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법안은 25일 열리는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합의에 이르러야만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다. 또 제정법이라 반드시 공청회를 거쳐야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의 반대로 공청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는 다시 백지화될 수도 있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명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실을 직접 찾았다. 장동만(48) 씨는 딸을 잃은 데 이어 현재 그의 아내까지 폐 이식 수술 후 투병하고 있다. 백승목(남·41) 씨는 지난 2006년 세 살배기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고 이재남(34) 씨의 남편은 폐와 심장 이식 수술 후 투병 중이다.
이들은 장동만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사망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명시된 백승목 씨 딸의 사망 진단서 등을 해당 의원실에 전달했다.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급한 일정으로 방문한 탓에 7명의 의원(이완영·이종훈·김성태·김상민·서용교·주영순·최봉홍 의원) 중 김성태·김상민·이종훈 의원만을 만날 수 있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지난 3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진전'을 열었다. ⓒ연합뉴스 |
"생명을 걸고 왔다"…"최선을 다하겠다"
피해자들은 김성태 의원을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요청한 끝에 약 3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애초에 김성태 의원은 일정상의 문제로 피해자들을 만나기 어렵다고 통보했었다. 그러나 준비해온 문서를 전달하고자 의원실을 찾은 피해자들과 마주치자 잠시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이자 법안심사 소위원회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김성태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구제에 반대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여러분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장동만 씨는 "딸을 떠나보내고 부인은 투병 중인데 이제 더는 한 달에 400만 원까지 드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제 내 생명을 걸고, 피해자 구제법에 반대하는 의원 앞에서 부인과 죽을 결심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19일 전체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김상민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은 반드시 진행되고 관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자녀와 아내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127명이 사망했다"며 "당장 국회가 무너져서 국회에서 127명이 사망하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신문 1면에 실리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는 여야가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일 앞에 어떤 쟁정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의원(법안심사 소위원회 위원)은 "법안이 없어서 대책을 만들 수 없다면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며 "하루빨리 논의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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