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books'에서는 2012년 봄부터 '마니아 서재'를 시작합니다. 특정 독자는 열광하지만 정작 일반 독자는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책을, 해당 분야 마니아가 5~10회에 걸쳐서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마니아 서재'의 첫 길잡이는 미국 코믹스·드라마 애호가 최원택(<미드의 성분>(페이퍼하우스 펴냄) 저자) 씨로, 향후 5~6회에 걸쳐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슈퍼맨 대 배트맨'에 이어 슈퍼히어로 세계의 라이벌들을 앞으로 두 달간 격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마니아 서재'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는 퀴즈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슈퍼히어로 코믹스 특집 연재 마지막 순서에, 모든 연재를 읽어야 풀 수 있는(!) 다섯 가지 퀴즈가 실립니다. 다섯 가지 퀴즈의 정답을 모두 맞힌 분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시공그래픽노블에서 나온 슈퍼히어로 시리즈 도서 및 단행본을 증정합니다. 응모 방법 등 상세 사항은 연재 마지막 글에 공지합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
슈퍼히어로 코믹스 시리즈, 배트맨과 슈퍼맨으로 시작한다. 미국의 히어로 코믹스 역사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동시에 그 뚜렷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함께 등장하여 협동하거나 갈등을 겪는 모습이 뚜렷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두 히어로 모두 반세기를 훌쩍 넘은, 한국으로 치자면 환갑은 물론 고희도 넘긴 오랜 역사를 지닌 히어로들이다. 슈퍼맨이 1938년에 액션 코믹스(Action Comics)로, 배트맨이 1939년에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로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말이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 히어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각각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슈퍼맨), 밥 케인(배트맨)이라는 원작자의 손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미국 코믹스의 특성상 이 둘은 DC 코믹스라는 회사에 속한 캐릭터로 이후 여러 스토리 작가와 작화가에 의해 새로운 설정과 성격으로 변주되었다. 그 변주의 최종 결과가 현재의 영화와 코믹스 애니메이션 속의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함께 등장하여 협동하거나 갈등하는 모습이 생소한 이들도 있겠다. 가장 대표적인 슈퍼맨 영화인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와 비교적 최근 개봉했던 2006년작 <슈퍼맨>에도 배트맨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배트맨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년)을 시작으로 곧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까지 슈퍼맨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에서 이 둘은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ustice league of america)'라는 초인 집단에 소속되어 협력하여 악당과 맞서며, 때로는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대립하거나 대결까지 한다. 우선 두 영웅이 소속된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
▲ <저스티스>(전 3권, 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더그 브레이스웨이트 그림,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
<슈퍼특공대>는 '저스티스 리그'를 아동용으로 재편성한 <슈퍼 프렌즈(Super Friends)>의 한국어 제목이다. 당시 새마음 합창단이 불렀던 주제가는 "슈퍼맨, 용감한 힘의 왕자. 배트맨 로빈, 정의의 용사…"로 시작했다. 작가 박민규의 제8회 문학동네 신인 작가상 수상작 <지구 영웅 전설>(문학동네 펴냄)에도 이 '슈퍼특공대'의 주제가 흘러나온다. 이 작품에서 '슈퍼특공대'는 미국의 패권에 대한 표상으로 풍자 된다.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맨과 배트맨을 비롯해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그린 랜턴, 마션 맨헌터 등으로 구성된 초인 집단으로 1960년 10월에
이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DC 코믹스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한다는 설정은 더욱 공고해졌다. 즉, 슈퍼맨 영화에서 슈퍼맨이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렉스 루터 등의 악당과 맞서고 있는 동안 고담 시티에서는 배트맨이 조커와 펭귄맨 같은 범죄자들과 맞서는 셈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미국 혹은 전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이나 외계인, 자연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한다. 달에 있는 비밀 기지인 '저스티스 리그' 와치 타워에 모여 회의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한다.
