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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볼트…한국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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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볼트…한국은 누구?

[예병일의 '스포츠 뒤집어보기'] 총알 탄 사나이 ③

앞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육상 4관왕 제시 오웬스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육상 4관왕 칼 루이스가 이룬 업적을 소개했습니다. 기록으로는 후대의 선수인 칼 루이스가 더 빠르지만 같은 시대의 다른 선수의 기록과 비교해 보면 칼 루이스보다 제시 오웬스의 기록이 더 대단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면 반드시 100m를 가장 빨리 뛰는 선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50m, 또는 150m를 빨리 뛰는 선수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대열에 오를 수도 있고, 거리에 관계없이 순간속도가 가장 빠른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입니다.

또 마라톤이나 1만 미터 달리기가 가장 빠른 사람을 선택한다 해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대상자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육상 종목 중 평균속도가 가장 빠른 종목인 100미터 달리기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00m 달리기의 최고가 진짜 최고인가?

올림픽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바람의 영향을 차단한 실내 육상 경기 중에서는 60m 달리기 또는 60m 장애물 달리기 종목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건 특별한 경우이고, 큰 권위를 가지는 육상 대회에서는 100m 달리기가 최단거리이면서 가장 빠른 경기라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알려져 있다"라는 것이 사실은 아닙니다. 작년까지 30년 이상 한국 기록으로 남아 있던 남자 100m 달리기 서말구의 기록은 10.34초였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안겨다 준 장재근의 200m 달리기 기록은 20.41초이므로 한국 기록은 반올림하여 30년간 200m를 달린 장재근의 순간기록이 서말구의 기록은 물론 작년 6월 7일에 세워진 김국영의 10.23초보다도 빠릅니다.

마찬가지로 100m 달리기에서 10초벽을 최초로 깬 짐 하인즈의 기록이 9.95초일 때 피애트로 매니아의 200m 달리기 기록은 19.72초였으니 100m의 순간기록이 200m의 순간기록보다 빠를 것이라는 생각은 오로지 생각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칼 루이스가 1984년 올림픽에서 우승할 당시의 기록도 9.99초와 19.80초로 200m의 순간기록이 더 빨랐고, 후에 세계기록을 세우기는 했지만 최고기록이 9.92초에 불과했으니 200m의 순간기록보다는 더 느린 셈입니다.

최근 30년간은 100m 달리기 선수이면서 200m 달리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물론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가 금지 약물 투여 사실이 발각되어 금메달을 빼앗기고 도망치다시피 한국을 빠져나가야 했던 캐나다의 벤 존슨이나 그의 뒤를 이어 캐나다 선수로 세계 정상에 오른 도노반 베일리 같은 선수는 100m 달리기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고 세계 신기록을 세웠지만 정작 200m 달리기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지만요. 그러다 보니 매스컴에서는 100m 달리기 전문 선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에 세계 육상계에 이전에 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400m 달리기 선수가 100m 달리기 선수를 물리치고 200m 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주인공은 1967년생으로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2000년 시드니 올림픽 1600미터 이어달리기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으나 훗날 다른 선수의 약물 복용이 드러나 박탈당함)과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8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마이클 존슨입니다.

200m 달리기가 100m 달리기보다 빠르다?

칼 루이스의 맞수였던 벤 존슨은 1987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와 1988년 올림픽에서 두 차례에 걸쳐 9.83초와 9.79초의 기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금지 약물 복용에 의해 기록이 취소되는 바람에 한동안 세계 신기록 보유자는 칼 루이스로 남아 있었습니다.

9.92초인 그의 기록은 1991년에 9.90초를 기록한 르로이 버렐에게 깨지지만 불과 두 달 후에 칼 루이스는 9.86초를 기록함으로써 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자 형님은 이제 물러나라는 듯 르로이 버렐은 1994년에 9.85초를 기록하면서 다시 세계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벤 존슨이 떠난 후 캐나다 선수로 다시 정상에 오른 선수는 도노반 베일리였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9.84초라는 세계 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400m 이어달리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당연히 미국의 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 금메달을 캐나다에 안겨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또 한 명의 총알 탄 사나이가 등장했으니 400m 달리기에 이어 200m 달리기에서도 우승한 마이클 존슨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미 그는 1991년 도쿄에서 개최된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200m와 400m 달리기에서 우승함으로써 세계 선수권 역사상 최초로 이 두 종목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1992년 올림픽에서 1600m 이어달리기를 제외하면 자신의 주 종목에서는 불운으로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00m와 400m 달리기에서 2관왕에 오르면서 1990년대 세계 육상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베일리가 100m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존슨의 200m 기록은 고지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얻어진 19.72초의 기록을 28년 만에 깨뜨린 19.66초였습니다.

19.66/2=9.83이므로 존슨은 "가장 빠른 사나이는 베일리가 아니라 나"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픽 후 불과 38일 만인 1996년 8월 1일, 존슨은 19.32초라는 새로운 세계 기록을 수립함으로써 자신이 최고라는 주장이 헛된 주장이 아님을 증명시켜 주었습니다. 200m와 400m 선수로는 드물게 인기도 높고, 팬들도 많았던 존슨이 200m 달리기에서 19.32초를 기록할 당시 전반부는 10,12초, 후반부는 9.20초가 걸렸으니 순간속도라는 면에서는 베일리를 능가한 것이 분명합니다

▲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알려져 있는 우사인 볼트. ⓒ뉴시스

세기의 이벤트, 150m 달리기!

