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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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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뚫다!

[여기는 더반!·1] 제17차 기후변화협약 총회의 전망

2008년부터 각국이 온실 기체 감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온실 기체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록된 수치여서 더 우려스럽다.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평균 증가율은 2.3ppm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증가율 2.0ppm보다 훨씬 높다. 전 세계가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탔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이미 올해도 아프리카 북동부의 대기근과 타이 홍수 등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반복되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11월 28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놓고 벌써부터 협상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하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진행된 실무급 사전 협상이 '지구야 어떻게 되든 말든'식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반목으로 파국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10년 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나온 칸쿤 합의는 각국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 근접도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나마 칸쿤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된 추가 협상에서마저 당사국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2010년 총회에서 협상의 방향은 정했지만 통상적으로 추가 협상에 수년이 소요되고, 다시 각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협상 시간은 마감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당사국들은 2012년 말 효력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고 교토의정서 이후 감축 체계를 확정짓기 위한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10월 파나마에서 열린 실무 협상에서 교토의정서 연장과 협상 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견해차만 확인하고 끝이 났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온실 기체 의무 감축 체제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한 법적 문서 채택을 주장한 반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은 교토의정서 연장을 통한 선진국의 의무 감축과 개발도상국의 자발적 감축 체제를 희망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 감축 의무만 규정한 교토의정서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토의정서 연장이 개발도상국 온실 기체 감축과 연동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은 자발적으로 온실 기체를 감축할 것이고, 예전 협상에 의해 개발도상국은 의무 감축을 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선진국들을 맹렬히 비판했다. 몽니부리기 식의 협상이 계속되다 보니 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유엔 주도의 다자간 협상이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칸쿤 합의가 화려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껍데기에 불과하긴 해도, 어쨌든 유엔 주도 하의 다자간 협상 체제가 좌초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칸쿤 합의 이후 첫 협상에서 전혀 진척이 없다면 다자간 협상에 방점을 찍은 기후변화협약 체제는 다시 무용론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 7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공개토론회에서는 선진국들과 군소 도서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 문제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자는 의견이 제기됐다가 철회되기도 했다.

선진국은 안전보장이사회 15개 국가에게만 협상 권한을 부여하면 개발도상국이 연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는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아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셈법이었다. 신뢰할 수 없는 일부가 전체 의견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책임과 영향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다자주의 협상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기후변화협약 체제가 깨지면 향후에는 각국의 자발적 감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0년 칸쿤 합의가 도출된 배경도 역시 다자주의 협상 체제의 필요성 때문이다. 선진국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코펜하겐 협정에 반발했던 당사국 중 볼리비아를 제외한 모두가 칸쿤 합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개발도상국이 '코펜하겐 협정과 내용이 달라진 게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칸쿤 합의에 찬성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다자간 협상 체제가 깨지는 것은 곧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동력을 상실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다자간 협상 체제가 이해관계의 충돌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딜레마로 떠올랐다. 더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이런 정치적 정글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민 사회는 활동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칸쿤 합의가 더러운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칸쿤 합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를 요구해야 하는데다가 다자간 협상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기후 변화 대응 방안으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녹색 성장(녹색 뉴딜)이 신자유주의적 경제 성장 방식에 토대를 두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삼중고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이로 인해 시민 사회 역시 선명한 분화과정을 겪고 있다.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주류 환경 단체가 중심이 된 기후행동네트워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최소한의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 당사국들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유엔 체제에서 미약하지만 실천적 의제들을 도출하고 모두가 온실 기체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은 각 당사국 협상단에 대한 로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는 녹색 성장과 같은 정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반면 제3세계 NGO와 진보 단체들이 중심이 된 기후정의운동 그룹은 칸쿤 합의는 반자연, 반도덕적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녹색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보다 급진적인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유엔 주도의 기후변화협약 체계에 대해서는 무용론과 비판적 지지론이 양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시민 사회는 더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파국으로 접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각 당사국들이 외교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탄소 집약적 경제 성장을 더 우선시하고 있고, 사회적 전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개발도상국은 개발도상국대로 십인십색(十人十色)의 목소리만 남아있고, 시민 사회는 결정적 전환이 없더라도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고 로비를 하거나 무기력하게 비난만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건 이 시간에도 방콕 주민들은 아직도 빠지지 않은 물로 인해 쌓아놓은 배수관 더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말리아에서는 식량을 찾아 목숨을 건 국경 탈출이 이어진다. 이들을 잊지 않았다면 우리는 정글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멈춰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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