마블 코믹스에도 '저스티스 리그'와 유사한 히어로 집단이 있다. 개봉을 앞두고 트레일러들을 하나 둘 씩 선보이고 있는 <어벤저스>다. 마블 코믹스 역시 DC 코믹스처럼 같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 맨>에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토르의 망치가 등장하는 등 마블 코믹스 히어로 영화들은 이미 그 밑밥을 잘 깔아두었다. 2012년 4월에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는 그 결과물인 셈이다. 아이언 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가 함께 등장하는 트레일러는 전작에 속하는 영화들을 재미있게 본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하지만 슈퍼맨과 배트맨이 속한 '저스티스 리그' 영화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글쓴이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강하리라 추측을 해본다. 현재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진행 중인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추구하는 장르적 색채와 톤은 액션 스릴러 쪽이 강하여 초능력을 지닌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초인의 등장을 상상하기 힘들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들도 각각 다른 감독에 따른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어벤저스>처럼 한 영화에 함께 등장할 수 있는 호환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벤저스> 예고편에서 아이언 맨과 토르, 캡틴 아메리카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 속 배트맨이 <슈퍼맨 리턴즈>(2006년)나 <그린 랜턴>(2010년)에 등장하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특별한 초능력이 없는 영웅 배트맨이 초인들과 함께 어떤 활약을 펼치는 지는 결국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슈퍼맨 VS 배트맨 : 선의로 충만한 초인, 책략에 능란한 탐정
'저스티스 리그'의 히어로들 대부분이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배트맨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 망토를 글라이더처럼 사용하여 활강하거나 배트 플레인이라는 비행기를 사용한다. <슈퍼특공대>에서는 혼자서는 날 수 없는 배트맨이 슈퍼맨의 양팔에 옆구리를 감싸게 하고 함께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 구성원 중 이질적인 멤버다. 슈퍼맨과 배트맨을 비교하는 것도 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기 쉽다.
슈퍼맨은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지구도 박살낼 수 있는 힘과 시간 여행까지 할 수 있는(각 작품의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속도를 지닌 초인이다. 배트맨은 엄청난 재력과 뛰어난 지성 및 체력을 갖추고 있긴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슈퍼맨과 함께 '저스티스 리그'를 대표하는 멤버로 때로는 슈퍼맨의 행동에 제동을 걸거나 대립하는 라이벌로 등장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 <배트맨 : 허쉬>(전 2권, 밥 케인 지음, 스콧 윌리암· 짐 리 그림,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
슈퍼맨의 약점을 이용해 배트맨이 슈퍼맨을 제압하는 내용은 <배트맨 : 허쉬>가 처음이 아니다. 월드 파인스트 코믹스(World's Finest Comics)의 <더 캡처 오브 슈퍼맨(The Capture of Superman)>(1961년), <배트맨 앤 로빈, 미디벌 밴디츠(Batman and Robin, Medieval Bandits)>(1963년) , <더 사가 오브 슈퍼맨 vs. 배트맨(The Saga of Superman vs. Batman)>(1965년)과 같은 이슈들에서 이미 크립토나이트 밧줄이나 투석기, 배트랑(배트맨이 사용하는 부메랑)으로 배트맨이 슈퍼맨을 제압하는 장면들이 연출된 바 있다.
<신 시티>, <300>의 원작자로 유명한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전2권, 김지선 옮김, 세미콜론 펴냄)의 배트맨도 아이언 맨처럼 강철 슈트를 입고 크립토나이트 화살로 슈퍼맨을 곤경에 몰아넣는다. '저스티스 리그'를 위시한 DC 코믹스의 모든 영웅과 악당들이 맞붙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인 <저스티스>(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더그 브레이스웨이트 그림,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에서도 적에게 세뇌 당한 배트맨이 슈퍼맨으로부터 받은 크립토나이트 반지로 슈퍼맨을 궁지에 몰아넣는 장면이 등장한다. 슈퍼맨이 배트맨에게 크립토나이트 반지를 맡긴 이유는 오직 배트맨만이 세뇌와 같은 만약의 사태에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생각에서다.
