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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경험 없는 학생? 미술 0% vs. 수학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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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경험 없는 학생? 미술 0% vs. 수학 100%!

[프레시안 books] 데이비드 맥캔들리스의 <정보는 아름답다>

"정보는 소중하다."

아주 오래 전 정보를 실어 나르는 매체가 절대 부족하던 시기에는 정보의 존재 그 자체가 중요했다.

정보를 소유하거나 독점하는 계층이 특권을 누려왔다. 하지만 수집되는 정보의 양도 적었고 그 정보가 전달되기까지의 거리, 시간은 정보의 본질을 왜곡시키기까지 했다. 교통수단의 발달은 정보 전달의 가속화를 불러왔지만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다. 요즘 정보의 생성과 확산의 속도는 빛의 속도를 능가하지 않을까?

이런 기술적, 사회적 변화는 정보에 대한 가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인터넷의 팽창은 무차별적이며 양도 많은 무료 정보를 배포하게 되었고, 정보의 수신자로서의 대중들은 저자의 말처럼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 <정보는 아름답다>(데이비드 맥켄들리스 지음, 이정인 옮김, 생각과느낌 펴냄). ⓒ생각과느낌
데이비드 맥켄들리스의 <정보는 아름답다>(이정인 옮김, 생각과느낌 펴냄)에 게재된 내용들은 통칭 인포메이션 그래픽스-정보 디자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야다. 흔히들 인포메이션 그래픽이라 하면 도표를 떠올린다. 도표는 도와 표, 즉 다이어그램과 테이블을 말한다. 다이어그램은 막대그래프와 파이차트 등과 같은 것이고 테이블은 엑셀에서 생성되는 문서와 같은 것이다. 즉, 도표는 정보 디자인의 여러 부분 중 하나로 아주 적은 부분이다. 오히려 이해를 위해서는 읽는 법을 배워야 할 정도로 어렵기도 하다.

예전에 <과학동아>의 아트 디렉터로 일할 때의 경험이다. 자연 계열을 전공한 취재 기자는 자신이 작성한 기사의 레이아웃 속에 그래프를 많이 넣기를 원했고 나는 그래프 유는 아예 책에서 빼자고 주장했다. 기자의 논거는 과학자들끼리는 그래프만 보면 사실(fact)이 정확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동아>는 과학자들이 보기보다는 과학을 전공하려는 중·고등학생과 과학에 관심 있는 다른 전공의 대학생, 직장인이 보는 매체였다. 나는 아무리 좋은 내용도 읽기 이전에 독자에게 외면당하면 무용지물이고 그래프는 그런 측면을 부각시킨다고 주장했다. 결국 편집장과 전격적으로 합의를 하고 <과학동아>에서 일반적인 그래프는 대부분 사라졌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단순하고 딱딱한 그래프보다는 정보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텍스트를 최소화 한 인포메이션 그래픽은 정보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인 예는 혈액형의 수혈 관계도. 관계도로 정보를 전달하면 간단하지만 이것을 문장으로 전달하려면 32개의 문장이 필요하다.

"내 자신의 호기심과 무지함을 충족하기 위해, 내가 답을 알고 싶은 주제들을 우선적으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사실과 건조한 통계를 피하는 대신 정보를 의미 있게 만드는 사실들 간의 관계와 맥락, 연결성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저자가 위에서 말하듯이 이 책의 장점은 정보 디자인으로 표현한 원천 정보 자체가 재미있고 매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학 전공별 성 경험이 없는 학생 분포'를 보면 미술 전공은 0퍼센트, 수학 전공은 100퍼센트에 가깝다. 이런 조사의 의미를 떠나 기발한 소재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일간지, 주간지에서 보는 것과는 내용과 형식이 아주 다른 것이다.


ⓒ생각과 느낌

국내 일간지의 경우 속보와 통계가 주를 이루며 담당 디자이너 한 명이 하루에 서너 개의 분량을 처리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기사 내용을 정리하는 에디터, 내용에 들어갈 각종 이미지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미지와 글을 조직화해서 레이아웃을 하는 디자이너. 최소 3인 이상이 하나의 정보 디자인 생산에 관여를 하고 있다.

<정보는 아름답다>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인포메이션 그래픽과 그래픽 뉴스 그리고 그래프 형식을 망라해서 보여주고 있다.

'무슨 색을 입었을까?'는 2002~2010년까지의 여름과 겨울의 유행한 여성복의 색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고 '누가 세계를 움직일까?'와 음모론인 '누가 진짜 세계를 움직일까?'는 호사가들의 흥미를 돋우는 대목이다.


ⓒ생각과느낌

'댄스 음악과 록의 계보'는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정보 디자인의 좋은 예이다. 각 음악의 경향에 어울리는 서체를 선택하고 색상과 도형의 모양으로 관계를 표현한 이 정보는 지면 크기가 여유만 있었어도 대표 가수나 밴드의 로고 타입, 사진을 넣었으면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얻었을 듯하다.

'당신에 대한 책'은 사람의 DNA를 책으로 은유해서 풀어낸 것이다. 유전자는 페이지로 염기쌍은 문단으로, DNA는 단어로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다.

표지에도 사용된 '색과 문화(세계 각국에서 색깔들이 갖는 의미)'를 보면 동심원과 방사선을 활용해서 11개 지역에서 13개 색이 가지는 84개의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정색이 지역별로 상충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노란색은 권위를 의미하지만 미국에서는 비겁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과느낌

'페터스 투영도법(대륙의 실제 크기)'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관(?)을 뒤집는다. 교과서에서부터 여행서적까지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세계 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려진 것이다. 이 도법의 문제는 적도에서 멀어지는 나라일수록 면적이 부풀려진다는 점이다. 즉, 러시아, 북미, 북유럽 등이 넓어지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는 축소된다. 즉, 현재 시점의 강대국들의 영토가 넓어 보이는 무의식적 사대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생각과느낌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 만들기'는 총 네 쪽에 불과한 공간에 저자의 12개월간의 작업, 소통, 감정, 이벤트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텍스트가 거의 배제 되었음에도 마치 우리가 저자를 12개월간 관찰한 듯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감정 상태의 변동 항목의 경우 기획서를 작성하고 에이전트에 보내는 과정에서 분노가 높아지고 두려움이 보인다. 그러나 중반으로 넘어가면 작업의 행복감이 충만해지고 말기로 갈수록 불안감과 침체가 행복과 함께한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부분의 벽돌을 쌓아 가듯이 성과가 채워지는 것을 보노라면 저자의 성취감에 찬 미소가 떠오른다.

<정보는 아름답다>의 미덕은 정보의 형태와 전달 방식의 획일화에서 벗어난 시각이다.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조직화해서 환골탈태 시키는 과정은 비단 전문가들만이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다. 정보의 주체적 해석과 조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읽는, 아니 읽기도 하고 보기도 할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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