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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사상은 과연 세상을 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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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마르크스 사상은 과연 세상을 구할 것인가?

[좌담] 위기의 시대, 마르크스의 눈으로 세상 보기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철연)는 오는 3월 8일 '우리 눈으로 보는 서양 현대 철학 강좌 1'를 시작한다. 총 16강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사다. 마르크스-엥겔스, 레닌, 그람시, 루카치, 벤야민, 마오쩌둥부터 루이 알튀세, 안토니오 네그리, 슬라보예 지젝, 가라타니 고진 등 마르크스주의 안팎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또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철학자들의 진지한 고민을 4개월에 걸쳐 돌아볼 계획이다.

이 강좌를 통해서 현실 사회주의 몰락 후 '죽은 개' 취급을 받았던 마르크스주의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다시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그런 마르크스주의가 지금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한철연 철학자들과 함께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1989년 서울 10여 개 대학과 지방 10여 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소장파 학자 약 130여 명이 모여서 출범했다. 시대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는 철학을 내세우면서 모임을 시작한 이들은 지난 23년 동안 '학술 활동을 통한 진보 철학의 대중화', '진보 이념의 창출', '진보 운동의 기여' 등을 목표로 학술 운동을 전개해왔다.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우리의 눈으로 보는 서양 현대 철학 : 마르크스주의 사상사'의 기획 의도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서유석(한철연 전 회장·마르크스·엥겔스전집 한국어판번역사업 사무총장) 김성민(현 회장) 이순웅(연구협력위원장), 박영균(기조부장), 등 한철연 임원과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참석했다.

다음은 김성우 한철연 사업부장의 사회로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좌담의 주요 내용이다.

왜 지금 철학인가?

김성우 : 한철연과 프레시안은 지난 해 3월부터 상상마당과 함께 '청춘의 고전: 영화로 읽는 철학' 월례강좌를 시작한 데 이어 1월부터 올 2월초까지는 12강에 걸쳐 '우리 눈으로 보는 서양근대철학'강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여름방학과 올 겨울방학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고교생 철학 아카데미'를 열기도 했습니다. 먼저 왜 지금 철학인가요? <프레시안>에서 철학 강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인규 : 언론으로서 <프레시안>이 거친 경쟁 속에서 나약해지고 지쳐가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삶을 반성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프레시안>은 언론 기관이면서 일정 정도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강좌를 통해 철학에 대한 갈증, 지식에 대한 갈증을 일정 정도 해소하면서, 시대를 고민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마침 한국철학사상연구회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서 의기투합하게 되었어요.

ⓒ프레시안(최형락)

왜 지금 마르크스주의인가?

김성우 : 이번 마르크스주의 사상사 강좌는 지난 겨울 진행했던 '우리 눈으로 보는 서양근대철학'의 후속편으로 현대철학사상의 흐름 중에서 우선 마르크스 계열의 것들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우리 눈으로 보는 서양현대철학'' 첫 강좌는 총 16강으로 마르크스-엥겔스부터 슬라보예 지젝, 안토니오 네그리까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심지어 <조선일보>도 "마르크스의 부활"을 말하는 상황입니다. 첫 강의를 맡아주실 서유석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죠.

서유석 :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람들을 자기 삶의 중심에서 계속해서 밖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20세기 들어 사회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자유주의, 케인스주의,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노선조차 한계를 보이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 서유석 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 ⓒ본인제공
그래서 현대 변혁 진보 사상의 원천이자 큰 저수지 같은 사상 체계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 변혁 이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마르크스주의를 통해서 현 시대를 진단하고 분석해보고 그것의 새로운 대안적 과제를 찾아 볼 필요를 느끼는 겁니다. 김성민 : 동의합니다. 오늘날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가 장악하고 압도하는 시기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보편화, 자본주의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압도하고 있는 전 세계의 성격을 이야기하려면 자본주의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양극화와 그것을 순치하는 투쟁의 역사입니다. 오늘날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이미 1994년의 유엔개발계획(UNDP)의 발표를 보면, 세계 상위 20퍼센트가 점유하는 소득이 84.7퍼센트인 반면 하위 20퍼센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1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그 양극화가 더욱더 심화되었어요.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려면 마르크스를 비롯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자본주의 나아가 신자유주의가 가져다주는 문제점을 제대로 보려면 마르크스주의라는 프리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좌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양극화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안을 모색하는 첫 걸음으로서의 기능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오늘의 사상'인가?

