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교수는 지난 26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바로 가기 : 임시 연습장)에 '88만 원 세대, 이젠 절판할까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처음에 이 책 쓰면서 생각한 변화가 사실 벌어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 우석훈 교수. ⓒ프레시안 |
그는 <88만 원 세대>가 "세상에 준 기여보다 부정적 폐해가 더 많게 된 책"이며 "청춘들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로 삼게된 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이 시대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출판사와 상의해 절판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춘이여, 정신 좀 차려라"는 말로 책의 독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이 글로 인해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자, 공저자인 박권일 씨는 절판이라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트위터에서 "절판에는 미련이 없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20대에게 화풀이하듯 절판시키는 게 책임 있는 행동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 뒤 자신의 블로그(☞바로 가기 : delicato agitato)에 이와 관련한 글을 올렸다.
박권일 씨는 우 교수가 절판 의사를 표명한 사실을, 언론사의 취재 전화를 받고 뒤늦게 알았다면서 출판사(레디앙) 역시 블로그 절판 선언 이후에야 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이 유감스럽다면서 그는 "솔직히 말해 '이건 또 무슨 이벤트이고 마케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88만 원 세대>의 한계는 우석훈 씨가 말한 것처럼 '청년들에게 싸우지 않을 핑계를 제공해서'가 아니"라면서 "'책을 읽고도 청년들이 싸우지 않는다. 실망했다'는 식의 주장은 이 책에 대한 과대평가"라고 밝혔다. 이어서 책에 한계가 있다면 책임은 저자들에게 있는 것이지 그것을 청년 세대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절판에 동의하는 것은 <88만 원 세대>의 시대적 역할과 한계를 공히 절감해왔기 때문"이라며 "이 책의 한 구절이라도 보았을 모든 독자들께 마음을 다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고 끝맺었다. 이로써 <88만 원 세대>는 확실히 절판의 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레디앙 측은 "저자들의 입장을 존중해, 더 이상 책을 찍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88만 원 세대>는 2007년 출간 이후 한국 출판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20대'라는 화두를 던진 베스트셀러 사회과학서다. 13만 권 이상이 팔렸으며, 비정규·불안정 노동에 시달리게 될 20대들을 '88만 원 세대'란 신조어로 묶어내 반향을 일으켰다. 애초에 20대의 노동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박권일 씨가 만든 이 말은, 그 추가 '세대'로 기울어져 사용되어 왔다.
우석훈 교수의 절판 선언을 지켜보는 누리꾼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20대의 사회 참여를 바랐으나 알리바이를 제공했다는 말이 아프다. 20대여 움직여라!"(@got***)라며 우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가 20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절망은 쉽게 생기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phanta****)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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