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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안중근' vs '원흉 이토'? 진실은 그보다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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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안중근' vs '원흉 이토'? 진실은 그보다 복잡해!

역사문제연구소,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전5권 펴내

2009년 '미래형 교육 과정'에 따라 선택 과목으로 전락했었던 한국사가 올해 초 다시 고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대학생 4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2.6%가 '다른 과목에 비해 한국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한 것처럼 한국사가 중요하다는 여론은 높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학생들이 한국사를 기피하는 이유'를 놓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습 방법"을 꼽았다. 한마디로 "한국사는 중요하긴 하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기억하는 성인과 그 학습 방법을 답습하고 있는 학생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입체적인 대중 교양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역사문제연구소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전5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를 엮었다.

고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정치·법제사부터 생활사까지 다양하고 폭 넓게 아우르느라 17명의 집필진이 참여해 꼬박 3년이 걸렸다.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책의 출간을 기념하는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책의 기획을 총괄한 이승렬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교류사라는 측면과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강조했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5일 오후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웅진지식하우스

실제로 책은 각 권 한국사의 시대 구분에 따라 진행되면서도 '(고려 시대) 이색과 이제현의 중국 여행', '(20세기 초) 러일전쟁의 세계사적 성격' 등 타국과의 관계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시대적 사건들을 충실히 다루며 일국사적인 관점을 벗어나려 애썼다.

또 '한국인은 언제부터 매운 음식을 좋아했을까?', '노비의 이름은 어떻게 붙였을까?' 등 기존의 통사 서술에서 누락되었던 생활사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며 세밀화를 그리고자 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를 다룬 5권에서는 역사 교과서에서 단 한 줄 등장하기도 힘들었던 해외 이주민의 이야기를 각 장마다 다뤘다.

5권을 집필한 허수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는 "국가의 보호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야말로 식민지 상황의 문제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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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1권) ⓒ웅진지식하우스
이밖에도 △각 학계 전문가의 공동 작업의 산물이어서 분야가 고루 안배되어 있다는 점, △좌나 우, 민족주의적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했다는 점, △2000여 컷의 이미지와 100여 개의 특강으로 시각적 즐거움과 '스토리'를 강화했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고 웅진지식하우스 인문교양임프린트의 신동해 주간은 말했다.

집필진들은 이런 특징들을 아울러 역사를 보는 건강한 관점을 강조했다. 이승렬 부소장은 "내 아이가 고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식사로는 고기와 야채를 함께 볶아 주었다"면서 "역사를 보는 건강한 관점이란 이처럼 좋아하지 않는 야채도 함께 섞어 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4권의 특강 중 하나인 '안중근 대 이토 히로부미 : 동양의 평화를 둘러싼 두 초상'에서는 '의사 안중근'과 '적의 수괴' 혹은 '침략의 원흉' 이토라는 단순한 이분 구도에서 벗어나 애초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바랐을 정도로 일본의 '동양평화론'에 경도됐었던 안중근의 모습과 이토의 죽음을 기리자는 조선 내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담아낸다.

역사문제연구소가 한국사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 역사서 시리즈를 펴낸 것은 1993년 초판이 나온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의 역사>(전3권, 웅진출판 펴냄) 이후 18년 만이다. 신동해 주간은 "(과거 시리즈가) 20년 가까이 십 수만 부 팔리면서 생명을 유지했다는 것은 책이 훌륭하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읽을 만한 역사 교양서가 없었다는 방증이었다"면서 책 출간의 배경을 설명했다.

5권의 또 다른 집필자인 박종린 교수는 "그동안 매해 한국사 연구 성과들이 논문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대중적인 책으로는 정리되지 못해 둘 사이에 간극이 컸었다"면서 "논문의 성과들을 대중적으로 정리하느라 매우 힘들었지만, 그만큼 집필진들도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시민들이 건강한 역사관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는 △원시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1권), △고려 시대(2권), △조선 시대(3권), △개항에서 강제 병합까지(4권), △일제 강점기(5권)로 구성돼 있으며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끝난다. 해방 이후의 현대사는 앞서 나온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이 두 권과 새로 나온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5권은 총 7권으로 일본에서도 번역·출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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