19.32초라는 200m 달리기 기록의 보유자 존슨의 도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독자께서 심판이라면 이 둘의 승부는 어떻게 가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존슨의 도전에 대해 베일리는 초기에는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매스컴에서 기사화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스폰서들이 붙기 시작하면서 응해 줄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단 한 번의 달리기에 개런티가 얼마가 책정될 것인가도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존슨이 제안한 150m 달리기가 어떤 방식으로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도 커져 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이 둘의 대결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1997년 6월 1일에 토론토에서 열린 세기의 이벤트, 150m 달리기 시합은 400m 트랙 중 225미터 지점부터 375미터 지점까지 75미터의 곡선 주로와 75미터의 직선 주로를 달리는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경기가 열리기 전, 경기 내내 뒷꽁무니를 보게 될 것이라는 베일리의 주장과 결국에는 자신이 앞서서 골인할 것이라는 존슨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며, 전문가들의 주장도 갈라지는 듯했지만 필자의 기억으로는 존슨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던 걸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승자는 베일리였습니다. 단 두 명의 선수가 참여하여 단 한 번의 경기로 끝나 버린 이 이벤트에서 초기에 뒤져 있던 존슨이 110m를 지날 때쯤 대퇴부 네갈래근에 이상을 느껴 경기를 포기하고 만 것입니다. 만약 존슨이 근육 이상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경기를 포기하기 전까지 존슨의 모습은 그리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근육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그 날 만큼은 베일리가 승자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이 이벤트에서 승자가 된 베일리는 199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승자인 베일리는 150만 달러, 패자인 존슨은 50만 달러의 대전료를 지급받았으니, 약 15초밖에 안 걸리는 이벤트에서 주어진 개런티는 승자에게 초당 1억 원을 초과하였습니다.

베일리의 뒤를 이은 그린

20세기를 통틀어 단 한 번 열린 150m 달리기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한 베일리의 천하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약 두 달 후에 개최된 아테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9.86초를 기록한 미국의 모리스 그린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베일리의 기록은 9.91초였으며, 자신이 세운 9.84초의 기록을 한 번도 깨지 못했으니 이미 100m 달리기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장기간 세계 정상을 차지했던 선수들보다는 한 수 아래로 남아야 했습니다.

1997년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던 베일리를 넘어선 그린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3회 연속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100m 달리기에서 우승했을 뿐 아니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1999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200m 달리기에서도 우승했으니 당대에는 최고로 빠른 사나이였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또 1999년 6월 16일에 아테네에서는 9.79초를 기록하면서 베일리의 기록을 역사의 흔적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세계 기록을 내고, 두 달 후에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할 당시 그린에 대한 일화가 수년의 세월이 흐른 후 국내 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 말, 스페인을 떠들썩하게 한 도둑을 잡은 것입니다. 이미 경찰에게 익히 얼굴이 알려져 있는 이 도둑은 뛰어난 달리기 실력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을 다녔지만 하필이면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그린이 목격하는 사이에 행인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다 모린에게 들켜 버린 것입니다.

우연히 도둑질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린은 스페인 경찰들이 여러 차례 놓쳐 버린 도둑을 어렵지 않게 따라잡아서 경찰에게 넘겨 버렸습니다. 이에 대한 간단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보기 http://www.independent.ie/world-news/luck-runs-out-for-thief-who-picked-on-wrong-man-400097.html)

현역 최고의 달리기 선수는 볼트

9년 이상 지속된 그린의 100m 달리기 세계 기록은 1982년생인 자메이카의 아사파 포웰에 의해 깨졌습니다. 2005년에 9.77초를 기록한 포웰은 그 후에도 기록을 단축시켜 현재 그의 최고 기록은 9.72초입니다.

동갑이자 그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타이슨 게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미국 예선에서 9.77초를 기록한 바 있으며, 2009년 상하이에서는 9.69초라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이 두 선수 모두 현역 선수로 활약하면서 100m 달리기 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현역 최고의 달리기 선수는 우사인 볼트라 해야 할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m와 200m 달리기, 400m 이어달리기 등 세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릴 당시 볼트의 나이는 불과 22세(1986년생)였습니다. 비교적 다른 선수보다 빠른 나이에 정상에 오른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세 종목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그의 100m, 200m, 400m 이어달리기 기록은 각각 9.69초, 19.30초, 37.10초로 전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기록했습니다.

그의 200m 기록은 마이클 존슨의 기록을 12년 만에 깬 것이며, 100m 우승 당시에는 마지막에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신기록을 세워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100m에서 9.58초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다시 한 번 세계 신기록을 세움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이 대회에서 자메이카 대표팀은 400m 이어달리기에서 37.31초를 기록함으로써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실패했으나 볼트 자신은 200m 달리기에서 19.19초로 다시 한 번 세계 기록을 세움으로써 100m와 200m 달리기에서 동시에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2위와의 격차도 사상 최고를 기록함으로써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위치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시 오웬스나 칼 루이스와 다르게 넓이뛰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볼트지만 아직 20대 초반인 그의 나이와 인간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가고 있는 잠재력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도 올림픽과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맹활약을 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의 위치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예상을 해 봅니다.

올해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볼트와 그에 맞서는 게이와 포웰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 또 어떤 새로운 스타가 출현하여 대회를 즐겁게 해 줄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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