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압적 독재 체제를 벗어나 민주화를 맞이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위와 같은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2011년 현재, 자유롭냐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속박되어 살아가고 있을까.
김성우 상지대학교 겸임교수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민주화 이후의 '형식적 자유'를 뛰어 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상상마당이 공동으로 기획한 '청춘의 고전' 시리즈 두 번째 시간이었던 이번 강의에는 1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 16일 프레시안,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상상마당이 공동 기획한 '청춘의 고전' 강의 두 번째 시간, 김성우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가 강사로 섰다. ⓒ프레시안(최형락) |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영화 <브레이브 하트> :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는!'이라는 주제의 이번 강의에서 그는 왕의 후원을 거부했던 루소의 삶과 영화 <브레이브 하트> 속 스코틀랜드 민중들의 투쟁을 통해 자유가 "강요받는 위험성인 '예속'으로서의 지배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주인 역할을 하고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치'가 자유의 본령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서양 근대 정치철학의 틀에서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 역할로서의 '자유주의'가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자유라는 개념은 이기적인 개인의 권리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자유는 평등에 대립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시장에서 '선택의 자유'라는 좁은 의미로 여겨지고 있다. 기업들이 "시장은 자유 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말할 때의 그 자유다.
김 교수는 자유의 반대말인 '지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그것의 규정이 달라진다면서, 자유주의 모델에서는 지배를 '간섭'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기적 개인'에서 출발하는 이 관점은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기적 개인에서 출발한 이 관점에서는 협력이나 이타심조차 "내게 어떤 이득을 주느냐"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간주된다.
▲ 김성우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한편 지배를 '예속'으로 해석할 때 자유는 해방이 된다. 김 교수가 강조하려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온다. 그는 학생을 구타한 음대 교수의 사례, 시간강사를 착취한 전임교수의 사례에서 "내가 남에 의해 강요받을 수 있는 끊임없는 위험성(예속)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자유는 이기적 개인주의와 도덕적 개인주의의 자유 모델로는 이해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해석이 다른 두 관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출발점이 개인이 아닌 '관계'라는 데 있다. 앞서 두 관점에서는 근대적 의미의 원자화된 추상적 개인과 그것의 총체인 국가를 전제한다. 하지만 자유를 해방으로 보는 관점에서 개인은 '자기에 대한 관계', '타인에 대한 관계', '자연에 대한 관계'라는 삼중적 관계성 속에 놓인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인간을 말한다. 김 교수는 "이렇게 공적인 것을 지향하는 공동체 구성원을 개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시민(citizen, citoyen)이라 부른다"면서 적극적인 참여형 주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에 의한 강제나 간섭은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보다 은밀한 자본의 지배와 종속은 더욱 강해졌다. 법적으로는 누구나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들의 내면을 예속시키는 형태로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를 적잖이 볼 수 있다. 대기업 삼성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X 파일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일들은 기업의 부정에 대한 고발, 양심 고백을 제어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이렇듯 자본의 힘에 의해 내면화된 보이지 않는 종속에 대해 각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뒤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라고 자신을 밝힌 한 청중은 "한국에서 의식 있는 시민들로 살아가기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김성우 교수는 "현재 중동의 여러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자유에 대한 투쟁도,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광주 민주화 항쟁도 소위 '대단한 사람들'이 일궈낸 것이 아니며 루소 역시 <고백론>을 통해 보여주었듯 원래는 나약하고 실수 많은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 서남표 총장 등 우리가 비판하는 결과들은 사실 모두 우리가 만든 모습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노력, 인과관계 전체를 조망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춘의 고전'은 동서양 철학 고전과 최신 영화들을 접목시킨 시리즈 강의로 2012년 2월까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오후 6시부터 열린다. 다음 강의는 '<장자>와 영화 「쿵푸 팬더」 : 현실이 진짜일까!'(강사 박영미 한양대학교 외래교수)로 5월 21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진행된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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