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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반공우파' 손 잡고 NLL 광풍 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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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반공우파' 손 잡고 NLL 광풍 탔나?

[데스크 칼럼] 'NLL 안보 공세' 뒤에 숨은 의도가 무섭다

조짐이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드러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보단 낫겠지 싶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점점 판박이다.

여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꺼내들었다.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의 단독 플레이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너무 짙다. 새누리당에, 국정원에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공모할 강심장은 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무마하려는 국면 전환용 물타기 혐의가 있다. 검찰에 대한 곽상도 민정수석의 외압 의혹은 청와대가 이 문제를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 예의주시해왔음을 반증한다. 여권의 NLL 공세는 급한 불부터 끄자는 계산이겠으나, 박근혜 정부의 분깃점이 될 만한 위험한 짓이다.

두 가지 데자뷰가 겹친다. 첫째는 5년 전 이맘, 촛불 항쟁 배후의 '좌익 빨갱이'를 운운하며 민심에 산성을 쌓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다. 초반부터 중도와 실용을 내던지고 반공 보수의 품에 안긴 그 정부의 나머지 4년6개월이 어땠는지는 가물가물한 기억이 아니다. 반공 보수의 본산인 일부 교회의 몰지각한 목사들이 준동했다. '형님'의 승리로 끝난 권력 갈등은 특정지역의 인사와 이권 독식으로 이어졌다.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건설족들의 밥그릇을 채웠다. 남북관계는 대화 한 번 못해보고 파탄났다.

두 번째 데자뷰. 대선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박근혜 캠프가 '보수 결집 전략'으로 방향을 튼 계기 역시 '노무현 NLL 발언'이었다. 북한 문제만큼 보수층을 자극하는 환각제는 없다. 새누리당 총선 승리의 1등 공신이자 '박근혜의 변화'를 상징하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그즈음 밀려났다. 이한구 의원 등이 득세해 경제민주화를 깎아내렸다. '반공 보수'와 '시장 보수'가 의기투합해 김종인을 '팽'했다고들 했다. 김종인 전 수석이 "NLL을 쟁점화한다고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6.25를 겪고 남북관계 긴장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우려를 표시하는 면이 있지만 55세 이하의 국민은 그런 인식이 잘 없다"고 했으나 박근혜는 뒤돌아보지 않고 보수로 유턴했다.

51:49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그 후과는 대선 후에 나타났다. '변화와 개혁'을 포기한 박근혜 정부엔 반공 보수와 시장 보수 일변도로 채워졌다. '애국 우파'의 정체성을 상대방을 향한 '정치적 창녀'라는 극언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청와대 대변인은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고꾸라졌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국정원장에 장성들이 발탁되면서 '선군(先軍)정치'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개성공단은 문 닫을 위기에 몰렸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 대화 기회는 '격'을 따져 걷어찼다.

ⓒ연합

모두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북한에 격하게 부딪힌 결과 국정수행 지지율이 60%까지 올라간 현실은 정권으로선 혹할 만한 일이다. 반공 우파의 전가의 보도가 된 NLL 문제가 맥락 상 그냥 나왔다고 보이지 않는 이유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대화냐 대결이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일주일 앞이다. 이 상황에서 다시 NLL 논란이 '돌출적으로' 제기됐다고 보긴 어렵다.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력을 보면 그런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4년, 육참총장이던 남 원장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복을 벗었다.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갈등설이 소문으로 돌았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예비역 장성 모임 등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 국정원은 죽었다"고 개탄했다는 얘기도 있다.

2007년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국방부장관으로 참여했던 김장수 실장은 작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새누리당이 NLL 문제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기름을 부었다. 남재준 원장과 김장수 실장은 육사 선후배 사이다. 민감한 시점에 다시 불거진 NLL 논란과 평생을 군에 몸담으며 적에 대한 섬멸론을 익혀온 이들의 이름이 함께 부각되는 게 과연 우연일까?

다른 한편으론 지난해 겪었듯이 반공 우파의 NLL 공세가 몰고 올 시장 우파의 조용한 점령도 우려된다. 6월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 와중에 실종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관료들, 새누리당이 입을 모은 '경제민주화 속도조절'이 용이해진다.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적 분노와 대척점에 서있던 재벌들에겐 좋은 일이다. 우측 깜박이를 확실하게 켠 정부에게 재벌들이 양보할 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큰 기로에 섰다. 후보 시절엔 김종인 전 수석 한 사람을 버린 것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권부에 겹겹이 포진한 반공 보수와 시장 보수의 압력에 박 대통령이 굴복할 경우 남북관계의 유연한 모색과 경제민주화가 '팽' 당한다. 지지율 관리 문제로, 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피해가자고 국민들과 도박판을 벌일 일이 아니다. 'NLL 매카시즘'에 브레이크를 걸 현실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뿐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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