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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쩔쩔매는 그들!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은?

[미국이 침묵하는 진실] 존 미어샤이머·스티븐 월트의 <이스라엘 로비>

1948년 5월 14일은 이스라엘이 독립 국가를 세운 날이다. 유대인들은 2000년 동안 현지에 살던 토착 아랍인들을 쫓아내고 팔레스타인 땅에다 나라를 세웠다. 해마다 그 날이 다가오면 유대인들은 여러 종류의 기념행사로 바쁘고 즐겁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날을 아랍어로 '나크바(Nakba, 대재앙)'의 날로 부른다. 1948년 당시 팔레스타인 아랍계 주민 130만 명 가운데 약 80만 명이 살던 집을 잃고 쫓겨났다. 그래서 해마다 5월 14일이 오면 가게를 열지 않고 학교도 문을 닫는다.

미국-이스라엘의 끈끈한 유착

1948년 독립 국가를 세운 이래 이스라엘은 지금껏 주변 아랍 국가들과 전쟁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해왔다. 4차에 걸쳐 중동전쟁(1948, 1956, 1967, 1973년)을 치렀고, 1982년과 2006년에는 레바논을 침공했다.

그런 전쟁이 터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이스라엘의 강압적 군사 통치에 맞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인 '인티파다(intifada, 우리말로는 '봉기' 또는 '저항')'도 1차(1987~1993년)와 2차(2000-2007년)가 터지자, 이스라엘은 무자비한 살상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동의 깡패 국가'라는 소리를 들어온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초강대국 미국 덕이다. 1972~2006년 사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문제를 다루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됐던 결의안 표결에서 무려 42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미국의 부결 압력에 밀려 아예 상정조차 못한 결의안도 한둘이 아니다. 미국-이스라엘의 관계는 유럽의 외교사에 자주 나오는 '신성동맹'에 빗대어 '신성하지 못한 동맹(Unholy Alliance)'이라는 비판마저 받아왔다.

촘스키의 선구적 비판과 미국의 침묵

초강대국 미국의 대외 정책에 비판적인 지식인들 가운데, 놈 촘스키는 2010년에 고인이 된 하워드 진과 더불어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촘스키가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문제가 바로 미국의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다. 1983년에 펴낸 <숙명의 트라이앵글>(최재훈 옮김, 이후 펴냄)에서 촘스키는 미국의 중동 정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트라이앵글'은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삼각 구도다.

촘스키에게 있어서 중동 문제는 바로 그 분쟁의 중심에 미국이 자리 잡고 있는 국제 정치의 문제다. 그의 눈에는 미국이 중동 평화의 중재자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립의 허울을 쓰고 있을 뿐 친이스라엘 일방주의에 기울어 있다. 그런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덕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을 '테러'로 몰아붙이면서 실제로는 국가 테러(국가 폭력)를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휘둘러 왔다.

촘스키가 거의 30년 전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착 관계에 대해 비판했지만, 미국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견해를 공론화하는 것을 삼가는 쪽이다. 미국의 정치학자들, 지식인들, 정치인들이 사이에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이자 자살 행위로 여겨진다. 미국 상원이나 하원 가릴 것 없이 어떤 정치인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을 비판하거나 미국의 친이스라엘 일방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발언을 듣기 힘든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금기를 깨고 성역에 도전하다

그런데 놀랄 일이 지난 2006년 3월에 벌어졌다. 시카고 대학 교수 존 미어샤이머와 하버드 대학 교수 스티븐 월트가 <런던 리뷰 오브 북스(London Review of Books)>에 발표한 글 '이스라엘 로비(Israel Lobby)'을 통해 미국의 친이스라엘 일방주의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미국 정치학계에서 꾸준히 학문적 업적을 쌓아왔고 인정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미어샤이머는 <강대국 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월트는 <동맹의 기원(Origins of Alliances)>, <혁명과 전쟁(Revolution and War)> 등의 역작을 출간한 바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유대인 압력 단체들의 협박 공세가 신경이 쓰여 그동안 정치권이나 학계, 언론계에서 삼가 왔던 이스라엘 성역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제기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실제로 미국 안팎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버드 대학의 인터넷에 접속해 문제의 글을 다운로드 받은 횟수만도 35만 번에 이를 정도다.

