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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갈등, 해법 마련은커녕 훼방만 놓는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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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갈등, 해법 마련은커녕 훼방만 놓는 한전

야당·주민 추천 위원 "한전 무성의로 일관…20일 날렸다"

경상남도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전문가 협의체 위원 9명 중 야당 추천 위원(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추천 위원 전원(김영창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겸임교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이 한국전력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논의를 진전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석광훈·하승수·이헌석 위원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40일의 활동 시한 중 20일이 지나도록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료 제출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해 협의체를 통한 대안 구성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한국전력은 지금이라도 전문가 협의체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와 설명 요청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촉구했다.

▲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관련 전문가협의체 위원 4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헌석(왼쪽) 위원이 한국전력이 근거로 든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전, 사실 왜곡하고 회의 준비에 무성의"

국회 산업통자원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29일 '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40일간 가동키로 했다. 5일 활동에 들어간 전문가 협의체는 11일, 13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한국전력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전력이 허위 보고를 통해 위원들에게 사실을 왜곡해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7일 열린 2차 회의에서 한국전력 관계자가 "밀양 지역 5개면 총 30개 마을 중 절반인 15개 마을에서 합의가 완료되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 합의한 마을은 공사가 완료된 청도면을 포함해 4개 마을에 불과하다는 것.

또 이들은 "주민들이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한국전력은 '주민들이 오직 지중화(송전 선로를 땅에 묻는 방식)만 요구한다'며 사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협의체의 활동 기간이 40일에 불과함에도 한국전력이 무성의하게 회의를 준비한 탓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들은 "2차 회의에서 핵심 의제인 '신고리 3·4호기 전력 기존 노선 증용량 송전'에 대한 한국전력의 보고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며 "그러나 오후 1시께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 관계자가 허겁지겁 달려와 '오늘 오전 11시 30분에 연락을 받고 왔다'고 하더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신고리 3·4호기 전력 기존 노선 증용량 송전에 대한 보고는 18일로 미뤄져 전문가 협의체 논의가 예상보다 11일이나 지연됐다.

핵심 자료 제출 누락, 원론적인 답변

이어서 이들은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한국전력이 실질적으로 답변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영창 위원의 자료 요청에 대한 한국전력의 답변을 예로 들었다. 김 위원이 "N-1(송전 선로의 단일 고장)과 N-2(이중 고장)를 채택할 경우의 송전망 추가 건설, 비용 증가, 발전기 입지 검토 등에 대한 자료를 제시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으나 한국전력은 "송전망 확장 계획은 정부 고시 '전력 계통 신뢰도 및 전기 품질 유지 기준'에 따라야 함"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들은 "송전 선로 고장은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질문자는 명백히 정부 고시에 근거한 설비 검토가 있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해 검토한 자료를 보자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한국전력은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승수 위원은 "밀양 문제의 합의점을 찾으려면 경제성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래서 그동안 집행된 보상비와 공사비 내역을 달라고 했으나 한국전력은 '협의체 논의 사항과는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믿을 수 없다"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을 거부하고자 한국전력이 내놓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동안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중화 외에도 △고리~신양산 △고리~신울산 △고리~울주 등 3개의 345킬로볼트 송전 선로를 이용해 우회 송전하는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전력거래소의 시뮬레이션 결과('2013년 1월 겨울철 최대 부하 계통 시뮬레이션')를 근거로 "고리~신양산 간 송전 선로 과부하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고리~신양산 간 송전 선로의 2013년 1월 최대 이용률은 76퍼센트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전력의 자료('하계 및 동계 최대 전력 시 345킬로볼트 송전 선로 이용률')를 보면 2013년 1월 최대 부하 시 고리~신양산 간 송전 선로의 실제 이용률은 51.2퍼센트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동일한 송전 선로 구간의 겨울철 최대 부하 시 이용률을 놓고, 전력거래소는 시뮬레이션 결과 76퍼센트라고 예측했으나 같은 해 한국전력이 측정한 실제 이용률은 51.2퍼센트였다는 것이다.

반면에 고리~울주 간 송전 선로의 이용률은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은 "고리~울주 간 송전 선로의 실제 이용률은 53.2퍼센트로 시뮬레이션 시의 22퍼센트에 비해 무려 31.2퍼센트나 높게 나왔다"며 "이는 고리~울주 구간의 이용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고리~신양산 구간의 이용률을 과장함으로써 고리~신양산 구간 증용량이 불가능하다는 상황 논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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