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닙니다. 사람들이 4대강 반대하는데 대답 안 하고 다 지으면 끝이냐? 끝 아닙니다. 실제로 독일 같은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가 되어 폭파시켰습니다. 사실 4대강 이런 식으로 개발한 것이 시간이 흐르고 문제가 불거지면 원위치시키는 데 돈이 많이 듭니다. 원상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려요. 우리는 2년 만에 폭파시키면 오히려 괜찮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조국 교수의 답변) (39~40쪽)
우리는 매일 좌절하면서 삽니다. 직장을 얻지 못해 좌절하고, 이루지 못한 꿈에 좌절하고, 사랑에 좌절하고, 시대의 불의에 좌절합니다. 우리는 좌절의 그림자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좌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것과 징글징글하게 등 맞대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이젠 솔직하게 좌절과 맞대면해보면 어떨까요? 여기 그런 자리가 펼쳐졌습니다.
<진보 집권 플랜>(오마이북 펴냄)을 내면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한 조국 교수는 시민사회의 좌절을 절절히 설명하면서 4대강 폭파식을 거행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정혜신은 좌절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치유하는 명약이 무엇인지 귀띔해 주었습니다.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우리 시대 노동 현실과 정면으로 맞대면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타워크레인에 오르기 직전 이 강연을 통해 눈물과 웃음을 한가득 안겨 주었습니다. 해직, 투옥, 병마로 점철된 도종환 시인의 굴곡 많은 인생에 만약 그 아름다운 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으로 아찔합니다. 연재 중 외부 활동 금지라는 원칙을 깨고 강연을 함께한 만화가 강풀은 400여 통의 이력서를 작성한 좌절 전문가에서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가 된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 <@좌절+열공>(조국 등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해문집 |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등장한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장담하며 청중들에게 사랑이라는 예쁜 천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종횡무진 강연장을 누비던 여성학자 정희진은 '인문학 위기 담론'이 왜 위기인지 기발한 예를 들어가며 쉴 새 없이 재밌는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여행할 때 진짜 경험을 위해서는 카메라와 가이드북을 버리라고 역설한 청춘의 인문학자 엄기호는 문자로 돈을 요구하는 친구에 대한 대처법에서 시작해 무당의 기술을 발휘해 알아 낸 학생들의 살아 있는 경험을 생생히 중계해 주었습니다. 잘생긴 외모로 여고생 팬까지 대동하고 온 김진혁 교육방송(EBS) PD는 <지식채널 e>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설명하며 최대한 의심하는 것이 진실에 가장 가깝게 가는 길임을 차분히 알려 주었습니다.
'좌절'과 '열공'의 강연을 되새기다 보니 그 현장이 생각나 또다시 마음이 벅차옵니다. 좌절과 공부, 웃음과 박수, 열정과 공감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 <@좌절+열공>(서해문집 펴냄)은 좌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4대강 폭파식 행사의 폭파 단추처럼 통쾌한 순간과 함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시간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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