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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노회찬·심상정이 '떨거지' 안 되려면…

[기고] 선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도올 김용옥은 일갈한다.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이 한 국가 공동체를 한 방에 잘못된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작금의 한국 정치를 지켜본 철학자의 지적이다. 선거 제도라는 것이 민의를 표출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일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 발전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악화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핵 폐기를 거론한 국회의원은 정원의 10퍼센트가 채 안 된다. 국민 대다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지만, 20조 원이 넘는 삽질 예산을 통과시킨 국회의원이 과반수를 넘는다. 정치의 주인인 유권자와 그 머슴들인 정치인의 '유체 이탈'은 우리 선거 제도가 나은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2012년 선거는 복지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총생산(GDP) 세계 15위의 나라에서 이제야 복지를 논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것은 우리의 문제점 많은 정치 제도가 빚어낸 결과이다.

단언하건대, 정치 제도를 개혁해 민의가 보다 더 정확하게 입법부와 행정부 구성에 반영될 수 있다면,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자들이 립 서비스하듯 떠드는 복지가 아닌, 보다 현실적이며 내실 있는 복지가 더 빨리 실현될 것이다.

제도의 문제점

우리는 편의상 대의 민주주의를 국가 운영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어떤 제도인들 모든 국민들의 생각을 100퍼센트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겠는가마는, 현재의 우리 국회의원, 대통령 선출 제도는 독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커다란 맹점을 낳고 있다.

우선, 1등만 살아남는 제도의 병폐를 살펴봐야만 한다.

득표율에 상관없이 1등만이 대표자로 선출되고 나머지 2, 3, 4등은 순위에 상관없이 그저 패배자가 되는 제도에서 정책 대결을 기대하기란 배부른 소리이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보았듯,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을 개발해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상대방을 흠집 내 부동층과 상대방 지지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선거 전술이다.

또, 선거철만 되면 당선 가능한 소위 '외부 인사' 모시기에 각 당이 골몰하게 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정책과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인물의 이미지에만 기대어 선거를 치른다. 그 결과는 삶의 질이나 복지의 진전보다는 그저 전시성 사업의 빈껍데기뿐이다.

입법부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 또한 마찬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체 단체장 선거처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또한 해당 지역에서 다수 득표자 1인만 '금배지'를 달 수 있다. 우리처럼 각 정당의 지역화가 심한 경우,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 대결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정당 공천자를 뽑아주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마치 쇼트트랙 국가 대표 선발전처럼 올림픽보다는 국가 대표 선발전이 더 어려운, 내부 공천만 받으면 90퍼센트 이상 당선이 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정당을 지역 정당으로 보다 더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역구 선거는 결국 승자만 대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탈락자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사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즉, 각 정당의 득표율과 국회 의석 비율이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이런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비례 대표인데, 우리 국회의 비례 대표 의석은 총 299석 중 54석(18퍼센트)으로 제도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

대통령 5년 단임제 또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득표율에 관계없이 1등을 한 대선 후보가 제왕적인 권력을 위임받은 채 단 5년만 집권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독재를 막기 위한 방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책임 정치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2012년 이후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만의 하나' 문제가 일어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또 장기적인 정책 수립은 애써 외면하고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는 조급증에 발목 잡히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은 임기 내에 실현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각 지역 거점 도시에 거대한 건축물 몇 개를 설치하는 토목 사업으로 변질됐다.

정치 제도 개혁의 방향

우선 국회의원 선거,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야 한다. 제대로 된 보수-진보의 가치 대결을 펼치려면 스스로 지역 정당으로 전락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야만 한다.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나오고 영남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선출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1등 뿐만 아니라 2등 3등도 국회의원에 선출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유권자가 1등 될 사람 또는 1등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표를 던지는 현재의 '울며 겨자 먹기' 투표 관행 대신, 1등은 아니더라도 2등 또는 3등이 될 수 있는 소신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비례 대표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동등한 비율로 확대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라 하더라도 2등 또는 3등에 들어야만 당선되는 제도는 탈락자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의 의견이 무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회 전체 의석 절반을 비례 대표에게 할당한다면 그만큼 유권자의 표심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국회의원 의석수로 반영될 것이다.

이 비례 대표는 전국적으로 집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구 선거와 비교해 지역 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득표 비율에 따라 국회의원 당선자 수가 결정되므로 유권자는 후보자의 당락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이를 짓누르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각 정당의 정책을 보고 평가하는 소신 투표가 가능하다.

