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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선택할 때! 북한인가, 쿠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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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선택할 때! 북한인가, 쿠바인가?

[親Book] 요시나 사유리의 <작은 나라 큰 기적>

"아이를 집에 데려오는 것은 유괴예요!"

결혼해 쿠바를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 저지를 만나러 어머니인 멜시가 쿠바에서 시카고로 갔다. 멜시는 손자가 친구들과 집 앞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우리 집에 케이크를 먹으러 오너라" 하고 아이들 모두를 초대하였다. 다음날 멜시는 아침부터 케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자 딸이 기겁을 하고는 멜시를 보고 소리쳤다.

"엄마!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기는 쿠바가 아니에요. 미국이라고요! 여기서는 보호자 허락 없이 아이를 집에 데려오는 것은 유괴예요."

저지가 멜시에게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남의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안 된다. 성추행으로 고발당한다. 아무리 아이의 부모가 남의 집으로 케이크를 먹으러 가도 좋다고 허락을 했어도 케이크 때문에 탈이라도 나면 거액의 위자료를 청구한다. 이웃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의 집을 놓고 사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멜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남을 믿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란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타리를 쳐 놓은 공원에서 부모의 감시 아래 손자와 손녀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멜시는 불쌍하다고 흐느꼈다.

재일 교포 3세 요시나 사유리의 <작은 나라 큰 기적>(설배환 옮김, 검둥소 펴냄)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요시나는 2003년부터 쿠바에서 살면서 쿠바의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체험을 책으로 썼다.

차별 없는 나라, 아사자 없는 나라, 쿠바

▲ <작은 나라 큰 기적>(요시나 사유리 지음, 설배환 옮김, 검둥소 펴냄). ⓒ검둥소

일본에서 그녀는 엄청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면서 살았다. 사유리의 할아버지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의사가 치료를 거부해서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영주권을 갖고 있는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세금은 꼬박꼬박 걷으면서도 선거권은 주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에서는 그런 인종 차별과 괴롭힘이 없었다. 쿠바에서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각기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유지하며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차별 없이 형성된 진정한 단결심이 쿠바인의 품격 있는 자부심을 유지시키고 남을 배려하는 숭고하면서도 넉넉한 마음을 길러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깨달았다.

쿠바는 결코 풍요로운 나라가 아니다. 때로 쿠바 인민의 생활은 비참한 상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쿠바는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먹을거리 부족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북한과도 전혀 다르게 쿠바 인민은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는다. 오히려 채소를 많이 먹어 성인병이 현저하게 줄어든 나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쿠바의 의료는 의사 수와 의료의 질 모두에서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쿠바에는 100가구 정도에 1명의 의사가 가정의로 배치되어 있다. 국민 1인당 의사 수로는 쿠바가 세계 1위이다. 모든 의료 행위는 무료이다.

물론 교육도 모두 무료이다. 우리처럼 무상 급식을 시행하니 마니 해서 주민 투표까지 한다거나 등록금 때문에 또는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생기거나 하는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에 나오는 것처럼 9·11 테러 당시 구조 활동에 투입되었던 소방대원 중 몇은 그 이후 암에 걸렸음에도 너무나 터무니없이 높은 의료비 때문에 미국에서는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들은 쿠바에 가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외국인도 쿠바에서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 나라에 2만5000명의 쿠바인 의료 전문가와 기술자가 파견되어 인도적 지원과 의료 협력을 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하였다. 그 뒤 특히 갑상선 암을 비롯한 숱한 방사능 피폭 어린이 암 환자가 폭증했다. 쿠바는 1990년 아바나 교외에 타라라 진료소를 설립하여 체르노빌 피폭 어린이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 닥친 쿠바의 비상 경제 위기 아래서도 이 진료소는 문을 닫지 않았다. 지금도 해마다 약 8000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의 피폭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으려 여기로 오고 있다.

쿠바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감시가 전혀 필요 없이, 유괴와 폭력의 위험을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 그냥 밖에서 자유롭게 논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있으면 자신과 상관없는 남이라도,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도와주려고 한다.

쿠바 사람의 일상생활을 살펴보면 안심할 수 있는 삶이란 국가 경찰이나 사법 제도 등이 제공하는 그런 안전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 위에서 구축된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살아남기를 원하면 쿠바에서 배워라!

석유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고갈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북한과 쿠바라는 두 나라의 타산지석을 통해 생생하게 알고 있다. 1992년 구(舊) 소련이 무너지고 구 소련의 석유 공급에 의해 지탱되던 북한과 쿠바의 석유 문명과 석유 농업이 어떻게 붕괴되었으며, 어떤 끔찍한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왜 북한이 수십만 명의 아사자를 낳고 말았는지, 왜 강성대국으로 치달으며 전체주의 사회가 되어버렸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쿠바는 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풍요롭지는 못하지만 넉넉하고 자유롭고 생기가 넘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냈는지, 군사비를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미국의 봉쇄 정책과 붕괴 정책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만간 대한민국에 닥칠 거대한 식량 위기와 경제 위기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요시나 사유리의 <작은 나라, 큰 기적>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지극히 간명하면서도 일반 인민의 눈높이로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에 대해, 우리들 삶의 진정한 본모습에 대해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다시 곰곰이 성찰하게 만든다.

위기를 먼저 겪은 쿠바 인민들의 생활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지혜와 풍요의 진짜 의미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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