배트맨은 슈퍼맨뿐 아니라 '저스티스 리그'를 비롯한 모든 히어로들(DC코믹스 소속)의 특징과 약점을 자신의 은신처인 배트 케이브의 컴퓨터에 데이터베이스화 시켜놓았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당해 '저스티스 리그' 히어로들이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배트맨의 치밀함 때문에 그랜트 모리슨이 스토리를 쓰는
비록 초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최고의 탐정(world's greatest detectives)"으로 코믹스 내에서 평가받던 배트맨은 슈퍼맨의 입을 통해 슈퍼히어로를 압도하는 히어로의 입지를 확보한다. 이 때문에 슈퍼히어로 코믹스 팬들 사이에서 배트맨은 배트 갓(Bat God,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뱃신(Bat神))이라고 불린다. 여러 작가들의 손을 거쳐 거의 무적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린 배트맨을 비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뱃신답게, 배트맨은 슈퍼맨을 위시한 초인 영웅들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영웅들의 약점을 손에 쥐고 있는 자답게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흑막과 같은 존재로 다른 구성원과의 거리감을 드러낸다. 이런 배트맨의 태도를 거만하다고 지적하는 히어로들도 있다. 함께 악과 맞서는 입장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은 단 둘이 있을 때는 서로를 클라크와 브루스라는 본명으로 부르는 등 친밀한 태도를 보이는 친구이지만, 악을 처리하는 방법론에서는 다른 가치관과 입장을 뚜렷이 한다. 그리고 가치관 차이는 때로는 극명한 갈등으로 치닫기도 한다.
배트맨은 슈퍼맨을 근본적으로 심성이 착한 사람이며 그것이 슈퍼맨의 약점이라고 평가한다. <배트맨 : 허쉬>에서 포이즌 아이비의 최면에 빠진 슈퍼맨을 때려눕힐 때 배트맨의 독백을 보자.
"마음만 먹었더라면, 클라크는 자신의 슈퍼 스피드를 이용해서 나를 시멘트 속에 처박아 버렸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 알았다. '크립토나이트' 말고도, 그에겐 한 가지 큰 약점이 있었다. 속을 들여다보면 클라크는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난 '결코' 그렇지 않다."
슈퍼맨과 싸우기 전, 크립토나이트 반지를 낄 때 배트맨의 대사도 "그는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지만 "'내' 분야에선 아니지"라고 분야를 확실히 한다. 슈퍼맨의 분야란 거대한 재앙과도 같은 자연 재해나 자연 재해와도 같은 힘을 가진 악당을 초인적인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배트맨의 분야란 그런 압도적인 존재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공략하는 쪽이다.
<배트맨 : 허쉬>에서 배트맨에 의해 최면에서 풀려난 슈퍼맨이 배트맨이 세웠던 책략에 대해 듣고 "늘 그렇듯 '탐정'이시군"이라고 말하자 배트맨은 "여전하신 '보이스카우트'이군"이라고 답한다. 한결같이 정의를 추구하는 올곧은 슈퍼맨의 마음을 소년의 그것으로 표현한 셈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칭찬일 수도 있지만 폄하일 수도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자신은 슈퍼맨과 달리 철저하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얼굴을 드러낸 채 붉은색과 푸른색 투성이의 복장을 입고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초인과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복장으로 깊은 밤의 어둠 속을 골라 다니는 탐정과의 차이는, 당연히 이 두 영웅의 기원에 근거하고 있다. 비록 생물학적인 부모는 멸망해가는 행성 크립톤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후에 슈퍼맨이 되는 칼 엘은 미국 캔자스의 작은 시골 마을 스몰 빌에서 조나단과 마사 켄트라는 양부모의 손에서 수줍고 겸손하며 소박한 시골 소년으로 자라난다. 슈퍼맨으로서의 능력은 2차 성징이 지나고 십대 후반부터 하나둘 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신이 지구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십대인 클라크 켄트를 고뇌에 빠뜨린다. 이런 고뇌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류를 위해 사용하는 슈퍼맨으로의 성장은 미국 드라마 <스몰 빌>(2001~2011년)이나 국내 출간된 <슈퍼맨 : 포 올시즌>(제프 롭·팀 세일·부얀 한센 지음, 최원서 옮김, 시공사 펴냄), <슈퍼맨 시크릿 아이덴티티>(커트 뷰식 지음, 스튜어트 이모넨 그림, 최원서 옮김, 시공사 펴냄), <올스타 슈퍼맨>(전2권, 그랜트 모리슨 지음, 프랭크 콰이틀리 그림, 임태현 옮김, 시공사 펴냄) 등에 잘 나타나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압도적인 힘을 사람들을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슈퍼히어로.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 마사 켄트가 만들어주신 복장을 입고 하늘을 나는 슈퍼맨의 본질은 겸손하고 올곧은 캔자스 출신의 클라크 켄트다.
