위기를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위기 속에서 반동적인 민족주의가 쉽게 대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11 이후 일본 사람들은 열병에 걸린 것처럼 '기즈나(絆, '연대'·'유대'를 의미하는 일본어)'를 외쳤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지금 진정한 의미의 유대는 찾아볼 수 없고 어디엔가 '이어져 있다'는 감각은 '일본 국민'이라는 대합창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 독도나 댜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이나 일본의 비무장을 명시한 '헌법 9조'를 놓고 벌어지는 국내 갈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강상중 교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죽고 싶어 하는 상황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하면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 속에서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대립에 대해서도 다른 방식의 해결점을 찾아낼 수 있는 힌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전작 <고민하는 힘>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그는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고민을 되새긴다. 그들은 현재 끝에 다다른 '행복론'의 한계를 이미 100년 전에 꿰뚫어 보고 그것을 문학과 사회학으로 풀어냈다.
이 외에도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 윌리엄 제임스를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특히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m)' 개념은 "안이한 낙관론만을 말하는 건 범죄적이다. 미래는 결코 밝지 않지만 지독한 고민과 절망과의 대면을 통해서만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를 함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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