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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직원들에게 존경받고 있습니까?"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7> '공평무사'와 '인간적 매력'

K 사장님!

오늘은 최고경영자의 처신에 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평소 최고경영자는 존경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것은 최고경영자가 완벽한 인격을 갖춘 성인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 자신의 회사 내부에서는 존경받을 수 있는 일면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일면은 빼어난 인격일 수도 있겠고 출중한 업무능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아무튼 임직원들에게 같이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경영자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존경받는 경영자만이 자신이 이끄는 조직 내에서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존경받는 경영자를 발견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우리 사회의 풍토 탓도 있겠고, 존경받을 만한 몸가짐 갖추기를 어렵게 만드는 우리의 척박한 경영여건 탓도 있을 것입니다.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시절에야 존경이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향후의 투명경영 사회에서는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경영자의 필수적인 경쟁력 요인으로 대두될 것입니다.

자신의 직원들로부터 존경받기 위해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두 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공평무사의 정신과 인간적인 매력입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많은 것을 내포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을 고루 갖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이 노력하면 자신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원칙과 성격적 특성도 노력 여하에 따라 스스로 지키고 갖출 수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평무사의 원칙은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공평무사의 정신처럼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원칙도 없을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 대한 평가와 동기부여에 있어 정확해야 하고 사사로움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곳곳에 내 사람, 남의 사람을 따지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하긴 나라를 경영하는 위정자들도 사람 줄 세우기의 구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그런 풍조가 기업에서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고경영자의 행동은 결코 사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는 문자 그대로 최고의 직위에 오른 사람입니다.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에게 내 편, 네 편이 있을 수 없고, 결코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에게는 모든 임직원이 다 자기 사람이어야 합니다. 설사 그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상에 선 순간부터는 모든 조직구성원을 내 사람으로 여기고 정확한 평가에 근거한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경영자는 자신에 대해서도 공평무사의 원칙을 한 치의 어김없이 적용해야 합니다. 특히 자금의 활용이나 비용의 집행에 있어서 공사의 구분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관한 한 아직도 전근대적인 관행이 우리 기업의 곳곳에 잔존하고 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또 그런 점들이 우리 경영자들을 존경받지 못하게 하며, 나아가 우리 경영자들의 치부까지 되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즘의 직원들은 사장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해서 존경은 고사하고 리더십조차 포기해야 하는 우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덕목인 인간적 매력은 최고경영자가 겸손하고 솔직할 수만 있다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거기다 직원들에 대한 약간의 배려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겸손이 인간 최고의 처세술임은 일찍이 노자의 도덕경에도 나오는 말씀입니다만, 정상에 서 있는 최고경영자에 의해 행해질 때 그 위력은 더해질 것입니다. 사장님이 겸손하고 격의 없는데 감동하지 않을 직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겸손한 최고경영자를 발견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최고경영자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겸손하고 싹싹하던 이들도 그 자리에만 오르면 거들먹거리거나 형식적인 의전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존경 받는다는 것이 뭔지 모르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례라고나 할까요.

솔직함은 사람의 매력을 더해주는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경영자라면 존경받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잘못을 부하들에게 책임전가하여 신망을 잃는 경우가 더 많죠.

인간적 배려는 경영자의 매력에 빛을 더해줍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무심결에 부하 직원에게 인격모독성 발언을 하거나 하급자 면전에서 상급자에게 망신을 주어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고 야단은 개인적으로 하는 배려만 있어도 부하들은 감동받게 됩니다. 상처와 감동은 이렇듯 종이 한 장 차이로 엇갈리게 되는 거죠.

이 이야기를 써 나가다보니 이 모든 경우의 모범사례에 해당하는 경영자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그는 바로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입니다. 혼다 소이치로는 창업 초창기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던 시절에도 직원 몇 명을 앞에 놓고 조회를 하면서 "우리는 기술력으로 세계의 혼다가 될 것"이라고 훈시를 했다고 합니다. 소규모 공장의 사장이 세계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 더 우스운 건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직원 중에 그 말을 심각하게 듣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혼다 사장을 존경하고 진심으로 따르고 있었던 것이죠. 혼다는 부하들을 무섭게 야단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어떤 때는 심한 꾸중만으로 모자라서 부하들을 발로 걷어찰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날이면 반드시 "오늘 밤에 한 잔 어떤가?"하고 그 부하의 기분을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부하들은 그에게서 야단맞는 것을 자신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서 기분나빠 하기보다는 오히려 감동으로 받아들이곤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인간적인 혼다였지만 스스로에게는 엄격해서 자신이 기술적 우위를 주장했던 공냉식 엔진이 실패로 판명되자 홀연히 사표를 내고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맞서서 수냉식 엔진을 주장한 부하들을 기용하는 넓은 아량을 보여주었죠.

이밖에도 그는 자신의 아들을 회사에 끝내 들이지 않았고 임원으로 있던 자신의 동생을 퇴직시키는 등 감동적인 일화를 많이 남긴 바 있습니다. 그는 타계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경영자입니다.

아시다시피 그가 창업한 혼다도 그의 소망대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지요. 그렇게 존경받는 경영자가 이끈 기업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존경받는 경영자가 많이 나와서 그런 분을 사례로 다루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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