반면 배트맨은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부모님이 갱에 의해 살해된 장면을 직접 목격한 소년 브루스 웨인의 트라우마로부터 기원한다. 부모님이 살해된 도시의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도시의 어둠 속에서 출몰하는 공포인 '배트맨'이 되어 극복한 셈이다. 백만장자 바람둥이 브루스 웨인인 척 하고 있지만 그의 본질은 배트맨이다.
슈퍼맨이 자연 재난이나 악당의 형상을 한 재난, 혹은 악당이 일으킨 재난 등을 상대한다면 배트맨은 뒤틀린 심성의 범죄자들과 지난한 심리전을 벌인다. 조커나 펭귄맨, 리들러 등 이름난 범죄자들은 배트맨을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승부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하되 결코 죽이지 않고 정신 병원인 '어사일럼'에 가두는 것을 철칙으로 삼은 배트맨은 인간의 어둠 깊숙한 곳을 더 자주 들여다보고 그것에 대응해왔다. 그래서 배트맨은 슈퍼맨을 '보이스카우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배트맨 : 허쉬>의 작화가 짐 리가 묘사한 슈퍼맨과 배트맨. ⓒgroups.msn.com/artofjimlee |
슈퍼맨 "오만한 외계인" VS 배트맨 "미친 복수광"
그러나 두 영웅 캐릭터의 깊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두 영웅이 내적 결함이 없거나 혹은 그 결함들이 모두 극복된 상태에서 외부의 재난과 악을 방지하고 교정하는데 머무는 영웅이었다면 7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스토리 작가와 작화가를 거쳐 다양하게 변주되지 못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70년의 세월 동안 이 두 영웅은 수많은 작가와 작화가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어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 둘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거듭나게 한 핵심은 바로 내적 결함들이다.
슈퍼맨
박민규의 <지구 영웅 전설>에서 슈퍼맨은 훗날 바나나 맨으로 '슈퍼특공대'에 합류하는 주인공에게 "꿈도 꾸지 마" "넌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야"라며 영웅이 될 수 없다고 일축한다. 주인공이 "그럼 미국인이 될 테야"라고 소리치자 슈퍼맨은 "소용없어" "그런다 해도 넌 백인이 아니니까"라고 단언한다. 이런 '슈퍼맨=오만한 미국'의 정체성은 주로 배트맨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배트맨의 대적자로 등장할 때 부각되는 슈퍼맨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슈퍼맨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특히 부각되는 내적 결함은 신에 근접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외계인' 칼 엘로서의 자아다.
비록 클라크 켄트는 시골에서 다정한 양부모의 손에 자라났지만 슈퍼맨으로서 활약할수록 인류의 한계에 실망하고 거리감을 느끼면서 외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북극이나 남극 혹은 아마존 깊숙이 위치한 '고독의 요새(Fortress of Solitude)'는 그런 슈퍼맨의 고립감을 대변하는 장소다. 여기서 슈퍼맨은 생물학적 부모인 조르 엘과 라라로부터 어떻게 크립톤 행성이 멸망했는지에 대한 기억을 전수받고 크립톤 행성인으로서의 칼 엘이라는 정체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칼 엘의 정체성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칼 엘로서 각성한 슈퍼맨의 의식 속에는 지구도 언젠가 크립톤 행성처럼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자라난다. 자신의 '보이스카우트'적인 방식으로는 인류 모두를 구원할 수도 없고 인류의 어리석음도 깨우칠 수 없다는 자괴감도 깊어진다. 인류를 위해 동분서주해도 인류는 결국 자신을 외계인 취급하고 있다는 소외감도 더해진다.
미국 출신으로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다가 거기서 오는 괴리감과 인류로부터의 소외감을 겪는다는 점에서 <왓치맨>(전2권,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의 닥터 맨해튼은 슈퍼맨과 매우 유사한 행보를 걷는 캐릭터다. 이런 '슈퍼맨 콤플렉스(Superman Complex)' 속에서 여러 작품 속 슈퍼맨은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처럼 도피하거나 아니면 더 강력한 힘으로 인류를 구원하려 들거나.
