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민주노동당 방북단에 제안했다.
북한은 또 지난달 핵실험이 6자회담 재개의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면서 미국의 금융제재가 6자 회담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닷새간의 방북 활동을 마치고 4일 오후 귀국한 문성현(文成賢) 대표 등 민노당 방북단이 밝혔다.
권영길(權永吉) 의원단대표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방북단 기자회견에서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적십자회담이 필요하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김 상임위원장은 이런 입장을 한완상(韓完相)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이는 이번 방북의 중요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제의는 지난달 27일 한완상 총재가 한적 101주년 기념식에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촉구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향후 남북적십자간 회담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또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방북단의 일원인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김 위원장은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금융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회담 성패에)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의원은 이어 "김 상임위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6자회담을 재개한 것이라면서 결국 핵실험이 대화 재개를 위한 카드였으며 남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자위수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설에 대해서는 "가기 전에는 용의가 있었으나 갔을 때는 제의하지 않았고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말로만 북핵문제를 떠들 때 민노당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평화해결을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섰다"며 "의미 있는 방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날 민노당 방북단이 도착한 인천공항에는 뉴라이트청년연합 회원 20여 명이 나와 "민노당 방북단은 북으로 다시 돌아가라"며 항의 집회를 벌였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4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기 위한 적십자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민주노동당 방북단의 설명과 관련, "민노당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고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민노당 측으로부터 북측에서 이뤄진 회담 결과를 아직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기에 아직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후 남북 간 공식채널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 개최 제의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북측으로부터 그런 내용의 전통문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우리 정부가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하자 이에 반발해 8.15를 전후해 갖기로 했던 화상상봉을 사실상 취소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전면 중단하고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현장에 있던 우리측 인력을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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