이 글의 비판적 핵심 내용은 두 가지. 첫째, 미국 안에 강력한 이익 집단이 있어서 그들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중동 관련 정책이 이스라엘의 로비 단체 때문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을 위한 미국과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로비가 미국의 국가 이익을 해치는 쪽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 글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비롯한 미국 내 유대인 압력 단체는 일제히 미어샤이머와 월트 두 사람을 '유대인 혐오주의자' 또는 '반유대주의자'로 몰아붙이면서 인신공격이나 다름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논리에 동조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거대한 수혜자' 이스라엘

▲ <이스라엘 로비>(존 미어샤이머·스티븐 월트 지음, 김용환 옮김, 형설라이프 펴냄). ⓒ형설라이프
2007년에 출판된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 정책(Israel Lobby and U. S. Foreign Policy)>은 한 해 전에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실렸던 글을 바탕으로 내용을 크게 보강하고 책 뒤에 100쪽이 넘는 분량의 자세한 주를 달아 펴낸 책이다. 한국에서는 원서가 나온 지 3년 뒤인 2010년 9월에 <이스라엘 로비>(김용환 옮김, 형설라이프 펴냄)라는 제목과 "미국을 세계 최강의 불량 국가로 만든 비밀"이란 부제를 달고 번역되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먼저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물질적 원조와 더불어 정치적 지원을 받는 '거대한 수혜자'임을 밝힌다. 제2차 세계 대전 뒤 지금껏 미국이 이스라엘에 원조한 금액이 1400억 달러에 이른다. 1973년부터 2003년까지 이스라엘은 미국 해외 원조액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따라서 저자들은 "미국의 대이스라엘 원조에 견주면,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하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해마다 30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어느 가난한 나라들보다도 더 많은 원조가 이스라엘에게 주어졌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이다. (2위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스니 무바라크가 30년 독재를 폈던 이집트다. 요르단과 더불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은 두 개의 아랍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원조 규모는 15억 달러나 된다). 이렇듯 미국은 이스라엘과 끈끈한 동맹 관계를 이어왔다.

탈냉전으로 바뀐 이스라엘의 전략 가치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큰 틀에서 보면 현실주의(realism) 정치학자들이다. 국제 정치학에서 말하는 현실주의의 핵심은 국가의 힘(power)과 더불어 다른 어떤 가치(이를테면 인권)보다 '국가 이익'을 중요시한다. 미국 외교 정책은 철저히 국익을 잣대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해외 파병을 정할 때도 그 판단 기준은 다른 지역의 고난(대규모 굶주림, 인권 탄압 등의 재난)을 덜어주기 위한 이른바 '인권 차원의 개입'이 아니라 '파병이 과연 미국 국가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잣대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현실주의자인 이들 두 사람의 눈에 비친 미국은 "다른 나라(이스라엘)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안보를 소홀히 해왔다." 지난 냉전 시절 소련과의 대결 구도에서 미국의 중동 교두보 역할을 했던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가 소멸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오히려 중동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부담스런 존재다. 이스라엘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돕는 것은 미국의 국가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도 미국은 왜 이스라엘을 도울까?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 로비 때문"이라 지적한다.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책 제1부에서 AIPAC를 비롯한 대표적인 친 이스라엘 로비 단체가 어떻게 미국의 정치권과 대외 정책에 입김을 행사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이스라엘 로비를 담당하는 미국 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국익을 옹호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은폐시킨다고 비판한다. 전 세계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그러나 미국에서는 말하기 '이스라엘 로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도 굴복시킨 유대인 압력 단체

미국 내 최대 유대인 압력 단체인 AIPAC가 지닌 파워는 최근에도 확인된 바 있다. 버락 오바마는 지난 5월 19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경계선이 1967년 6일 전쟁 당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그런 오바마의 발언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오바마는 무릎을 꿇었다.

5월 19일 연설 바로 사흘 뒤(5월 22일) AIPAC에 참석한 자리에서 오바마는 "내 입장이 잘못 전달됐다"며 문제의 발언을 도로 거두어들였다. 2012년 말 대선에서 미국 내 600만 유대인 표와 돈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자세를 낮추었다고 풀이된다. 이로써 미국이 친이스라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과 더불어 오바마가 지닌 한계를 드러냈다.

이라크 침공의 결정적 요인

이스라엘 로비는 미국 외교 정책을 미국의 이익과 지구촌 평화에 대한 고려 등 여러 사항들을 제치고 이스라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책 제2부에서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이스라엘의 압력과 로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압적 점령 정책을 이어갈 국제 환경을 만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주변 적성국인 이라크, 시리아, 이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미국이 적대적인 대결 구도 아래 압박하도록 작용해왔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쓰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이스라엘 로비가 이라크 침공의 결정적인 동력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적인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움으로써 이스라엘의 안보 걱정을 덜기 위해 조지 부시 행정부에 잘못된 정보, 틀린 정보들을 제공하고 침략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바그다드 점령 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 못한 데엔 잘못된 정보를 가공해서 미국 정보기관에게 넘긴 이스라엘 정보기관에게도 책임이 있다.