슈퍼맨은 종종 초능력과 크립톤 행성 최고의 과학자인 아버지 조르 엘로 부터 물려받은 초 지성으로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선물한다. 의도야 좋지만 과정이 문제다. 자신이 옳다는 독선에 사로잡혀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반대 세력을 초능력과 초 지성으로 압도하니 말이다. 이런 시도는 그리스 비극 속의 영웅이 갖고 있는 내적 결함인 휴브리스(hubris) 즉 오만함으로 결국 역효과를 초래한다. 인류를 위한 선의가 오히려 비극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 <슈퍼맨 : 레드 선>(마크 밀러 지음, 최원서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
배트맨은 슈퍼맨의 약점인 크립톤 행성의 태양인 붉은 태양(Red sun)을 인위적으로 창조하여 슈퍼맨의 힘을 약화시킨 뒤 맨주먹으로 두들겨 팬다. 하지만 <슈퍼맨 레드선>의 주인공은 슈퍼맨. 배트맨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슈퍼맨의 능력이 의도적으로 폄하되듯 <슈퍼맨 레드선>의 배트맨도, 비록 슈퍼맨을 치명적인 위기까지 몰아넣기는 하지만, 원더우먼의 도움을 받은 슈퍼맨에게 결국 패배한다. 배트맨을 제압하고 소련을 평정한 후 슈퍼맨은 세계를 손에 넣는다.
"내 예순여섯 번째 생일에 브레이니악은 전 세계에 약 60억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계산 추정하였다. (…) 범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 60억의 인구가 있는데 거의 한 명도 불평하지 않았다. 혼잣말로도."
굳이 반공의 프레임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소련을 이끄는 슈퍼맨은 <1984>의 빅 브라더와 다름없는, 아니 더 무시무시한 초인 독재자다.
전 세계를 장악한 슈퍼맨과 소련에 오직 대통령 렉스 루터가 이끄는 미국만이 대항한다. 엄청난 부와 뛰어난 지능으로 대통령 당선 전 과학자 시절부터 슈퍼맨의 복제 인간을 개발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슈퍼맨을 공격했던 렉스 루터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온 국력을 동원하여 슈퍼맨에게 맞선다. 하지만 초인 독재자 슈퍼맨에 맞선다 해서 렉스 루터와 미국이 정의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렉스 루터가 슈퍼맨에게 적개심을 불태우게 된 이유는 다른 슈퍼맨 시리즈처럼 슈퍼맨이란 초인에 대한 사적인 질투심 때문이다.
렉스 루터는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지닌 그린 랜턴 부대를 비롯하여 여러 수단으로 슈퍼맨에게 최후의 공격을 가하지만 그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킨 슈퍼맨은 결국 백악관까지 쇄도한다. 정작 슈퍼맨을 굴복시킨 것은 렉스 루터가 그의 오만함을 지적하면서 쓴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
자신의 선의에 따른 행동이 결국 더 큰 비극을 불러오는 오만함임을 깨닫고 좌절하거나 그 좌절을 통해 각성하고 한층 더 성장하는 슈퍼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슈퍼맨 포 투모로우>(전2권, 브라이언 아자렐로 지음, 짐 리 그림, 문은실 옮김, 시공사 펴냄)에서는 세상을 구하려는 슈퍼맨의 의지가 개인적인 욕망과 어우러져 기괴한 사건을 불러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내전이 벌어진 중동 지역에서 총을 모두 파괴하자 서로 돌을 던져 죽이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절망하는 슈퍼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트맨
초월자로서의 자신감과 오만함이라는 내적 결함을 통해 좌절을 겪으며 성장하는 새로운 슈퍼맨 이야기 속에서 배트맨은 슈퍼맨의 대적자(<슈퍼맨 레드선>)로 혹은 슈퍼맨의 고독과 좌절을 이해하는 친구(<슈퍼맨 포 투모로우>)로 종종 등장한다. 배트맨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슈퍼맨은 배트맨의 대적자이자 친구로 등장한다.
친구로 등장하는 작품은 앞서 언급한 <배트맨 허쉬>가 있다. 그리고 대적자로 등장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은 역시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후속작인 <다크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프랭크 밀러 지음, 이규원 옮김, 세미콜론 펴냄)이 있다. 프랭크 밀러의 작품 속 배트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냉정한 배트맨이 아닌 분노에 가득 찬 과격한 배트맨이다.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고담 시티는 배트맨 은퇴 후 끔찍한 범죄가 만연한 생지옥이 된다. 영화 속 배트맨인 크리스천 베일이 인터뷰에서 "배트맨이 필요한 사회는 이미 실패한 사회"라는 말을 남겼듯, 쉰 살이 훌쩍 넘은 브루스 웨인은 다시 배트맨으로 돌아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전쟁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배트맨은 어둠 속에서 범죄자들을 조용히 무력화시키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극히 폭력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범죄자들과의 전투에 임한다. 범죄 조직의 근거지에 탱크와 같은 배트모빌을 몰고 쳐들어가는 장면이나 고무 탄알이기는 하지만 기관총을 사용하는 장면 등은 기존 배트맨 이미지를 거스르는 장면으로 배트맨의 오랜 팬들 중에는 거부감을 드러낸 이들도 있다.
