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파·폭설…"몸살 앓는 지구의 마지막 경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파·폭설…"몸살 앓는 지구의 마지막 경고!"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지구의 체온 vs 인간의 체온

올 겨울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로 우리 모두가 떨고 있다. 이런 날씨를 접하면서 많은 이들은 이런 푸념을 하곤 한다. "지구가 더워진다는데 왜 이렇게 춥단 말인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높은 탓에 그곳의 찬 공기가 통제되지 못하고 남쪽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자의 설명을 듣고도 선뜻 수긍이 안 된다.

'지구가 감기 몸살을 앓는구나!' 나는 올해 한파로 떨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한의학적 세계관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겪는 명백한 이상 기후가 꼭 감기 몸살의 증상과 같기 때문이다. 감기 몸살의 초기 특징은 바로 오한과 발열이다. 바로 지구가 오한과 발열을 겪고 있는 모습이 요즘의 이상 기후 아닐까?

잘 알려져 있듯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전제를 깔고 지구 환경을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가이아 이론은 한의학의 세계 인식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 다음과 같은 <동의보감>의 구절을 러브록이 읽었다면, 무릎을 치면서 탄복했을 것이다.

"하늘에 일월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눈이 있다. 하늘에 낮밤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수면과 활동이 있다. 하늘에 비와 이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콧물과 눈물이 있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은 천지가 호흡하는 것으로 하루 두 번씩 오르내릴 뿐이지만 사람은 하루에 1만9500번 숨을 쉰다. 그래서 천지 수명은 오래고 끝이 없지만 사람 수명은 아무리 길어도 100살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맥이 급하면 성질이 급하고 맥이 느리면 성질도 느리다. 대체로 맥이 완만하고 느리면 오래 살고, 맥이 급하고 빠르면 오래 살지 못한다."

ⓒ연합뉴스

최근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르 소설 작가 중 한 사람인 막심 샤탕은 이런 가이아 이론의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소설(<가이아 이론>(이원복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을 썼다.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가이아 이론을 바탕으로 한 편의 긴박감 넘치는 추리 소설로 재탄생시킨 샤탕은 이 소설의 첫 장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다 지배하려는 욕심 때문에 지구는 몸살에 걸렸고, 그 몸살을 만든 세균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몸살에 시달리는 것이 세균, 바이러스 탓이라면, 지구가 몸살을 앓게 한 원인인 인간이야말로 지구(가이아) 입장에서는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라는 통렬한 지적이다.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두면, 온난화 현상에 따른 이상 기후야말로 인간이 감기에 걸렸을 때의 발열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불쾌하고 힘들지만 다 이유가 있다. 진화생물학자는 열이 나는 현상을 감염에 대한 생물의 방어 작용의 하나로 설명한다. 새끼 토끼는 감염이 되면 스스로 열을 발생할 수 없어서 체온을 올려줄 만한 따뜻한 곳을 찾는다. 변온동물인 도마뱀도 감염이 되면 체온을 2도 가량 올려줄 만한 곳을 찾는다.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열이 나는 것이다. 일찍이 한의학도 이런 점을 인식해서 감기가 걸리면 매운 음식처럼 열을 나는 음식을 권했다. 더 나아가서 한의학은 환자가 열이 나는 증상을 유심히 관찰해 그것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한의학은 인체에 여섯 개의 방어막이 있다고 보았다. 태양, 소양, 양명, 태음, 소음, 궐음이라고 불리는 '육경(六經)'이 그것이다. 이 중 태양, 소양, 양명 세 가지는 양의 성질을 띤 방어막이고, 나머지 태음, 소음, 궐음 세 가지는 음의 성질을 띤 것이다. 실제로 각각의 방어막은 다른 식의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 방어막은 오한과 발열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두 번째 방어막은 더웠다가 추웠다가를 반복하는 한열왕래의 형태이다. 세 번째 방어막은 일방적으로 열을 내면서 달아오르는 형태이다. 나머지 음의 성질을 띤 방어막은 대개 열이 오르고 나서 체내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다. 열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저장된 영양분을 20%나 빨리 써 내부 에너지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가이아 이론을 염두에 두고 지금 지구의 상태를 몸의 상태에 빗댄다면 어떤 단계일까? 열 받은 지구는 나름의 균형을 찾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고, 이것이 국지적으로는 발열과 오한의 상태를 반복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는 이상 기후의 진실인 것이다.

올 겨울의 한파는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가 아닐까? 이런 식이라면 지구에서 인간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 말이다. 프란츠 부케티츠는 <자연의 재앙, 인간>(박종대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에서 이렇게 말했다.

"칼 세이건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묘사했다. 우주탐사선이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어 보낸 사진을 보면 지구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 곳에서 본 지구는 참으로 외롭고 볼품없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우주가 이 조그마한 한 점에 사는 한 '털 없는 원숭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가소로운가. 그렇게 열망하는 것은 얼마나 병적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