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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웃소싱' 결과는? 영웅이 아닌 개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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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웃소싱' 결과는? 영웅이 아닌 개죽음!

[프레시안 books] 제레미 스카힐의 <블랙워터>

"국가가 폭력의 독점권을 잃어버린 시대에, 유엔의 계약을 따낸 민간 기업에 고용돼 비살상용 무기를 포함한 미래의 무기로 무장하고 전쟁을 벌이는 자발적 용병 조직을 만들어 내는 건 어떨까?"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의 <전쟁과 반전쟁>(1995년) 중)

"하룻밤 내에 배송할 일이 있을 때, 우체국 서비스를 이용합니까, 아니면 페덱스를 이용합니까? (…) 말하자면 우리 회사의 목적은 페덱스가 우체국을 대신해서 했던 것처럼, 우리가 국가 보안 기구의 일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517쪽)


이라크 전쟁을 벌인 부시 행정부의 주축 네오콘보다 더 오른쪽에 선 신정보수주의, 즉 티오콘의 '무장한 날개'를 자임하는 블랙워터의 창립자 에릭 프린스가 한 말이다. 신자유주의 민영화 논리의 연장선에 선 이 말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사실을 왜곡한다. 우체국에도 빠른 배송이 있으며, 또 페덱스가 민간인에게 걸핏하면 총질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 정부는 이 전쟁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민간 군사 기업들에게는 어떤 책임감도 없다."(414)

▲ <블랙워터>(제러미 스카힐 지음, 박미경 옮김, 삼인 펴냄). ⓒ삼인
2003년 이라크의 팔루자에서 일어난 참살 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블랙워터의 네 직원 가운데 한 명인 스콧 헬번스턴의 어머니가 한 이 말은 민간 군사 기업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준다. 스콧은 해군 특수부대를 전역한 뒤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전전하던 중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이라크행을 택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블랙워터는 리젠시라는 쿠웨이트 업체와 손을 잡고 ESS의 용역 계약을 따냈다. ESS에 하청을 준 것은 KBR이었고, KBR은 미국 국방부의 외주 용역을 맡은 회사였다. 이 복잡한 하청 연쇄의 밑바닥에 있던 블랙워터는 15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계약서의 '장갑 차량'이라는 문구에서 '장갑'이라는 단어 하나를 삭제했다.

게다가 원래 6명 단위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무시한 채 4명만을 팔루자로 보냈고, 미군의 만행으로 폭발 일보직전이었던 팔루자 시내를 아무 대책 없이 관통하도록 지시했다. 블랙워터의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고 이라크에 진출한 수많은 민간 군사 기업의 활동에 이목을 집중시킨 계기가 된 사건의 배경에는 이런 내막이 있었다.

그런데 하고 많은 민간 군사 기업 중에 왜 하필 블랙워터일까? 1990년대 중·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그제큐티브아웃컴스와 MPRI 같은 기업이 1세대 민간 군사 기업이라면, 9·11 이후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급성장한 블랙워터는 2세대 민간 군사 기업의 대표 주자라 할 만하다. 냉전이 끝나고 군비가 축소되던 1990년대에 미국 보수 집단은 군산 복합체의 생존을 위한 비법을 내놓았다.

'군사 부문 혁명(RMA)'(이 책에서는 '군대 일의 혁명', '군대 업무의 혁명' 등으로 표기된다)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된 비법이란 첨단 기술 중심의 군대 혁신과 병력 감소를 메울 민간화·외주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소비에트권이 몰락한 상황에서 유일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으로서는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군사력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미군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반군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되고 사체 훼손까지 당하는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의 지배 세력에게 군사력 해외 파병은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9·11 공격은 미국의 지배 세력과 블랙워터 모두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안겨주었다.

외국 군대가 대규모 파병에 소극적인 가운데 가뜩이나 줄어든 병력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곳에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블랙워터 같은 민간 군사 기업이 더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유산으로 자신의 세계관에 딱 맞는 회사를 창립한 에릭 프린스와 블랙워터 입장에서 보자면 9·11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지은이 제러미 스카힐은 블랙워터나 민간 군사 기업에 관한 분명한 입장이나 도덕적인 비난을 삼가는 대신 '찜찜하다'는 말로 복잡한 평가를 대신한다. 그렇지만 팔루자 민간인 학살 전후 과정에서 블랙워터가 자의든 타의든 떠맡은 결정적인 역할과 블랙워터가 직접 벌인 나자프 전투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통해 독자 스스로 판단할 근거를 제시한다.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산맥에서 발생한 블랙워터 61기 추락 사건을 치밀하게 추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게다가 팔루자 참살 사건의 사망자들과 칠레 피노체트 군대 출신 '용병'들의 이야기를 통해 민간 군사 기업의 이면을 보여준다.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블랙워터는 새로운 수익 창출 공간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에서 블랙워터가 미국 정부를 대신해 치안 유지 활동을 벌인 모습이나 수단 다르푸르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대신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프린스를 보면, 민간 군사 기업은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력의 민간화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팔루자 참살 사건과 나자프 학살 사건이 더욱 거대한 규모로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한 가지. 블랙워터 같은 민간 군사 기업에 들어가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전장에서가 아니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특수부대 기술도 써먹고 일반 군대와 달리 엄청난 돈도 벌 수 있다는 통념과는 달리, 책에서 드러나는 현실의 민간 군사 기업 청부인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미국이나 영국의 특수부대 출신이 아닌 이른바 '제3국인'(책에는 '제3제국')은 수당부터 차별을 받으며, 설사 칠레나 이라크 출신이 아닌 '엘리트' 청부인이라 할지라도 전쟁 용사의 영광과 명예는 그들의 것이 아니다. 팔루자 참살로 죽은 블랙워터의 네 명은 비용 절감을 위해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했을 뿐이다.

