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나노(1㎚=10억 분의 1m)'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입니다. 이런 나노 세계를 항해하는 과학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주사전자현미경(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y) 등을 이용해서 나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진으로 본 나노 세계의 모습은 어떨까요? 홍진기 미국 MIT 연구원(화학공학과 Post-Doctor)과 강상욱 상명대학교 교수(화학과)가 여러분에게 나노 세계의 비밀을 살짝 보여줍니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갈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사진과 함께하는 특별한 과학 에세이 '나노 세계 여행'을 놓치지 마십시오. <편집자>
ⓒ홍진기 |
"조개껍질 묶어 / 그녀의 목에 걸고 / 물가에 마주앉아 / 밤새 속삭이네~."
초등학교 때 소풍이나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면 거의 빠짐없이 즐겨 부르던 노래가 바로 '조개껍질 묶어'였다. 워낙에 많이 불렀던 노래였기에, 세월이 흐른 지금 들어도 늘 익숙하고 흥겨운 멜로디다. 이 노래에 나온 대로, 관광지에 놀러 가면 각종 액세서리로 만들어 파는 등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바로 조개껍질이다.
두 장의 껍데기로 몸을 둘러싼 연체동물인 조개는 죽이나 회 등으로 널리 섭취된다. 이 조개에는 칼슘, 철분, 타우린 등의 영양분이 풍부해서 인류 역사상 신석기 시대부터 식용으로 선호되었다. 이 조개를 보면서 신기한 것은 그 부드러운 연체동물이 스스로 두 장의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껍데기 안쪽에 외투막이 있고, 이것이 껍데기를 서서히 만든다고 알려져 있는 데, 어떻게 그렇게 단단한 껍질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답은 바로 위의 전자 현미경 사진에 있다. 전자 현미경으로 조개껍질 안쪽을 들여다보면, 수직으로 여러 기둥들이 촘촘히 정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수직으로 촘촘히 정렬되어 있는 기둥이 바로 탄산칼슘 등의 칼슘 성분이다. 조개는 이 칼슘 성분 사이를 단백질로 채워 넣는다. 한마디로 벽돌집을 연상하면 된다. 벽돌 사이에 시멘트를 채워 넣음으로써 강력한 강도를 내듯이, 탄산칼슘 사이에 단백질을 채워 넣음으로써 강력한 조개껍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조개가 민물, 짠물 등 물속 생태계 어디에서나 다양한 환경 내에서 존재하고 심지어 수심 1만m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은 저 단단한 껍데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게다가 영양분도 풍성한 조개가 저런 구조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건 식량난이 걱정인 인류에게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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