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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미인·아토피 환자의 가장 큰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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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미인·아토피 환자의 가장 큰 적은?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부럼의 효과

정월 대보름에 먹는 땅콩, 호두, 잣 등이 부스럼을 예방한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부스럼은 피부에 나는 종기를 통칭하는 병명이다. 종기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대부분의 왕을 공포에 떨게 한 질병이다. 그렇다면, 이 질환을 종기라고 하지 않고 굳이 부스럼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의보감>은 부스럼의 원인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여름철에 땀을 지나치게 흘려 피부에 좁쌀 같은 것들이 붉게 돋은 것을 땀띠라고 한다. 이것이 짓무르고 헤져서 부스럼이 된다."

<동의보감>의 이런 설명은 피부 질환의 원인과 관련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땀이 많이 나면 피부에 있는 지질(기름기)이 씻겨 나가 피부가 외부 자극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동의보감>은 바로 이런 상태의 피부에 부스럼과 같은 질환이 생긴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즉, 부스럼의 원인을 피부의 지질 부족으로 설명한 것이다.

기름기는 지금에 와서는 기피 1호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좋아하는 과자나 음식 냄새가 기름기가 내는 고소한 냄새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원래 기름기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피부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도 지질을 포함한 각질층의 역할이다.

각질층은 각화라는 변화를 일으키며 죽은 표피세포가 15~20층을 이룬 것이다. 땀은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한다. 또 피지선으로부터 나온 지방과 습기가 섞여 각질층 위에 피지 막을 만들어 천연 크림과 같은 역할을 한다. 크림은 마치 코팅 처리와 같은 방어막을 형성한다. 여름에 땀이 많이 나오면 피지가 씻겨 나가면서 이런 피부의 방어막 기능이 약화된다.

각질층의 지질의 피부 보호 기능은 잘 알려져 있다.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 등으로 구성된 각질층의 지질은 여러 가지 외부 물질의 투과를 억제하는 장벽 기능을 담당하며 일종의 피부 코팅 역할을 한다. 특히 세라마이드는 각질증의 수분 유지에 영향을 주는데 노화가 진행될수록 줄어든다. (보습 화장품의 상당수는 세라마이드가 주성분이다.)

특히 세라마이드는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경우에도 적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치료에 피부 장벽 기능을 하는 지질의 역할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최근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성 피부의 경우도 세라마이드가 적어서 피부가 건조한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한의학의 피부 질환 치료에는 기름이 많이 쓰였다.

ⓒ프레시안

<향약집성방>을 보면 어린이의 각종 피부 질환에 호두를 직접 처방한 기록이 나온다. 호두는 기름이 59.18%나 포함된 것이다. 기름이 40~50%나 되는 땅콩도 각종 피부 질환의 처방 중 하나였다. 예로부터 잣도 피부를 곱게 하면서 지질을 보충하는 처방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일화자본초>를 보면, 잣은 허한 것을 보하고 여윈 것을 살지게 하며 오장의 기능을 돕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지질의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자운고'라는 연고도 등장했다. 자운고는 진실공(陳實功)의 저서인 <외과정종>의 '백독창(白禿瘡)' 항에 기록되어 있는 윤기고라는 처방이 기원이다. 건선, 습진, 무좀, 원형탈모증 등에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부스럼 부위가 크지 않거나 분비물이 밖으로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는 조건을 지키면 만능이라고 할 정도이다.

참기름, 돼지비계기름에 당귀, 자근을 넣은 자운고는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살갗을 빨리 재생시켜 상처 흔적과 색깔의 변성을 막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약국 제제로서 허가되어 있는 한방외용약이 4종인데 그중에 가장 으뜸이 되는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자운고다.

정월대보름의 세시풍속 중 귀밝이술에 대한 부분이 가진 논리적인 근거는 지난해 이 칼럼에서 설명하였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염두에 두면, 정월대보름에 잣, 땅콩, 호두 등 지방이 많이 포함된 부럼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본 조상들의 풍속 역시 나름의 논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지혜와 경험의 산물인 세시풍속을 우리 것으로 온전히 소화할 때, 거기서 현대 의학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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