프랭크 밀러의 마초적이고 하드보일드한 대사 역시 익히 알고 있는 배트맨의 이미지를 박살낸다. 부모가 범죄자에게 살해된 충격과 공포에서 촉발된 범죄에 대한 분노는 모든 배트맨들이 공유하는 바이지만 그 사적인 분노를 최대한 억제해왔다면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배트맨은 억눌려왔던 그 사적인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킨 배트맨이다. 이런 배트맨의 거친 행보에 배트맨의 팬 뿐 아니라 작품 속 고담 시티 시민들의 반응도 환호와 거부로 상반된다.
고담 시티에서 배트맨의 활약에 경도된 폭력 조직 중 일부는 배트맨을 추종하며 '배트맨의 아들(Sons of the Batman)'이라는 자경단 조직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항상 홀로 행동하던 배트맨과 달리 이들을 이끌고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모습 역시 다른 배트맨 작품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이런 배트맨의 과격하고 돌출적인 행보에 고담 시티 경찰들은 배트맨 체포에 더욱 집중하고,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배트맨을 저지하기 위해 슈퍼맨을 소환한다. 슈퍼맨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성조기의 줄무늬가 슈퍼맨의 가슴에 적힌 에스(S)로 전환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슈퍼맨은 미국 정부의 지시대로 충실히 움직이는 장기 말(pawn)에 불과하다.
슈퍼맨은 "누군가 나에게 자네를 잡아들이라고 하는 건 시간문제야. 권력층의 누군가가. 그렇게 되면…"이라고 배트맨에게 직접 경고를 하기에 이른다. 배트맨은 "그렇게 되면, 클라크, 나은 쪽이 이기게 되겠지"라고 응수한다. 이런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은 자기 지역의 치안을 스스로 지킨다는 미국의 자경단(vigilante) 혹은 민병대(militia)의 전통과 이를 제어하려는 연방 정부 사이의 갈등을 의미한다.
결국 미국 정부는 구소련과의 힘겨루기를 끝낸(<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1986년 작이다!) 슈퍼맨에게 고담 시티의 배트맨을 진압하라 명령하고, 배트맨은 슈퍼맨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크립토나이트 화살로 슈퍼맨을 무력화시킨 배트맨은 슈퍼맨을 두들겨 패면서 외친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었어. 그런데…우리를 봐…나는…정치적인 골칫거리가 됐지…그리고 자네는…자넨 농담거리야…" 배트맨과 슈퍼맨의 맨주먹 대결은 결정적 반전이 담긴 결말로 이어진다.
▲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슈퍼맨을 두들겨 패는 배트맨. ⓒ세미콜론 |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후속작인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에서도 배트맨과 슈퍼맨은 독백을 통해 서로를 가혹하게 비난한다. 배트맨은 여전히 슈퍼맨을 순진한 보이스카우트이자 정부의 꼭두각시 취급한다. 하지만 슈퍼맨도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배트맨을 우위에 놓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된 슈퍼맨과는 다르다. 대통령을 조종하는 흑막인 렉스 루터에 의해 경찰 국가가 된 미국을 뒤흔들기 위해 테러도 불사하는 배트맨에게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한다.
"브루스, 이 사이코패스! 자넨 편집증 환자야. 과대망상증 환자야. 우리의 세계는 깨지기 쉬운 유리 동물원…겨우 균형을 잡고 있는 카드로 만든 집이야. 흔들릴 수밖에 없어…하지만 자넨 그걸 무너뜨려버렸어. 그 처참한 결과를 자네는 모르고 있어.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 (…) 자네는…잘난 잔기술을 빼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주제에 독선으로만 똘똘 뭉쳐 있어. (…) 난 두 행성 다 사랑하네. 하나는 죽었지만, 하나는 살아 있어. 난 두 종족 다 사랑해. 둘 다 살아 있긴 하지만…면도날 위를 걷는 신세지. 자네 때문에 둘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됐으니. 이번엔 자넬 죽여야 할지도 몰라. 맹세컨대 난 그럴 수 있네."
