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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뉴타운'이 이명박·오세훈과 다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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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뉴타운'이 이명박·오세훈과 다르려면…

[도시 주인 선언·35] 정의로운 도시 재개발 ②

흔히 주택은 인간으로서 보편적 삶의 의미이며, 우리 삶의 기본적 수단이자, 자기 실현의 첫 장(場)이라 하며, 주택에서 한 개인이나 가족이 살아간다는 것(주거)은 기본적인 사회생활의 일부이자,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되며, 사회적 기본 가치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보다 좋은 삶, 보다 나은 주거 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뉴타운 사업,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어떤가?

현행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기본 가치의 성격을 갖는 주택이 부당하게 철거되거나,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비자발적, 강제적 퇴거를 당하여 주거 생활의 터전을 일시에 상실당하는 비인권적인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절대권으로서 그들의 생명권까지도 위협받거나 상실당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면 철거를 통한 합동 재개발 방식이 1982년 도입된 이후 1997년 사이 강제 철거 과정에서 폭력이나 충격, 비관 자살 등으로 숨진 재개발 지역 주민은 29명에 달하며, 여기에 2000년 이후 최근의 용산 참사까지 도시 재정비 사업 과정에서 희생된 것으로 확인된 사망자 8명을 보태면 최소 37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는 합동 재개발 사업의 도입 이후 지난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도시 재정비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주택이라는 사회적 기본 가치가 아무런 대책 없이 박탈당하고, 이의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대변하는 도시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 안정성 침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 재개발 철거 현장. ⓒ박태진

왜 이와 같은 끔직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일까?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어디에서 출발하며,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도시 재정비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현행 법률에 의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가지는 기본적인 사업 구조가 전면 철거를 기초로 하는 합동 재개발 방식의 형태를 가지는 개별 단위 사업 방식의 추진 체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개별 단위 사업 체계는 사업 조직의 구성, 사업 계획, 사업 인가, 자금 조달, 사업 시행 등 사업의 전 과정이 개별 단위 사업 구역에 한정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법에서 정한 인가 절차 외에는 외부의 개입 즉, 공공 부문이나 시민 사회 부문의 자금 유입이나 참여 없이 사업이 진행된다.

개별 단위 사업 체계는 정부가 재정 부담을 하지 않고 민간 자본으로만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정비 조합에게 많은 자율성과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하여 사업의 용이성, 신속성, 사업성을 보장함으로써 역동적인 사업 추진을 가능하도록 하여 사업의 활성화를 제고할 수는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도시 재정비 사업의 사업 시행 주체인 정비 조합들은 사업 기간을 단축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거 업체 직원들을 동원하여 건축물의 강제 철거와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강요하는 등 많은 물리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또 도시 재정비 사업의 추진 여부와 추진 속도는 도시 계획적인 필요성이나 주민들의 주거 상태의 열악성이 아니라 재정비 대상 지역의 사업성에 따라 좌우되게 된다. 재정비 사업의 지구별 사업성 여부는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재정비 사업의 추진 속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재정비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 시공사, 정비 업체, 철거 용역 회사 등의 추진 주체들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행사하는 형태가 일반화되게 되며, 이러한 사업 구조에서는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과 부패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절차법(adjective law)은 권리 의무의 실질적 내용을 실현하는 절차를 말하는데, 예컨대 권리의 보전·실현, 의무의 이행·강제 등을 규율하는 법을 말한다. 도시 재정비 사업의 관련 법령 역시 절차법의 하나인데,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절차법에서는 사업 결과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지 않고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업의 결과가 공정하고 바람직하려면, 그 절차 자체가 공정하고 바람직하게 구조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앞서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현행 도시 재정비 사업의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는 다양한 사업의 절차는 공정하고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 도시 재정비 사업 개별 단위 사업 체제 구조도. ⓒ주관수

현대 정의론의 대가인 존 롤스가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를 통해 주장하는 핵심이 바르고 공정한 절차가 내재된 사회 기본 구조 하에서 도출된 사회적 합의만이 언제나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스는 바르고 공정한 절차를 위한 기본 원칙을 정의의 세 가지 원칙(평등한 자유의 원칙,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 차등의 원칙)으로 설명하면서, 이러한 정의의 원칙이 내재된 순수한 절차적 사회 기본 구조를 가질 수 있어야만 결과적으로 정의로운 사회 체계인 민주주의적 평등 체제가 실현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는 사업의 결과가 공정하게 도출될 수 있는 바르고 공정한 절차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롤스의 정의관과 정의의 원칙을 도시 재정비 사업의 절차 내에서 내재시킬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공정한 도시 재정비 사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에 따르면, 도시 재정비 사업의 사업 구조가 정의로운 것이 되려면 사업 구조 그 자체가 공정한 상황에서 선택되어져야 하고, 도시 재정비 사업의 기본 원칙은 사업의 기본 구조 내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로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시 재정비 사업의 절차는 다음과 같은 정의의 원칙이 내재된 순수 절차적 도시 재정비 사업의 사업 구조를 가져야만 한다.

첫째,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 내재되어야 한다. 도시 재정비 사업을 통하여 개인의 기본적 자유 체계인 소유권, 재산권 등에 대한 권리는 사업 구역 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주거 생활과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공익적 자유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지도록 양립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다만, 도시 재정비 사업에 따르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소유권 혹은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모든 사람들의 주거 생활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보다 큰 공익적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할 것이다. 즉, 도시 재정비 사업의 사업 목적이나 사업 구조가 토지 등 소유자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나 중산층 이상을 위한 새로운 주택의 공급에서 벗어나 사업 구역 내 취약 계층 주민들의 주거 생활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고, 전면 철거 방식의 단일 사업 체계인 합동 재개발 방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커뮤니티 중심, 마을 중심, 사람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현행 합동 재개발 방식 중심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의 구조를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마을 공동체 단위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이 내재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불가피하게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도시 재정비 사업에 있어서 사업과 관련된 모든 주민 및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조직 구조와 조직 내에서의 다양한 활동,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제공 및 접근 등의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함으로써 도시 재정비 사업으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의 절차가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도시 재정비 사업 내에서도 개방성과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절차적 방안이 내재되어 있기는 하나, 조합원 참여 자격이 소유자에 한정되어 있거나, 정보 공개가 조합원 중심으로 상당 수준 폐쇄적이며, 정보의 생성 과정 또한 일부 조합원과 건설사(정비 전문 업체)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등 실질적인 공정성과 개방성이 담보되고 있지 못한 측면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도시 재정비 사업의 과정에서 개방성과 공정성이 절차적으로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현재 사업 추진이 미진하거나 주민 간의 갈등이 높은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 구역에 대해서는 공공 주도의 사업 타당성 및 본인 부담금 등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통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 후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의사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공공과 민간, 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 하에서 향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도시 재정비 사업을 위한 사업 구조, 사업 절차, 참여 방법, 정보 공개 등을 절차적 기회 균등의 관점에서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차등의 원칙이 내재되어야 한다. 도시 재정비 사업에 따르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불평등은 사업 구역 내의 모든 사람들이 개발 이익 등 사업에 따르는 편익을 향유하고 주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경우에만 용인된다. 특히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최소 수혜자인 도시 저소득층(세입자 등)과 취약 계층이 사업의 혜택을 공유하고 주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만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는 개발 이익 분배에 형평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사회적 측면에서는 주거 안정과 삶의 질이 공유되어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소형 저가 주택의 멸실을 최소화하고, 원거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여야만 한다. 불가피한 경우 공공 임대 주택의 공급이나 대체 상가 제공 등을 통해 최소 수혜층이 새로운 삶을 위한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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