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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비리, 10억 아닌 100억 원으로도 못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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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비리, 10억 아닌 100억 원으로도 못 잡아!"

[토론회] "핵발전소가 전력 대란 원인, 위험하고 비효율적"

"후쿠시마 사태가 핵발전소 안전 신화를 깼다면 최근 발생한 불량 부품 사태는 핵발전소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한다는 신화를 깼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 5월 신고리·신월성 핵발전소 1·2호기에서 시험 성적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난 후 핵발전소를 둘러싼 비리 실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났다.

모든 핵발전소의 시험 성적서를 놓고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발전소 23기 중 8기에서만 64개 품목 327건(6월 21일 기준)의 시험 성적서 위조를 확인했다. 모든 핵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끝나면 총 몇 건의 위조가 드러날지 종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핵발전소 부품 비리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신고리 1·2호기.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위원회, 산자부 앞다퉈 "핵발전 비리 척결"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불량 부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 문신학 과장은 최근 발생한 신고리·신월성 1·2호기 불량 부품 사태가 "시험·인증 기관 자체가 위조의 주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며 "지난해 영광 5·6호기의 품질 검증서 위조 사건에서 위조의 대상이 된 부품은 스위치 등이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특수 설비"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 안전정책과 엄재식 과장의 말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험 성적서 리스트를 추출해 발행 기관을 파악한 뒤 발행 기관을 직접 방문한다. 발행 기관이 보유한 원본과 시험 성적서를 대조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에서 부품 제조 업체 'JS전선'이 불량 부품을 납품했지만 검증 기관인 '새한티이피'가 나서서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준 만큼, 검증 기관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발전소 비리 재발 방지 대책으로 제보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 옴부즈만'을 운영하고 제보의 내용에 따라 최고 1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너도나도 '핵발전 비리 척결' 외치지만…

그러나 관련 기관이 아무리 쇄신책을 내놓아도 여전히 핵발전소 비리를 척결하고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영학 환경법률센터 소장(법무법인 이산 변호사)은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부품 비리 원인은 기술적 문제"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이런 사람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비리 감시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옴부즈만 시스템을 놓고도 "옴부즈만 인터넷 사이트는 반드시 실명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신고 양식서에도 이름이 자동으로 기재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서 여영학 소장은 "지난해 11월 품질 검증서 위조 사건 때도 한국수력원자력 1급 임원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했으나 실제로 수리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의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불량 부품 사건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일종의 '쇼'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용수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한국원전기기검증협회 총무이사)는 "시험 성적서 한 건당 책 한 권 분량이니 시험 성적서 12만5000건이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국내 전문 인력이 10여 명에 불과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2~3개월 동안 70~80명의 인원을 투입해 조사한다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가정에도 산업에도 싼 전기 퍼주는 한국

핵발전 비리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싼 전기'가 꼽혔다. 특히 산업용 전기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느라 핵발전소 짓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 총체적인 부실 운영 사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한국은 전력 수급의 약 30퍼센트를 핵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불량 부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핵발전소는 안전사고 등의 이유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동을 멈출 위험이 크다. 이렇듯 가동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핵발전소에 전력 수급을 의존하면 언제든지 현재처럼 전력 대란을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산업계에 싼 전기 요금으로 풍부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정책의 주요 목표인 정부로서는 핵발전소가 답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로는 2024년에 한국은 현재 전기 소비량 세계 1위인 미국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쓰게 된다"며 "그러나 가정용 전기 소비량은 많은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용 전기다. 산업용 전력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54퍼센트(2010년 기준)를 차지한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산업 현장에서 전기를 아껴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정의 전기 요금 역시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100원에 전기를 사서 87원에 파는 밑지는 장사를 해온 덕이다. 한국의 전기 요금은 일본(2.8배), 중국(1.4배)보다 낮다. 그는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는 전기 요금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태양광 발전 잠재량, 2030년 예상 에너지 소비의 3배

마지막으로 양이원영 처장은 핵발전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태양광 발전의 기술적 잠재량은 2030년 예상되는 최종 에너지 소비의 3배"라며 "2011년 전기 소비량을 담당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면적은 국토 면적의 5퍼센트 이하이니 도심의 건물만 잘 활용해도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계의 자가 발전 설치를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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