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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17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합의문 도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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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17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합의문 도출 실패

남북 각각 발표문 형식으로 각자 발표하기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가진 양측 대표단은 9번의 수석대표 회담과 장장 1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했으나 합의문 도출에는 끝내 실패했다. 9일 오전 10시 15분에 시작된 회의는 날을 넘겨 10일 오전 3시 5분 전체회의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날 오전 첫 수석대표회의를 가진 직후 브리핑에서 차분하고 순조롭게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실무접촉 내내 양측은 상당한 공방을 벌였고 결국 합의문을 작성하지 못했다.

정부는 10일 오전 3시 5분경 전체회의 종료 후 '발표문'이라는 형식의 문서로 실무접촉 결과를 공개했다. 이 발표문은 총 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2가지 항목에 대해 남북이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는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항목이 있어 각자가 별도의 발표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실무접촉 결과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 9일 10시 15분경에 시작된 남북 실무접촉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3시가 되어서야 종료됐다. 하지만 양측은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했다. 사진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전체회의를 하고 있는 양측 대표단 ⓒ통일부

남북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항목은 회담 의제와 북측 수석대표 문제다. 남한은 발표문 3항에서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문에는 여기에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로 포함돼 있다.

발표문 4항에서 언급한 북측의 회담 수석대표 문제도 남북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항목이다. 남한은 발표문 4항에서 "회담 대표단은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기로 합의하였고,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남한 발표문에 명시된 '책임있는 당국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북한 역시 이와 같은 급의 인사가 나와야 함을 암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의 발표문에는 "회담대표단은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되,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고 적혀있다. 북측 단장을 '상급 당국자'로 지칭한 것은 남한의 통일부 장관과 같은 급으로 간주되는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아닌 다른 북측 인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외에 남북은 남한 정부가 제의한 장관급 회담을 오는 12~13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으며, 장관급 회담 대신 '남북 당국회담'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합의했다. 북측 대표단은 경의선 육로로 왕래할 예정이며 추가적 문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협의하기로 정했다.

실무접촉에서도 남북 여전히 '기싸움'

남북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6.15 기념식 공동 행사와 북측의 수석대표 문제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끝내 각자가 따로 발표문을 작성하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다. 남한은 장관급 회담 시 북측의 수석대표로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의 참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7일 북측의 실무접촉 제안에 동의하는 전통문을 보낼 때도 발신 명의를 류길재 통일부 장관으로 했고, 수신자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으로 지정했다. 김 부장이 남북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로 나와야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 수석대표로 김 부장을 임명하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총 21차에 거쳐 진행됐던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의 수석대표로 통일전선부 부장이 참석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내각 참사를 수석대표로 참석시켜왔다. 내각 참사의 직함은 그 자체로는 장관급이지만, 직함을 달고 나오는 실제 인사들은 당 내의 국장급 인사였다.

6.15 행사를 둘러싸고도 진통이 이어졌다. 남한은 6.15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는 것을 장관급 회담의 정식 의제로 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제기한 6.15 공동행사 문제를 남북 현안에 포함시켜 포괄적으로 논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6.15 공동행사를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과 더불어 정식 의제로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장관급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접촉에서부터 17시간이 넘는 진통을 겪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장관급 회담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회담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는 있었어도 실무접촉에서부터 이번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남북 양측이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장관급 회담을 하기도 전에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12일로 예정된 당국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 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발표문 전문이다.


발 표 문


남과 북은 2013년 6월 9일부터 10일까지 판문점에서 남북당국간 실무접촉을 진행하였다.


1. 남북당국사이의 회담을 2013년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2. 회담 명칭은 남북당국회담으로 합의하였다.


3.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기로 하였다.


4. 회담 대표단은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기로 합의하였고,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

5. 북측 대표단의 왕래 경로는 경의선 육로로 하기로 합의하였다.


6. 추가적인 실무적 문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하여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2013년 6월 10일
판 문 점


※ 제3항 및 제4항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내용으로 각각 발표


<북측 발표문 중>


3. 회담에서는 개성공업지구정상화문제, 금강산관광재개문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문제,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문제, 민간래왕과 접촉, 협력사업추진문제 등 북남관계에서 당면하고도 긴급한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4. 회담대표단은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되,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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