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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합당'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바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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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합당'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바보들에게

[기고] 2012년 총선 대선 승리법

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대다수 전문가는 압승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연대가 왜 반드시 필요한지를 보여준 일종의 모의고사였다는 생각이다.

오세훈의 셀프 탄핵,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논란, 여기에 나경원의 사학재단 이사 재직 사실과 강남 피부과 출입 등 야권 단일 후보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이 계속해서 만들어졌음에도 7.19퍼센트 차의 승리라니. 이번에 나경원이 얻은 총 186만 표는 지난 8월 말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안을 지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 참가자의 85퍼센트 수준과 정확히 일치한다.

즉, 나경원을 찍은 유권자는 한나라당이 무슨 실책을 하든, 이명박이 어떤 꼼수를 쓰던, 후보자 자질이 어떠냐를 떠나 한나라당 후보를 찍는 맹신 지지자로 볼 수 있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처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이루긴 해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몇 개월 전 진보 정당 간의 통합 논의를 우리는 지켜보았다. 당 대 당 통합. 어느 정당이든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또는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두 당이 한 지붕 아래 모인다는 것, 의지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일식 연정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칭 '정당 득표율을 바탕으로 한 연합 정부 구성 후 대선 대응 전략'(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야권 연대 합의

우선 올해 내로 야권 연대 구성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심판으로 모이되, 여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더 직접적인 사안, 예를 들자면, 대학생 반값 등록금, 토건 사업 반대, 복지 예산 확대 등을 포함할 수도 있고 한국 정치의 맹점을 바로잡는 정치 제도 개혁까지 포함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응 전략에 동의를 하는 모든 정당이 참여해 '야권 연대 합의'를 이끌어낸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합의의 주체인 각 당 대표들의 정치력과 시민 사회의 리더십이 절실할 것이다.

2) 야권 연대+비례 대표의 투-트랙

야권 연대 합의 이후 2012년 총선을 위한 실무 협의에 들어간다. 야권 연대가 총선 승리로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구마다 한나라당과 야권 후보의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만 한다. 야권 연대 합의에 참여한 정당은 현재의 각 선거구별로 단일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시기와 방법은 야권 연대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해 각 지역구에 적용할 수도 있겠고, 또는 각 지역구별로 자체적인 방식과 시기를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어느 경우이건 야권 단일 후보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승을 위한 절대 방정식일 뿐만 아니라 야권 연대에 참여하는 정당에게 보여주는 신뢰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와는 별도로 정당 명부 방식의 비례 대표 선거는 현재와 같이 각 당이 각자의 이름으로 치른다. 이번 야권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이 비례 대표 선거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한나라당과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후보 한 사람이 출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역구 단일 후보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전술적인 선택일 뿐이지 해당 정당이 그 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 당에 대한 정확한 민심은 바로 유권자가 받게 될 두 번째 투표용지에 달려있다. 정당 명부 비례 대표 선출 투표에서 얻어지는 이 수치가 바로 한국의 유권자 전체가 각 당을 지지하는 가장 객관적인 수치인 것이다.

3) 대선 준비-연합 정부 구성

총선 후 야권 연대는 공동으로 12월 대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이 때 4월 총선의 정당 명부 투표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 18대 대선을 위한 준비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정당 명부 득표 비율대로 행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이 준비위의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야권 연대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각각 A당 30퍼센트, B당 25퍼센트, C당 20퍼센트, D당 10퍼센트의 득표를 얻었다면, 대선 후보는 A당에서 나오고, 총리는 B당, 그리고 각 행정 부처 장관은 비율에 따라 A당 30퍼센트, B당 25퍼센트, C당 20퍼센트, D당 10퍼센트씩 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이 원칙과 선거 결과에 따라 5월과 6월 행정부 구성 논의와 더불어 정책 협의에 들어간다. 정책 협의 또한 각 당의 지분에 따라, 또 장관 후보를 배출한 각 정당의 관장 하에 해당 부서의 정책을 내놓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행정부 구성과 세부 정책 내용을 하나의 '연합 정부 매니페스토'로 만들고 대국민 약속을 선포한다. 4월 총선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각자의 출신 정당을 불문하고 이 정신에 따라 입법 활동과 행정부 감시의 역할을 진행하는 것이다.

야권 연대에 임하는 각 정당의 자세

올해 우리는 진보 정당의 통합 논의와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 대 당 통합, 합당, 새로운 당 창당이 얼마나 힘들고 또 당원들의 다양한 의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확인했다. 큰 생채기를 경험했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이 사회에서 거대 정당 몇 개로 민의를 올바르게 대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의 수가 많음은 그 사회가 더 다양하다는 긍정의 표시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이 이러한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는데 있다.

독일의 정치 시스템은 그래서 더더욱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각 당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연합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은, 한 당의 독단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투표의 즐거움을 돌려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 굳이 1등이 아니어도 선전만 하면 연합 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 사실 자체가 상당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는 것이다. 1998년 녹색당이 처음으로 집권당으로 발돋움했을 때 이들의 지지율은 고작 6.7퍼센트였다.

우리는 서울 시장 선거를 통해 기존의 정당이 야권 연대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8개월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열린다. 내년의 선거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 채 독일식 연정 시스템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박원순 단일 후보는 당선 후 야권 연합 형태로 시정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각 당에 어떤 비율로 '지분을 나눠'줄 것인지는 쉽지 않은 계산일 것이다. 총선에서의 비례 대표 득표 비율에 따라 연합 정부 지분이 할당된다면, 야권 연대에 참여하는 어떠한 정당도 들러리로 머물지 않고 당당히 자기 몫을 부여받을 것이다. 유권자도 자신이 지지한 정당이 보다 더 많은 득표를 얻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내년 4월까지 이제 만 5개월 남았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신경전 대신, 독일의 연정 모델을 바탕으로 '정당 득표율을 바탕으로 한 연합 정부 구성 후 대선 대응전략'에 각 당 지도부와 시민 사회가 뜻을 모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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