▲ 김성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성우 :
일부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비판 이론으로서의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데요.

박영균 : 1990년대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가지고 진보 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 중 일부가 마르크스주의의 붕괴를 선언했어요. 일부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철학을 수용하면서 신좌파 노선으로 갈아타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야 합니다.

현실 사회주의의 핵심 문제는 당 독재, 즉 국가가 사회를 전부 장악하고 그 위에 당이 군림하는 '전체주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계획 경제는 총체적인 관료주의를 낳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시민 사회를 질식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문제가 1980년대에 들어서 심화·폭발하면서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현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체제는 상반되면서도 상호 지탱해 주는 시스템이었어요. 이 두 진영은 적대적 관점에서 서로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공모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현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탱하고 은폐하던 봉합 장치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의 형태로 변하면서 국가가 기존에 담당했던 공공 기능을 상실하는 상황, 즉 자본이 자신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된 것도 이런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자본주의의 제어 장치가 없어진 것이라고나 할까요?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이 주는 의미가 이뿐만은 아닙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보여준 측면도 있어요. 혁명 이후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념적으로는 존재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재했기에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따라서 이제 대안적 세계를 고민하는 이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철저히 지적해야 합니다. 또 한 편으로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세계 자본주의의 탐욕을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서유석 : 박영균 선생님께서 방금 동구권의 몰락이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을 이야기하셨어요. 저는 그것이 유독 한국 사회에서 강했다고 봅니다.

제가 1980년 대 말 우연히 프랑스의 <르몽드>를 봤는데 1면에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정치 운동의 지도 이념은 무엇인가?' 이런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위르겐 하버마스, 존 롤스, 에드가 모랭을 다루었어요. 그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를 나름대로 재해석하거나 수정·보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할 때, 한국 사회는 그러지 않았어요. 한국 사회는 1980년대 말에 소위 레닌주의, 스탈린주의라고 불리는 교조화된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였고, 당시의 지식인은 그것으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이 더 큰 충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국의 마르크스주의 수용사

김성우 : 한국의 지식 사회에 큰 영향을 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려면 그 수용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유석 :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일제 강점기 때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러시아 혁명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잘 아시다시피 음성적으로, 지하에서 학습하는 것 이외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접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1980년 이후에도 마르크스, 레닌을 드러내놓고 공부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우회적으로 헤겔을 공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출범 당시 헤겔학회와 사회철학연구소가 결합해서 만들었는데 여기 소속 철학자들이 공부하던 것이 헤겔이었습니다. 당시 헤겔을 전공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마르크스를 공부하고 싶지만 몰래 해야 하니까' '마르크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헤겔을 봐야 하니까' 이런 답이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우리가 1980년 후반에 받아들인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스탈린-마르크스주의입니다. 예를 들자면, 스탈린의 용어라 할 수 있는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 개념을 가지고 활발히 벌어졌던 1980년대 후반의 한국 사회 논쟁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마르크스주의가 할 일은?

김성우 :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위기", "마르크스주의의 전화"와 같은 말이 유행이었어요. 당시 스탈린주의,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비판하면서 분석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등이 한국 사회에 소개되었습니다. 또 이외에도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도 적극적으로 소개가 되었고요.

서유석 : 현대 사회 사상은 마르크스의 사상을 보완 혹은 재구성하거나 아니면 그것에 반대하면서 풍부해졌어요. 즉, 어쨌든 마르크스를 매개로 하지 않으면, 설령 그것이 우파의 정치사상이라 할지라도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마르크스주의를 사상의 저수지라 부릅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에게도 한계가 있어요. 19세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누구보다도 면밀하게 분석하였지만,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문제들은 그가 살았던 시대적 한계 때문에 볼 수 없었습니다. 가령 이번 강좌 기획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시민 사회, 문화, 생태, 페미니즘 등을 둘러싼 문제의식은 특히 1968년 이후에 새롭게 등장했어요.

