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검찰수사가 끝났다. 지난해 12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6개월여 만의 일이다. 알려진 대로 이 사건의 핵심은 정보부서의 최고책임자였던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는가에 있다. 검찰은 이들이 선거 및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등으로 원 전 원장에 대하여는 불구속기소하고 그 외 직원들에 대하여는 기소유예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이로써 국정원도 선거개입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자유민주적 국가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그 본질을 떠나서도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과제를 남겼다. 이제는 해묵은 과제가 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 대안의 모색이 그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 해 검란의 소용돌이를 딛고 새 정부의 검찰수장이 된 채동욱 총장의 검찰권 행사에 대한 첫 시험대이기도 하였다는 면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채 총장 스스로도 결연한 태도로 수사에 임한 것으로 비쳐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선거법의 적용을 문제 삼으면서 검찰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후 문제는 그 핵심에서 벗어나 검찰의 중립성 시비문제로 옮겨갔다. 검찰이 기존의 행태를 뿌리치는 결단을 보여주지 못하고 혼란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관심 있게 바라보던 국민들도 검찰수사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시키는 동시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음직하다. 그런 것이 황 장관의 개입 이후 뚜렷한 이유 없이 공소제기가 미뤄지면서 검찰수사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진정성을 믿고 싶어 하던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만 안겨줬다.
형사절차는 강제력이 수반된다는 그 특성상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법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것이 백번 옳다. 같은 맥락에서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여야 하는 데 대해서도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미루어 볼 때 모종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중대성이 있다. 아무리 황 장관 본인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하였다지만 그것이 검찰수사에 대한 사실상의 지휘권 행사였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결국 검찰도 태도를 바꾸어 고육지책으로 선거법을 적용은 하되 원 전 원장에 대해서만, 그리고 불구속기소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타협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국정원 댓글사건은 청와대 및 법무부가 검찰을 장악하고 있는 현행의 권력구조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또 한 차례 보여주었다. 이유야 어떻든 이 사건은 정치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관계된 것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국민적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그 처리과정에서 불편부당한 자세를 유지함과 동시에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하나, 애석하게도 그러질 못하고 또 짜맞추기 수사의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검찰수사에 대한 반복되는 허탈감에 국민의 눈이 여야가 올 상반기 내에 도입하기로 한 상설특검제로 쏠리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법무부는 이미 사안별 특검제도안을 내놓고 있지만 크게 기대할 바가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난 몇 차례의 특검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짧은 시간에 특별검사의 적임자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수사대상 및 기간의 제한으로 사실을 밝히는 데는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최근 열린 국회 사개특위 주최의 상설특검제공청회에서는 아직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그나마 6월 임시국회에서 상설특검법안이 가까스로 법사위에 상정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 제도도입의 실효성 여부에 대하여 더 이상 왈가왈부할 시간이 없다. 실효성의 문제는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향후 논의는 여기에 담을 재료개발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상설특검제 시행의 성공을 위한 대강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끝내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그 활동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될 수 있는 상설특검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차원에서 특검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되 시민까지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그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사착수에 있어서 특별검사에게 인지권한을 부여하는 상설특검이어야 한다. 상설특검이 주로 함께 논의되고 있는 특별감찰관제와 연계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필요한 경우 특검 스스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부고발에만 의존하여 수사를 진행하게 한다면 상설의 의미가 퇴색되어 자칫 무늬만 상설인 특검이 될 공산이 크다.
셋째, 공소제기 여부를 기존의 검찰과 같이 그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반드시 기소를 의무지우는 상설특검이어야 한다. 이는 상설특검제 도입의 근본취지가 검찰의 정치권에 영합한 기소재량주의를 견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참여연대가 서기호 의원을 통해 발의한 법안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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