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과 박근혜정부 들어서 처음 열리는 당국 간 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세세한 부분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는 원칙적인 합의만 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실무회담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남북 당국회담 준비를 위한 판문점에서의 실무접촉은 17시간동안 10번의 회의를 가졌음에도 완전한 합의를 하지 못하며 마무리됐다. 오는 12일 남북 당국회담도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역시 이번 회담에서의 핵심 의제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이 한번에 다 합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합의되기 전에 풀어야 할 전제조건이 많다.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위해서는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남북 간 해결 의지가 있어야 하고 개성공단도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모든 부분에 한꺼번에 합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담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근식 교수는 "장관급 회담에서는 예를 들어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위해 남북이 성실하게 노력한다는 포괄적인 수준의 선언만 하고 나머지는 실무회담으로 가면 된다"면서 "당국 회담에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사태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려고 하면 회담 판을 깨자는 거다. 언제 그걸 다 합의하나"라고 반문했다.
김창수 실장 역시 이번 회담은 막혀있던 남북 대화를 뚫는 첫 번째 회담으로의 의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통해 당국 간 회담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서로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6.15 공동행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치고 앞으로 7.4 공동선언 기념행사, 8.15 기념행사 등을 공동으로 치르면서 두 번째 당국 간 회담으로 넘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양건, 통일부 장관과 급이 안 맞는다
한편 쟁점이 됐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북측 수석대표 결정과 관련해 김근식 교수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 부장은 급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김양건은 당의 대남 담당비서다. 류 장관보다 높은 급"이라며 "김양건이 지금 내각에서 직책이 없다. 즉, 정부기관 인사가 아니라 당의 인사다. 권한있고 책임있는 당국자가 회담에 나올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에도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특정 상대국의 수석 대표를 지정하여 요구하는 것도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담 전부터 누구 나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예의가 없는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회담 이후에 이의 제기해도 늦지 않다"면서 "북한은 이미 상급 당국자, 즉 장관급 당국자를 내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남한이) 김양건 나오라고 자꾸 요구하면 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수 실장 역시 류 장관의 카운터파트로는 내각책임참사가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내각책임참사라는 직책은 우리 장관급이다. 이 직책을 달고 나오는 것이 급이 맞는 것"이라며 "다만 그 자리가 상설직책이 아니기 때문에 급이 낮은 사람이 책임참사라는 타이틀만 갖고 나와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10일 "급이 맞지 않으면 신뢰 쌓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류 장관과 김 부장은 급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만약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그러는 거라면 북한에 이번 회담에 신경을 좀 더 써달라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다소 강경한 대북 전략이 잘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수석대표 사안을 북한에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에서 박근혜 정부의 현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은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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