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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털, 자를까? 뽑을까?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코털의 미학

코털 손질을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들 중에 코털을 뽑는 것이 좋을지, 자르는 것이 좋을지를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

코털이나 세포 겉의 가는 털(섬모)은 일종의 방풍림과 같다. 동해안의 월송정이나 송도에는 소나무가 멋지게 바닷가에 서 있다. 풍광을 위해 심은 것 같지만 사실은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강한 모래바람을 막아주는 것이다. 코털도 소나무처럼 호흡기의 전면에 서서 보호막 역할을 한다. 바로 기관지와 폐의 보호막이다.

먼지나 꽃가루 같은 이물질이 콧속의 좁은 길을 통과하여 기관지나 폐에 접촉하면, 그것을 내보내고자 인체는 엄청난 무리를 해야 한다. 이런 이물질은 한번 호흡할 때마다 20만 개나 된다. 미세한 것은 점액이 접촉하여 제거하고, 다소 큰 것들은 코털이 필터 역할을 한다. 만약 점액, 코털이 없다면 그런 이물질이 곧바로 폐까지 들어올 것이다.

코털은 온도를 조절하는 작용도 돕는다. 이것은 백인과 흑인의 코털 차이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춥고 습기 찬 지역에 사는 백인들은 코에 털이 자라서 바람이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흑인들은 빨리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코털이 작다. 실제로 환자를 치유하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다.

최근 한의원에 흑인 프로 농구 선수가 코가 막혀서 내원했다. 코 내부를 살펴보니 코털이 거의 보이지 않아 진실을 확인했다. 2미터(m)가 넘는 키여서 누울 베드조차 없어서 에어컨에 연결하여 치료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키 큰 사람이 싱겁다고 침에 대하여 공포심은 대단했지만, 무사히 치료하고 숨 쉬는 것도 많이 호전되었다.

공기는 콧속의 좁고 구부러진 길을 통해 따뜻해지고 습한 상태로 폐에 도달한다. 코의 점막에는 혈관이 많이 모여 있다. 자율신경 작용으로 혈액의 양을 조절하여 부풀거나 수축하면서 공기의 온도 습도를 조절한다. 코를 후비거나 코털을 뽑으면 코의 점막을 자극해, 코가 막히는 일을 유발할 수 있다.

코털을 뽑은 자리에 염증이 일어나면 다른 질병도 유발할 수 있다. 코 앞부분을 포함한 이 부위의 염증 때문에 생긴 혈전이 코 주위의 모세혈관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위험 삼각'이라고 부른다. 특히 그런 혈전이 안정맥을 막으면 안구가 튀어나오거나, 심하면 얼굴이 부어올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응급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니 항상 코 주위를 청결히 하고 코털은 손으로 뽑지 말고 자연스럽게 가위로 자르는 것이 좋다.

ⓒmediabistro.com
마지막으로 <동의보감>을 살펴보자. <동의보감>은 코털을 이렇게 언급한다.

"콧속의 털은 항상 잘라(去) 없애야한다. 그것은 코가 신기(神氣)가 드나드는 문호이기 때문이다."

신기라는 것은 마음을 넓게 상징한 표현이다. 코털이 마음이 드나드는데 장애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상징적이지만 <구약>부터 살펴보자. 시편을 보면, "인생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 한평생이래야 지나가는 그림자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호흡이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아담의 탄생 또한 흙으로 만든 사람 모양에 코로 숨을 불어 넣음으로써 삶이 시작되었다. 생명의 출발이 코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식적인 자아는 잠시 숨을 멈출 수는 있지만 숨을 끊을 수는 없다. 남방 불교의 수행법은 신기와 관련한 진실을 분명하게 예시한다.

남방 불교는 기본 수행법이 들숨날숨이다. 길게 들이쉬고 짧게 들이쉬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생명은 바로 나의 것이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자아가 통제하는 것이며 이것을 관찰함으로써 진정한 자아, 오래된 나를 관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동의보감>의 저 구절은 코털이 이런 마음의 고요를 방해하지 않도록 항상 단정히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코털로 한 사람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착상, 얼마나 기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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