하지만 슈퍼맨을 비롯한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히어로들은 렉스 루터에게 약점을 잡혀 복종하거나 감금당한 상태다. 배트맨만이 홀로 렉스 루터에게 맞서 싸운다. 렉스 루터에게 감금된 플래시나 아톰 등의 슈퍼히어로를 구출해내어 자신의 편으로 삼고 크립토나이트로 만들어진 장갑으로 슈퍼맨을 두들겨 패면서 렉스 루터를 골탕 먹이기는 하지만 렉스 루터와의 전쟁에만 몰두하는 배트맨은 민간인들의 희생도 외면하는 지경에 이른다.
정체불명의 로봇들 손에 민간인들의 학살되자 플래시는 "빌어먹을! 브루스! 사람들이 죽고 있잖나! 내 기억엔 저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라고 주장한다. 배트맨은 "클라크(슈퍼맨)나 자네나 미련하긴 한가지군! 저 로봇은 우리를 끌어내서 죽이려고 하는 놈들의 속임수란 말일세! 이건 내 쇼야! 내 전쟁! 그러니 내 전략에 따르라고!"라고 일축한다. 렉스 루터와의 대결을 사적인 승부 차원으로 생각하는 배트맨 역시 자신만이 옳다는 오만함과 독선에 사로잡혀 있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뿐 아니라 다른 배트맨 작품에서도 배트맨은 종종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굳이 구분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슈퍼맨 포 투모로우>에서 슈퍼맨은 아내인 로이스 레인이 실종되자 아내를 되찾겠다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저스티스 리그'를 떠나 단독 행동을 하겠다는 통보를 한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다른 '저스티스 리그'의 히어로들과는 달리 배트맨만이 "꼭 그렇게 해야 한다면… 이 싸움을 사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어. 난 기뻐. 자네가 이걸 사적으로 받아들이는 게"라고 슈퍼맨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내적 결함은 두 히어로의 탄생에 기원하는 태생적 결함이자 정체성이다. 이 결함들은 종종 개별 작품의 결말에서 치유되거나 극복되곤 하지만 또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사건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 결함 없는 슈퍼맨과 배트맨은 슈퍼맨과 배트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품 속에서 또 다시 두 영웅은 상반된 능력만큼이나 다른 내적 결함에 따른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협동 속에서 갈등하고 대립 속에서 화해할 것이다. 물론 그 화해는 내적 결함의 극복처럼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다. 한 작품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화해하지만 둘은 또 다른 작품에서 다시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하고 대립할 것이다.
미국의 자식들 : 슈퍼맨과 배트맨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 브루스 웨인의 집사인 앨프리드를 연기한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은 <에인트잇쿨뉴스>(☞바로 가기)에서 "슈퍼맨은 미국이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이며, 배트맨은 다른 나라가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이다(About Superman and Batman: the former is how America views itself, the latter, darker character is how the rest of the world views America)"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국인이 아닌 영국인의 시각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주한미군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주둔지나 분쟁 지역에서 미군들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오만하고 독단적인 작전 수행과 그로 인한 민간인 피해나 미군 범죄 등으로 미군과 미국의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세계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헌신하고 있음에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자괴감과 허무함은 슈퍼맨의 그것과 겹쳐진다. 그로 인해 헤게모니 획득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도 그렇다. 세계의 경찰을 한답시고 해당 지역에서 비난받을 행동을 서슴지 않는 모습은 고담 시티의 범죄를 척결한다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결국 사적인 복수심에 폭주하는 배트맨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슈퍼맨과 배트맨 소재의 코믹스와 영화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도 캐릭터의 입체성으로 확보하여 서사를 두텁게 한다.
그래서 이 두 히어로의 이야기는 통쾌하고 술술 읽히는 페이지 터너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독자들에게는 자국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겨줄 것이며, 슈퍼맨으로서의 미국에게 보호받는 입장이면서 배트맨으로서의 미국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입장인 한국인들에게도 작품을 접할수록 씁쓸한 뒷맛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주지 않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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