석유는 이라크 침공 이유 아니다?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이스라엘의 로비가 미국의 중동 정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에 집중했고, 이라크 침공을 이끌었다고 썼다. 그러나 한 가지 결정적으로 아쉬운 대목은 석유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미국의 이라크 정복이 석유 때문이었다는 설명은 논리적 실증적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중동 석유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정복하려고 했다면 "사우디아라비아가 훨씬 매력적인 표적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석유 통제가 진짜 목적이었다면 9·11사태는 (9·11 테러공격에 참여한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인이었기에) 사우디 공격의 좋은 구실이었다는 얘기다.

돌이켜 보면, 20세기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한 축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제2차 세계 대전 끝 무렵인 1945년 초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죽기 직전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압둘 아지즈 사우드와 다음과 같은 사항에 합의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에 대한 특혜적인 접근을 허가 받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조를 안팎의 도전으로부터 지켜 준다."

루스벨트는 이미 2년 전인 1943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 계획에 서명했었다.

그로부터 70년이 가까이 오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미 독재 왕정은 미국에게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약속하고 독재 왕권의 안보를 보증 받는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 나라를 미국이 침공할 명분은 아무리 9·11 테러라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9·11 테러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있었다면 말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 배경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미어샤이머와 월트가 지적한 대로 이스라엘 안보를 걱정한 이스라엘 로비, 다른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세계 제3의 석유 매장량을 지닌 이라크 석유 공급선의 안정적인 확보다. 이라크 침공 배경에 석유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껏 많은 중동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바이고, 숱한 실증적 자료들이 널려있다. 미어샤이머와 월트가 이스라엘 로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석유 변수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 것으로 짐작된다.

곳곳에 졸속 번역의 지뢰밭

끝으로 <이스라엘 로비>의 한국어 번역본이 지닌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나가려면 매우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곳곳에 오역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읽은 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사건이 벌어졌던 연도를 틀리게 옮기거나 숫자가 무려 100만 단위로 틀리는 부문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이를테면, 80쪽 "1999년 예멘 소재 미국 해군함 콜호에 대한 공격"에서 1999년은 2000년으로 고쳐져야 하고, 109쪽의 팔레스타인 아랍계 "1200만 명"은 120만 명으로, 121쪽 팔레스타인 주민 "380명"은 380만 명으로 고쳐야 한다.

숫자를 잘못 옮긴 것은 실수라 하더라도, 영어 문장을 조금만 조심스레 옮겼더라면 엉뚱한 번역을 피할 수 있었을 대목들이 한둘 아니다. 이를테면 원문 속의 "unless"를 "if~not"으로 번역해야 하는데 "if"로만 번역하는 따위다(100쪽 아래 부분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인용 부분에서 "워싱턴이 이스라엘을 압박해서 능동적으로 평화 조성에 참여하게 만들어야"는 '참여하게 만들지 않는 한'이 돼야 옳다).

중요 부사어나 구절을 번역에서 뺌으로써 문장이 애매해지는 경우도 곳곳에 보인다. 이를테면 201쪽 "2006년 유대계 미국인이 하원과 상원 의원으로 선출되었다"는 번역은 읽는 이의 궁금증을 더한다.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원문을 찾아보니 "기록적인 수의 유대계 미국인(a record number of Jewish Americans)"으로 돼있다. 문장 흐름에 영향을 주는 부사어 "but"의 번역을 빼 문장의 이해를 어지럽게 하는 대목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내용을 전혀 원문과는 달리 번역해 놓은 것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읽는 이의 마음은 더욱 싸늘해진다. 이를테면, 117쪽의 "과거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령이 있던 지역에 겨우 14만 명의 이스라엘 인이 살고 있다는 계산이다"는 "과거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령이 있던 지역에 14만 명의 이스라엘 인이 (팔레스타인 주민들보다) 더 살고 있다는 계산이다"를 잘못 옮겼다.

책 뒤에 100쪽이 넘는 분량의 자세한 주석들을 아예 번역본에서 빼버린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주석을 빼다보니 본문의 인용한 부분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안 그래도 문제가 있는 번역에 덧붙여 이런 소홀함은 글의 이해도를 더욱더 떨어뜨린다.

출판사로서는 책의 두께와 가격 부담을 생각해서 주석을 번역에서 뺐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기념비적인 좋은 책을 독점 계약하고는 대충 번역하고 꼼꼼한 교열 작업 없이 서둘러 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가까운 시일 안에 제대로 된 개정판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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