과반 이상을 얻은 세력이 집권하는 제도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지방자치체 단체장이나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있어 득표율에 상관없이 1등한 자가 모든 제왕적인 리더십을 갖는 대신, 의회 다수를 차지한 정당(들)의 대표가 행정을 책임지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입법과 행정이 긴밀히 유착되어 견제 기능이 줄어들 여지는 있으나,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40퍼센트를 얻은 1등이 국정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1등, 또는 40퍼센트를 얻은 1등과 15퍼센트를 얻은 3등의 연합 정부, 아니면 30퍼센트를 얻은 2등과 25퍼센트를 얻은 3등의 연합 정부가 행정을 맡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지지한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사실 이 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정치 제도는 현재 독일에서 시행 중인 것이다. 독일은 기독민주당(기민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이라는 거대 양당이 존재하지만, 군소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 녹색당, 좌파당, 심지어 최근의 해적당까지 다양한 정당들이 연방 의회, 지방 의회에 진출해 정책 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9월 열린 베를린 지방 선거는 정책 대결의 백미를 잘 보여준다. 각 당은 그들 나름의 매우 선명한 정책을 들고 나왔다. 교육 정책의 경우, 사민당과 녹색당은 공교육 강화를 외쳤고, 중도 보수 기민당은 더 경쟁력 있는 고등학교를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왔으며, 시장 자유주의를 외치는 자민당은 현재의 무상 대학 등록금 대신 유료화 하겠다고 주장했다.

주택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해 공영 주택 공사의 확대를 외친 반면, 보수 정당인 기민당과 자민당은 정반대로 주택 공사의 민영화를 주장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이 정보의 자유를 주요 정책으로 외치는 해적당에 투표해 이들을 역사상 처음으로 베를린 시의회에 입성시켰다.

선거 운동 기간은 이들 각 당이 내놓는 사회 비전이 한 곳에 펼쳐진, 선택할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인 훌륭한 시장 좌판이었다. 시민들은 어느 정당이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지 고르느라 열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정당 명부에 투표한 결과를 50대 50 비율로 반영해 베를린 의회를 구성하고 시 행정부를 구성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 남부의 한 주에서는 녹색당 주총리가 탄생했다. 재미난 것은 녹색당은 1등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핵 발전 확대와 독일 판 4대강 사업인 슈트트가르트 21 프로젝트에 성난 시민들은 지난 58년간 집권한 기민당을 표로 심판했다. 지난 선거보다 5.2퍼센트 떨어진 39퍼센트 지지를 얻어 총 138석의 주 의회 의석 중 60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래도 여전히 1등은 1등이었다. 그러나 집권하기 위한 의회 의석 50퍼센트 확보를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의 연합 정부를 구성해야만 했으나, 파트너를 찾는데 실패했다. 기회는 24.2퍼센트의 지지로 총 36석을 차지한 녹색당에게 주어졌고, 23.1퍼센트의 지지로 35석을 얻은 사민당과 연합 정부 구성에 합의하게 되어 드디어 녹색당 출신의 주총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 정부 구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선거 제도 개혁의 의미

국민 모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생활한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단 몇 개의 정당이 3700만 유권자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것은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가 민초의 생각을 대변하는 광장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출현해야만 한다.

비정규직을 옹호하는 정당도 출현해야 하고 핵폐기를 외치는 정당도 출현해야 한다.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정당도 당연히 존재할 가치가 있다. 이들이 광장에서 자신들의 가치와 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일 때에만 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 정치 제도 아래서는 정당의 정책 대결이 불가능할 뿐 만 아니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국회라는 민의의 전당에서 유권자의 의사를 대변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 4년간의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민주주의의 후퇴, 자연 환경의 파괴, 소통의 부재 등 뼈아픈 상처를 우리에게 남겼지만, 또 반대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치인 잘못 뽑으면 나라가 어떻게 한 순간에 곤두박질 칠 수 있는지를 알려준, 매우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시간이었다. 이런 고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지 논쟁에 앞서 정치 제도를 개혁해야만 한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 이명박 덕분에 한나라당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정권 교체의 결과에만 집착하거나 환상에 빠져서는 절대 곤란하다. 현재의 제도로는 제2, 제3의 이명박 정부 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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