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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대 청소노동자들 편지, "존경하는 박원순 시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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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대 청소노동자들 편지, "존경하는 박원순 시장님께!"

서울시 65세 정년 방침으로 63명 중 24명 집단 계약만료 기로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우리를 내치지 말아달라"며 간곡한 편지를 썼다. 이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63명 가운데 24명(38%)이 오는 2015년 1월 1일 자로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으며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서울시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시는 지난해 말 산하기관 등이 간접 고용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4000여 명을 시가 직접 고용한다는 '서울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은 올해 3월부터 용역업체가 아닌 시립대에 직접 고용됐다. '직접 고용'은 여타 사립대 등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방침을 발표하며 정년을 65세로 한정했다. 직접 고용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고용 안정'이란 65세까지만 허용되는 셈이다. 이를 넘는 노동자들은 아무리 생계가 어려워도, 또 일할 체력이 충분해도 자동 계약만료된다. 정작 서울시의 비정규직 대책을 적용받지 않는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 사립대에서는 통상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1.8퍼센트를 차지했다. 오는 2017년이면 14퍼센트를 넘어 '고령 사회'로 들어선다. 평균 수명은 지난해 기준 남성 77.3세, 여성 84세로 조사됐다. 하지만 고령층에 대한 국가적 생계 지원책은 보잘것없다. 2011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8퍼센트였다. 절반에 가까운 노인이 '빈곤층'인 셈이다.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 상당수도 노인 빈곤층에 속한다. 65세에 일을 그만두면 약 20년을 소득 없이 버텨내야 한다. 비록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일자리지만, '청소 노동'이 이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다. <프레시안>은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쓴 편지 13개 중 2개를 골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들의 '인간다운 노년'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편집자>

ⓒ프레시안

#1.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 박희순 씨(가명).

시장님 안녕하시고 건강하시지요. 불철주야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시는 시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시립대에서 일해 가족을 부양하는 미화원입니다. 시장님께서 (직접 고용) 기간제로 전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헌데 정년을 65세로 하시어 우리들은 고민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인생의 황혼인 나이에 남들과 같이 인생을 즐기며 걱정 없이 살다 인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부양할 가족이 있어 일을 하여야 합니다.

미화 일은 단순 노동이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같이 퇴직하면 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여야 먹고 삽니다. 사립대에서는 미화원의 정년을 70세로 하는 곳이 있고, 본인이 원할 때까지 하는 곳도 있습니다. 국립대학인 서울대도 70세로 하고 있는데 유독 시립대만 65세로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시립대도 정년을 70세로 하시어서 늙게나마 걱정 없이 밥 먹고 살다 인생을 마감하게 배려와 선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시장님께서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시리라 굳게 믿겠습니다. 시장님이 건강하셔야 서울시민이 편안하니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시민이 존경하는 시장님이 되어 주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2. 서울시립대 '21세기관' 청소노동자 정찬희 씨.

시장님께! 존경하는 시장님! 저는 동대문구에서 40년을 넘게 살아왔고, 동대문구가 고향이고 동대문구가 저의 일터입니다. 그리고 시립대에서 10년을 넘게 일을 해 왔고 또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누구는 청소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제가 제 자랑은 아니지만 정말 저는 열심히 청소를 하여 학생들이 쾌적하고 맑고 깨끗한 곳에서 공부를 하여 이 세상에 등불이 되어 가는 학생들을 불결한 곳에서 학업을 하다 병들고 쇠약해지는 것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참으로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장님의 등장으로 나는 65m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생겼습니다. 5m만 더 올라가면 평지를 만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맞이할 수 있는데 시장님은 우리 청소 노동자를 나락으로 떠밀고 있습니다…. 왜! 왜! 왜! 생명은 연장되는데 정년은 감퇴합니까. 시장님은 답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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