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랜초미라지에서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난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합의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하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큰 영향을 준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함께 거닐며 손을 흔들고 있다. 양국 정상의 노타이 차림으로 알 수 있듯이 양국은 이번 회담을 두 정상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AP=연합뉴스 |
이어 도닐런 보좌관은 "두 정상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quite a bit of alignment)'를 이뤘다"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을 재개하거나 북한과의 대화 또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6자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과 함께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중국에 알리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백악관이 최근 북한을 감싸주는 것에 지친 중국의 의중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듣기 원했다면서 이번 회담이 양국 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좀 더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단호한 태도를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기존과는 다르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곧 한반도의 위기가 중국에도 불안정을 가져오는 요인임을 보여주는 징표로 오바마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사이버 해킹 두고 신경전
한편 양국 정상은 최근 현안으로 부각된 사이버 해킹 문제를 놓고 3시간이 넘는 난상토론을 벌였다. 양국 정상은 총 두 차례 회담을 열었는데 첫 번째 열린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한 주요 이슈를 제쳐두고 사이버 해킹 문제가 가장 심도 있게 다뤄졌다. 양국이 이 사안에 대해 상당한 입장 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차 회담 시작 전부터 미국은 사이버 해킹 문제를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안보나 지적 재산권과 같은 이슈를 함께 해결하는 그런 국제 경제를 추구한다"고 말하며 미국의 공공분야나 민간분야 주요 시설에 중국이 조직적으로 사이버 해킹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도 사이버 공격의 희생자"라며 역공에 나섰다. 그는 최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사이버 해킹의 배후로 중국군을 공개적으로 지명한 것과 같이 미국 내 중국 성토 여론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듯 "모함을 벗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는 시 주석을 거세게 몰아세우지는 않았다. 회담 직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극비 문서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성토하려던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도 이와 똑같은 일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 역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사이버 해킹과 관련해 "새로운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라며 "이는 발전을 이끌 수도 있지만 정부와 당국자들에게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들 역시 피해자이며 이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양국은 회담 이후 사이버 해킹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무 채널을 가동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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