이 운동의 대부분은 검은 깃발로 상징되는 아나키즘의 조류입니다. 따라서 이런 것을 이해하려면 마르크스에서 레닌으로 이어지는 붉은 깃발과는 차이가 있는 검은 깃발, 즉 아나키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 둘은 현실 운동에서 서로 너무나 적대적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지금의 현실을 비판하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한다면 서로 공존하며 보완해야 하는 관계예요. 따라서 아나키즘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성우 : 한국의 마르크스주의 수용사를 볼 때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그람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람시가 한국 사회에서 주목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 이순웅 한철연 연구협력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순웅 :
그람시는 무솔리니(파시즘)에게 반대했지만 스탈린(스탈린주의)에도 반대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그람시는 양 쪽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잊혔어요. 하지만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가 형성되고 소련 사회를 본격적으로 비판하면서 그람시는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서구에서는 1970년부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해,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되던 199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조명이 됩니다. 한국에서도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의 충격 이후에 그람시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1990년이 그람시 탄생 100주년이었다는 것도 역할을 했을 거고요.

그람시는 지배 계급이 무력과 같은 강제가 아닌 동의를 통해 지배를 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헤게모니를 관철하는 것으로 봤어요. 자본주의의 구조는 아주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 구조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면이 있는데, 그람시는 그런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혁명이 가능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람시는 서구에서는 볼셰비키 혁명과 같은 기동전뿐만 아니라 진지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그람시의 사상은 이전의 레닌주의와 같은 마르크스주의와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면서 새로운 시각 혹은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성우 : 그람시와 더불어 많이 수용되었던 사상가가 루이 알튀세, 2000년대 들어서는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등이 있습니다.

박영균 : 앞에서 지적한 대로 1980년대에 한국 사회에 들어온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결정론적인 마르크스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박영균 한철연 기조부장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실제로 우리만 그렇게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랬어요. 서구 사회민주주의와 현실 사회주의인 소련도 사회주의 생산양식론이 제기되면서 생산력주의로 갔습니다. 그런 경향성을 본다면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역사유물론을 진화론적으로 읽었던 것은 양쪽 모두 똑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마르크스의 사상적 궤적을 따라서 보지 않고 소련이 내놓은 마르크스주의를 하나의 정전으로, 즉 하나의 마르크스, 하나의 레닌만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 프랑스의 알튀세입니다. 알튀세의 반기는 1950년대 이후 나타나는 자본의 지배 방식과 대중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뇌에서 시작합니다.

1950년대 이후 서구 사회는 자본의 황금기를 통해 소비 자본주의로 가면서 자본 축적을 통해 노동 계급을 복지 국가로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전의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대중들은 사실상 지배 계급에 의해 지배당한다고 보았는데, 이 시기의 대중을 보면 오히려 지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희구하면서 살아가더라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자가 자본과 시스템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이는 단지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넘어 대중의 욕망이 자본주의 시스템 내로 포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서 말한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또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대중이 민주주의적 주체로 변모하는 것인데 서구에서는 길이 묘연했습니다. 알튀세와 같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단지 서구만의 문제는 아니라 봅니다. 한국 사회도 서구 사회와 다르지 않은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이들의 논의가 꼭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철학의 힘

▲ 김성우 한철연 사업부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성우 :
지금까지 현대 마르크스주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이로써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우리의 눈으로 보는 서양 현대 철학 1 : 마르크스주의 사상사' 강좌의 방향과 내용 등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강좌를 진행하면서 특히 강조해야 할 지점을 한 번씩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성민 : 이 강좌가 마르크스가 이야기했던 일부분만을 클로즈업해서 강조한다든지 비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 안 된다고 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삶을 고민하는 지평 위에서 이 시대에도 적절하게 적용 가능한 마르크스 시각이 무엇인지, 그러면서 마르크스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유석 : 동의합니다. 마르크스나 레닌은 그들의 시대적 한계 때문에 문화, 인종, 파시즘, 대중의 의식과 관련된 것(무의식), 복지 국가 등을 깊이 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강좌에서 마르크스 이후의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 지어서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순웅 : 그러면서도 이번 강의가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의해 왜곡되거나 강조되었던 부분을 재해석하고 아울러 현대적 논의까지 살펴보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좌는 마르크스주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되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기획하려고 욕심을 냈습니다.

박영균 : 마르크스-레닌을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지평에서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강좌가 기획되었습니다. 종교처럼 정전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방식으로 강좌가 진행돼, 암울한 오늘날 희망적인 길을 찾는 강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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