오클리나 레이밴 선글라스에 후줄근한 군복이 아닌 '뽀대 나는' 아웃도어룩으로 치장하고, 별 이유 없이 AK47을 난사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겉멋과 특혜를 빼면, '사나이의 로망, 용병'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프랑스 외인부대나 영국 구르카 용병의 전설적인 신화가 말기 제국주의의 허상이었던 것처럼, 글로벌 군사 아웃소싱 시대의 새로운 용병 역시 겉치레만 번지르르할 뿐이다.

첫 장부터 박진감 넘치는 서술로 독자를 사로잡는 <용병>(로버트 영 펠튼 지음, 윤길순 옮김, 교양인 펴냄) 같은 만듦새를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적잖은 피로를 감수해야 한다. "쉽게 읽히는 책"이라는 출판사의 소개와 달리, 적지 않은 비문과 어색한 표현, 일관성 없는 표기와 오류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문과 어색한 표현이야 스타일의 문제라고 넘어갈 수 있더라도 무성의한 편집과 일관성 없는 표기는 계속 앞뒤를 뒤적이게 만든다. 이를테면 44쪽의 "포커스 가정(Focus on the Family)"과 45쪽의 "포커스 패밀리(Focus on the Family)", 53쪽의 "포커스패밀리위원회", 121쪽의 "포커스 패밀리(Focus on Family)"가 같은 단체인지 눈치 채기란 쉽지 않다.

"수브" 차량이란 표현은 120쪽에 처음 나오는데, 136쪽에는 "SUV"라고 나와 독자의 짐작을 도와준다. 그리고 165쪽에서야 "수브(SUV)"라고 등장해 "험한 길에서도 주행이 용이하도록 만든 차량"이란 옮긴이 주로 정체가 드러난다. 블랙워터 같은 민간 군사 기업 직원들이 애용하는 쉐보레의 SUV '서버번(suburban)' 모델을 "서버 밴"(131쪽)이라고 친절하게 세 번이나 띄어 쓴 덕분에 애꿎은 독자만 골탕을 먹는다.

이라크의 연합국 임시 행정기구를 뜻하는 'CPA'는 "연합임시당국"(194쪽), "연합임시정부"(195쪽), "연합국 임시 행정 당국"(291쪽), "이라크 임시연합 군 당국"(444쪽), "임시연합당국"(444쪽) 등 제각각으로 표기되다가 뜬금없이 '금융감독원'(141쪽)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228쪽에 등장하는 "존 워너"와 "워터", 233쪽에 나오는 "워터 상원의원"과 "워너 상원의원"이 '존 워너'라는 동일 인물임은 웬만한 배경 지식이 없고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산디에고"(272쪽), "샌디에이고"(273쪽), "산티에고"(275쪽)는 모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잘못된 표기이다. "무크타다 알-사드"(188쪽), "무크타다 알-사드르"(189쪽), "알-사드르"와 "알 사드르"와 "사드르"(모두 191쪽), "묵타파 알 사드르"(408쪽)가 다 같은 사람임을 알아채려면 풍부한 배경 지식이 있거나 문맥을 잘 살펴야 한다.

"팔루사"와 "팔주자" 사이에서 "팔루자"(모두 155쪽)를 찾아내면 반갑다가도, "암살 부대"(186쪽), "암살대(death squad)"(186쪽 각주), "죽음의 암살단(death squad)"(301쪽), "죽음의 군단"(399쪽), "죽음의 사단"(564쪽)이 모두 같은 집단을 가리키는 표현임을 알려면 고생 좀 해야 한다. "민간 군사 용역 산업의 1년 총가치"는 "1조 달러"(239쪽)가 아니라 1000억 달러이며, 이라크 침공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글로벌 리스크 스트레티지의 용병 수는 90명에서 "1만 5000명"(237쪽)으로 증가한 게 아니라 1500명으로 증가했다.

당시 이라크에 진출한 민간 군사 기업들이 민간 군인으로 고용한 이라크인은 '15만 명'(237쪽)이 아니라 1만4000명이다. 미국 정부가 아무리 많은 이라크 인을 죽였어도 "수천만 명"(208쪽)이 아니라 수천 명이 죽었으며, 팔루자로 돌아온 민간인도 "수천만 명"(221쪽)이 아니라 수만 명이다. 이런 중요한 수치는 정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할 뿐이다.

바그다드에서 콜롬비아로 가는 비행기 표는 "1000만 달러"나 "1200만 달러"(300쪽)가 아니라 1000만이나 1200만 '페소'이다. 비행기가 허공에서 "12킬로미터"를 추락해서 조종사가 "4.5킬로미터"(340쪽) 앞으로 튕겨나간 게 아니라 120미터 추락해서 45미터 앞으로 튕겨나간 것이다. 캘리포니아 위트니 산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높은 산은 "441킬로미터"와 "760킬로미터"(344쪽)가 아니라 4418미터와 7620미터이다(14장에 등장하는 수치는 모두 유념해서 보아야 한다).

오역은 번역자가 피할 수 없는 천형이다. 그렇지만 에릭 프린스가 "자유주의 예술학교"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청강했다는 건 바로 다음 문장에서 이 대학이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프린스가 다닌 곳은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 경제학'을 설파하는 '학부 중심 교양대학(liberal arts school)'이다.

프린스의 보수적인 뿌리를 설명하는 대목이라 이런 오역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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