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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시간만 일하며 먹고사는 방법

[프레시안 books] 마르틴 베를레의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

얼마 전 보리출판사가 주 30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뉴스를 듣고 회사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삼성의 7-4제(7시 출근-4시 퇴근)를 떠올렸을까? 아니면 당장 줄어들지도 모를 월급을 걱정했을까? 예전에 삼성은 출근 시간만 제대로 지켰다고 하지만, 해당 출판사는 '아쉽게도' 임금 삭감 없는 1일 6시간 근무를 시행한다고 했으니 한국에서도 꿈의 직장이 탄생한 것은 아닌가?

회사원들은 안다. 금요일 저녁이 얼마나 설레고 일요일 밤의 비참함이 얼마나 깊은지를. 적어도 내 주변을 봤을 때, 회사원의 노동 시간과 행복 지수는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시키는 일은 야근을 해서라도 기어코 해내지만, 집으로 퇴근한 후에는 보리출판사를 부러워하고 또 부러워한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은 물론이고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가운데서도 노동 시간이 가장 긴 국가다. 통계상 연간 노동 시간은 2074시간이다(OECD Employment outlook 2010). 그렇다면, 유럽의 선진국이자 이 책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장혜경 옮김, 라이프맵 펴냄)의 저자인 마르틴 베를레의 나라 독일의 경우 노동 시간이 얼마나 될까?

▲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마르틴 베를레 지음, 장혜경 옮김, 라이프맵 펴냄). ⓒ라이프맵
놀라지 마시라, 독일의 경우 1309시간으로 나타났다. 무려 우리보다 765시간이 적고,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95일 정도를 덜 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의 회사원들은 우리보다 최소한 1년 중 95일만큼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놀랍게도 그들의 직장 역시 짧은 시간 일할 뿐, 일하는 모습은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베를레는 비정상인 '직장'을 단호하게 '정신병원'이라고 이름 붙이는데, 수많은 직장인들을 코칭하면서 체험한 에피소드는 우리와 놀랄 만큼 유사하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신입사원들이 해병대 캠프를 가는 것과 같이 독일인들도 '팀 빌딩 프로그램'에 소집되어 의미 없는 건축 공사를 하거나 등산을 가야 한다.

고용평등촉진법에 위배되면서도 취업에서 동독인들을 차별하는 것과 우리가 여성-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우리에게도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멋진 이름의 알려지지 않은 법이 있는데,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오직 경영진을 위해 쓸데없는 보고서를 만들거나, 사장 1인을 위해서 수많은 종업원이 불편을 감수하며 본사가 이사를 가기도 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기업 문화-예를 들자면 창의, 상호 존중, 정직 등-를 종업원에게 강요하는 것도 우리와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결국 회사원의 비애는 만국 공통의 감정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독일 사회와 한국 사회의 차이만큼 큰 간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정신병원'에서 과감하게 이직을 단행하여 성공한 고객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직한 회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주 민주적인 기업으로, 직원들이 상사를 투표로 선출했고 연봉은 직접 결정했으며 서로를 아주 존중하는 분위기다. 그것이 그녀의 가치관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291쪽)

이 회사 시민 단체나 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유통 회사라고 소개될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상사를 투표로 뽑고 연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해당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회사가 기반을 둔 독일 사회의 토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가 일반화되어 있고 그 역사가 깊으며, 강력한 산업별 노동조합이 정당과 연계된 튼튼한 사회적 기반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조건이 위와 같은 회사의 사례로 드러났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 1부에서 '정신병원'의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결론인 2부에서는 '정신병원'인 직장을 과감하게 옮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직이 의미 있으려면 '정신병원이 아닌 회사'로 옮겨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여전히 회사 자체가 아니라 회사를 둘러싼 사회가 아닐까?

최소 4주간의 유급 휴가가 주어지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직장인과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끔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우리 사이에는 넘지 못할 강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이 책을 통해 저 도저한 만국 회사원의 비애를 느끼는 한편, 저들의 조건과 우리가 많이 다르다는 사실 또한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절감의 크기는 연간 95일을 더 일해야 하는 우리의 빡빡한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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