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DMZ 세계평화공원과 그린데탕트'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통해 "정부는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해 대결과 긴장의 DMZ를 신뢰와 평화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구상은 새로운 차원의 남북 간 협력모델로서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DMZ에서의 협력은 남북간의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를 강화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남북간 녹색 경제협력을 촉진해 '그린데탕트'를 통한 남북 환경공동체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DMZ 세계평화공원과 그린데탕트' 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행태를 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DMZ 평화공원 조성'이야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분쟁지역을 평화로운 방식을 통해 상생의 지역으로 바꾸자는 큰 틀에서 봤을 때, DMZ 평화공원 조성과 노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논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 정부의 통치행위에 대해선 집권여당과 정보기관이 앞장서 마치 영토 포기인 양 색깔론을 퍼붓고, 박근혜 대통령조차 이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런 모순된 태도로 인해 트위터에선 "노무현의 서해평화지대가 NLL 포기면 박근혜의 세계평화공원은 DMZ 포기냐"는 빈축이 퍼지는 것이다.
게다가 취임 초부터 경색된 남북관계는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대화록 공개에 북한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고 있지 않지만, 자신들의 '최고 존엄'이라고 생각하는 김정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외부에 공개된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평가했던 개성공단은 석 달째 가동을 멈췄고 '격' 따지다 '재' 뿌린 남북회담은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관계가 원만하더라도 북한의 협조가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DMZ 평화공원을 두고, 북한의 협조는커녕 남북 간 아무런 대화채널도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못한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평가다.
스스로 무너뜨린 '국제적 스탠더드'
한편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향후 외교적 파장이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외교 분야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 분야에서 관련 기록은 관련 법률에 따라 관리되어 오고 있다"면서 "(대화록 공개로 인해)앞으로 외국과의 정상회담이나 외교 분야의 파장이나 영향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대변인의 말처럼 향후 외교적 파장이 '전혀' 없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 공개한다면 회담에 임하는 당사자들에겐 신의와 비밀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각종 회담은 물론 남북 관계 개선에 상상하기 힘든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박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국제적 스탠더드(기준)'를 무너뜨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남북 당국회담의 수석대표 '격' 문제를 놓고 "국제적 스탠더드로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적 스탠더드에 맞지 않아 남북 당국회담도 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국제적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사실상 묵인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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